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과 3천만원

지난 월요일(3월 11일) 아침 일찍 띠동갑 큰 누님이 운명하셨다고 생질이 알려왔다. 목욕탕에서 쓰러지신 후 만 3년만이다. 긴병에 효자없다고 부음을 접하고도 그저 무덤덤할 뿐이었다. 세월 탓인가? 감정이 메말라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감정을 아내와 주위에 얘기했더니 어찌 그럴수가 있느냐면서 모두 놀라워한다.
그러나 막상 빈소의 큰 누님 영정 앞에 서서는 쏟아지는 눈물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어릴적 어머니 일찍 여의고 5남매가 맘 고생을 많이 하면서 서로 의지했던 세월이 떠오른 탓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서로 의지한 세월은 잠깐이었고, 이후 여러 문제들이 겹쳐오고 세월도 흐르면서 남매 간의 간극이 무척이나 벌어졌었다. 특히 큰 누님이 아들 빚으로 거리에 나앉게 되었을 때 집을 사주어 살던 집에 계속 살게 해주고 이후 명의까지 손자 명의로 돌려주었건만 매매대금 중 2천만원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해 내가 화를 냈더니 그제서야 돈을 부랴부랴 돌려주면서 우리 관계는 깨지고 그 애틋함 역시 함께 사라졌었다.
영정 앞에 서니 그까짓 2천원만(10여년 전 액면가)이 뭐라고 서로 마음을 돌렸단 말인가 하는 회한이 몰려온다.
허리 수술 때문에 빈소에 오지 못한 작은 누님과도 명의신탁으로 매입한 내 땅을 팔아먹으면서 관계가 완전히 깨졌었다. 이 또한 돈 3천만원(30여년 전 액면가) 때문이다. 물론 두 누님과의 문제는 단순한 돈 문제만은 아니고 남매간의 신뢰 문제가 훨씬 더 큰 것이긴 하다.
주님의 기도에는 "우리에게 잘 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소서." 라고 용서의 조건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 의서 박 의서 · 2024-03-15 10:18 ·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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