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불알친구에게 춘천 함 다녀가라고 제안한 게 몇 년 전이다. 세종시에서서 춘천을 다녀가는 게 순로가 아니어서 쉽지많은 않았을 터. 동해안 고성에 지인이 있다면서 그와 엮어 다녀가겠다고 한 게 여러 차례였지만 한번도 성사된 적이 없었다. 친구의 춘천 원행이 쉽지 않은듯 하여 꼭 다녀가지 않아도 좋다고 전화했더니 의외로 반기는 목소리다. 그동안 매우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친구에게 굳이 춘천까지 다녀가라고 했던 이유는 오랜 친구가 보고싶기도 해서이지만, 우리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도 있었다. 보여준다는 게 말이 그렇지 실은 사는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친구에게 전화해 부담을 덜어준 것 같아 천만다행이다.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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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3월 11일) 아침 일찍 띠동갑 큰 누님이 운명하셨다고 생질이 알려왔다. 목욕탕에서 쓰러지신 후 만 3년만이다. 긴병에 효자없다고 부음을 접하고도 그저 무덤덤할 뿐이었다. 세월 탓인가? 감정이 메말라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감정을 아내와 주위에 얘기했더니 어찌 그럴수가 있느냐면서 모두 놀라워한다. 그러나 막상 빈소의 큰 누님 영정 앞에 서서는 쏟아지는 눈물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어릴적 어머니 일찍 여의고 5남매가 맘 고생을 많이 하면서 서로 의지했던 세월이 떠오른 탓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서로 의지한 세월은 잠깐이었고, 이후 여러 문제들이 겹쳐오고 세월도 흐르면서 남매 간의 간극이 무척이나 벌어졌었다. 특히 큰 누님이 아들 빚으로 거리에 나앉게 되었을 때 집을 사주어 살던 집에 계속 살게 해주고 이후 명의까지 손자 명의로 돌려주었건만 매매대금 중 2천만원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해 내가 화를 냈더니 그제서야 돈을 부랴부랴 돌려주면서 우리 관계는 깨지고 그 애틋함 역시 함께 사라졌었다. 영정 앞에 서니 그까짓 2천원만(10여년 전 액면가)이 뭐라고 서로 마음을 돌렸단 말인가 하는 회한이 몰려온다. 허리 수술 때문에 빈소에 오지 못한 작은 누님과도 명의신탁으로 매입한 내 땅을 팔아먹으면서 관계가 완전히 깨졌었다. 이 또한 돈 3천만원(30여년 전 액면가) 때문이다. 물론 두 누님과의 문제는 단순한 돈 문제만은 아니고 남매간의 신뢰 문제가 훨씬 더 큰 것이긴 하다. 주님의 기도에는 "우리에게 잘 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소서." 라고 용서의 조건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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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가 기숙 대안중학교로 진학했다. 제 부모와 함께 지낼땐 크게 걱정할 일이 없었지만 아직 어린 데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니 걱정이 많이 된다. 그래서 전화를 해보았더니 전화도 받지 않고 리턴콜도 없다. 학교에서는 전화 통화가 금지되어 있는걸까? 손주에게 어디까지, 얼마나 관심을 가져야 적정한 것일까...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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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 주차를 위해 좁은 공간 진입을 시도하다 주차된 옆차와 살짝 부딪쳤다. 내려서 확인해 보니 범퍼에 가벼운 스크래치가 나 있다. 차에 명함을 꽂아둘까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섰다. 양심에 거리끼는 일이었지만 범퍼를 갈아달라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그리 판단하게 되었다. 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처음 운전할 때 도로가에 병렬주차를 많이 했는데 이 때는 앞뒤 주차된 차의 범퍼를 부딛치며 주차하던 기억이 선명하다. 범퍼는 말 그대로 범퍼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주차 때 옆차에 살짝 스크래치만 내도 범퍼를 통째로 갈아달라고 한다. 낭비도 낭비려니와 지나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어쨌거나 부딛친 차를 두고 돌아서니 하루 종일 찜찜한 기분이다.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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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넘긴 동서 형님과 처형의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졌다. 