사제의 세배와 세배돈

세월 참 덧없다.

작년 설, 처음 출석한 샘밭성당 미사가 끝났을 때 본당 신부가 출석 교인 전원에게 빳빳한 5천원권을 세배돈으로 나주어주었었다. 88년 영세 후 처음 있던 일이라 늘 열배로 갚아야 겠다고 다짐해 왔는데 인사이동으로 이 신부가 전근되는 바람에 세베돈 갚을 기회가 없어지고 말았다.
1년 지난 후 이제 겨우 부임해온 젊은 사제는 설 미사 봉헌후 성당 바닥으로 내려서더니 전 신자를 대상으로 세배를 넙죽 해서 전 신자의 놀라움과 박수 갈채를 받았다. 물론 젊디 젊은 신부였지만 전혀 뜻하지 않은 일로 모두에게 행복을 안겨준 깜짝 이벤트였다.
더 아름다운 모습은 세배돈은 절대 받지 않겠다는 신부의 강력한 공개 주문에도 불구하고 허리가 굽은 한 할머니는 미리 준비해온 봉투를 극구 사양하는 신부 손에 한사코 쥐어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할머니 역시 사제의 세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설 미사에서 생활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막내 사위가 성가 반주 봉사를 해주어 이 또한 작은 감동이었다.

금 년 한해, 뜻하는 일들이 술술 잘 풀려 나가려나???
박 의서 박 의서 · 2024-02-11 09:31 · 조회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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