가끔 우리 부부와 어울려 지방 여행을 같이 했었는데 운전도 어렵고 걸을걸이도 불편해져 몇년 만에 겨우 양양 콘도엘 다녀왔다. 그러나 여정 내내 두 분의 불편한 모습이 계속되어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서글픈 일은 이런 모습이 미구에 다가올 우리 부부의 미래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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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참 덧없다. 작년 설, 처음 출석한 샘밭성당 미사가 끝났을 때 본당 신부가 출석 교인 전원에게 빳빳한 5천원권을 세배돈으로 나주어주었었다. 88년 영세 후 처음 있던 일이라 늘 열배로 갚아야 겠다고 다짐해 왔는데 인사이동으로 이 신부가 전근되는 바람에 세베돈 갚을 기회가 없어지고 말았다. 1년 지난 후 이제 겨우 부임해온 젊은 사제는 설 미사 봉헌후 성당 바닥으로 내려서더니 전 신자를 대상으로 세배를 넙죽 해서 전 신자의 놀라움과 박수 갈채를 받았다. 물론 젊디 젊은 신부였지만 전혀 뜻하지 않은 일로 모두에게 행복을 안겨준 깜짝 이벤트였다. 더 아름다운 모습은 세배돈은 절대 받지 않겠다는 신부의 강력한 공개 주문에도 불구하고 허리가 굽은 한 할머니는 미리 준비해온 봉투를 극구 사양하는 신부 손에 한사코 쥐어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할머니 역시 사제의 세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설 미사에서 생활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막내 사위가 성가 반주 봉사를 해주어 이 또한 작은 감동이었다. 금 년 한해, 뜻하는 일들이 술술 잘 풀려 나가려나???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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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독실한 천주교 신자가 못된다. 그나마 사찰 해설을 하게 되면서 불교에 잠시 심취되어 지난 수년간 냉담 신자였다. 그런데 오늘 1월 1일 성모대축일을 맞아 모처럼 참여한 미사에 손녀딸의 복사 봉사를 지켜보고 있노라니 그 것 자체로 감동이다. 이래저래 타향에서 만들어갈 괜찮은 커뮤니티의 하나가 성당 공동체다.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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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집고양이 깜이를 위해 월동용 숙소를 정성스레 마련해 주었었다. 그런데 깜이와 잘 지내고 있는 들고양이 커피가 그 집을 드나들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의 아내는 깜이를 위해 그 집을 현관 안에 넣어두고 깜이만 들여보내려 했으나 허사다. 들고양이 커피가 여전히 그 집을 드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 세계에서 영역 싸움은 철저하고 어느날 그 순위가 정해지면 서열이 철저히 지켜진다. 이웃 고양이인 얼룩이가 우리 집 주변의 최강자라서 위축돼 있는 깜이를 위해 보일 때마다 이 녀석을 쫓아내 보건만 헛일이다. 애착을 가졌던 사랑말 전원주택과의 인연도 금년으로 정리할 생각이다. 굴러온 돌들에게 박힌 돌이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접기로 했다. 땅과 집도 그 인연이 따로 있는 듯 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게 순리다.

eui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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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매입하고 입주하면서 도로지분 등을 꼼꼼히 챙기지 않았다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고 있다. 모든 사람들을 선량하게만 대해온 결과이자 거래 내역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업보(?)다.

eui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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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동안 보유해오던 압항천가의 맹지에 하천관리계획이 수립된다고 해서 크게 기대했었는데 지방하천의 지류만 포함되면서 내 땅은 제외되었다고 했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초에 없던 땅이었는데 이 땅을 소유하게 되면서 맘고생도 많았다. 이제 다시 없던 땅으로 생각하고 방치해야 할 것 같다. 언젠가는 용도가 생기고 그에 따라 새로운 임자도 나타나겠지....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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