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노마드 6/사랑방 손님과 머슴
Author
박 의서
Date
2025-08-26 11:15
Views
150
사랑방 손님과 머슴
소년의 집은 부농은 아니었지만 삼십여 호 마을의 중심이자 가장 앞자리 남향의 따스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채에는 늘 머슴을 두고 있었다. 일할 사람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아랫방과 윗방 구조의 사랑채에는 늘 취식객이 머물고 있기도 했다. 대부분 오가다 머무는 사람들이었지만, 해마다 단골처럼 찾아오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이런 걸 보면 소년 아버지는 사람들을 챙겨서 베풀 줄도 알고 그만큼 인덕도 있었다.
큰집에 모내기 원정을 다녀온 소년은 피로가 겹치고 겹쳤다. 농삿일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소년은 머슴들의 고생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머슴들에게는 비 오는 날이 공치는 날이다. 비 오는 날 이외는 모두 왼 종일 일을 해야만 한다. 하루만 모를 심고 와도 심신이 이처럼 노곤한데 머슴들은 자고 일어나면 아침밥이라고 꽁보리밥 억지로 삼키고 논밭으로 나가야 하니 얼마나 고될까. 더구나 상용이 같이 나이가 어린 머슴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어제와 오늘, 일 좀 했다고 꾀를 부리며 일했는데 상용이는 이런 일을 매일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니냐. 이런 걸 생각하니 소년은 세상에 공부가 가장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머슴이라고 다 불쌍한 것만은 아니다. 어떤 머슴은 그 근본도 알 수 없이 들어온 경우라서 행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소년은 이런 꼴을 보아 넘기지 못하고 머슴에게 덤벼들고 말았다. 이일이 있은 후,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꼭 전에 배서리 하다가 들켜서 주인에게 불려갈 때의 기분처럼 더러웠다. 집에 와서 밥 먹을 때조차 두렵기만 했다. 그래서 밥 한 사발조차 비울 수가 없었다.
소년은 진정으로 아버지를 위하고 자기 집을 위하기 때문에 머슴에게 대들었을까? 아니면 일시적인 흥분 때문에 대든 것일까? 아마도 후자에 더 가까우리라. 소년이 진정 용감했다면 지금 왜 떨고 있는 것일까? 그 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 머슴 녀석 도대체 인간성이 의심스럽다. 앓고 있는 아버지, 햇병아리인 소년, 모두 약한 사람뿐이라고 요게 그냥 소리를 쾅쾅 지르고 제 세상인 듯이 설쳐댄다. 마치 소년 집이 제집인 듯이. 기운만 있다면, 소년은 이 머슴을 패 죽여도 속이 시원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놈이, 우리 집이 허수아비 집인 줄 알아. 나도 해볼 때까지 해보다가 넘어지게 되면 넘어질 거야!’
머슴이 나가버렸다. 뒤늦게 안 일이지만 그 머슴은 사기꾼이었다. 돈 8천 원을 사기했단다. 이틀 전 나가서 안 들어와 그가 산다는 동네로 이웃 아저씨가 찾아갔더니 그런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어머니와 동생들이 살고 있다고 항상 말해 왔었고 얼마 전에는 아버지 제사를 지낸다며 돈 4천 원을 가져갔었다.
큰일이다. 사기당한 건 그만큼 일을 했다고 치지만, 앞으론 농사를 누가 지을 것인가?
머슴이 도망갔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언제나 그렇듯이 계모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에 소년 집을 드나든 머슴이 일곱이나 되기 때문이다. 허탈하기만 한 계모는 허공에 대고 외쳐댔다.
“개 같은 놈!”
소년의 집은 부농은 아니었지만 삼십여 호 마을의 중심이자 가장 앞자리 남향의 따스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채에는 늘 머슴을 두고 있었다. 일할 사람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아랫방과 윗방 구조의 사랑채에는 늘 취식객이 머물고 있기도 했다. 대부분 오가다 머무는 사람들이었지만, 해마다 단골처럼 찾아오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이런 걸 보면 소년 아버지는 사람들을 챙겨서 베풀 줄도 알고 그만큼 인덕도 있었다.
큰집에 모내기 원정을 다녀온 소년은 피로가 겹치고 겹쳤다. 농삿일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소년은 머슴들의 고생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머슴들에게는 비 오는 날이 공치는 날이다. 비 오는 날 이외는 모두 왼 종일 일을 해야만 한다. 하루만 모를 심고 와도 심신이 이처럼 노곤한데 머슴들은 자고 일어나면 아침밥이라고 꽁보리밥 억지로 삼키고 논밭으로 나가야 하니 얼마나 고될까. 더구나 상용이 같이 나이가 어린 머슴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어제와 오늘, 일 좀 했다고 꾀를 부리며 일했는데 상용이는 이런 일을 매일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니냐. 이런 걸 생각하니 소년은 세상에 공부가 가장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머슴이라고 다 불쌍한 것만은 아니다. 어떤 머슴은 그 근본도 알 수 없이 들어온 경우라서 행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소년은 이런 꼴을 보아 넘기지 못하고 머슴에게 덤벼들고 말았다. 이일이 있은 후,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꼭 전에 배서리 하다가 들켜서 주인에게 불려갈 때의 기분처럼 더러웠다. 집에 와서 밥 먹을 때조차 두렵기만 했다. 그래서 밥 한 사발조차 비울 수가 없었다.
소년은 진정으로 아버지를 위하고 자기 집을 위하기 때문에 머슴에게 대들었을까? 아니면 일시적인 흥분 때문에 대든 것일까? 아마도 후자에 더 가까우리라. 소년이 진정 용감했다면 지금 왜 떨고 있는 것일까? 그 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 머슴 녀석 도대체 인간성이 의심스럽다. 앓고 있는 아버지, 햇병아리인 소년, 모두 약한 사람뿐이라고 요게 그냥 소리를 쾅쾅 지르고 제 세상인 듯이 설쳐댄다. 마치 소년 집이 제집인 듯이. 기운만 있다면, 소년은 이 머슴을 패 죽여도 속이 시원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놈이, 우리 집이 허수아비 집인 줄 알아. 나도 해볼 때까지 해보다가 넘어지게 되면 넘어질 거야!’
머슴이 나가버렸다. 뒤늦게 안 일이지만 그 머슴은 사기꾼이었다. 돈 8천 원을 사기했단다. 이틀 전 나가서 안 들어와 그가 산다는 동네로 이웃 아저씨가 찾아갔더니 그런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어머니와 동생들이 살고 있다고 항상 말해 왔었고 얼마 전에는 아버지 제사를 지낸다며 돈 4천 원을 가져갔었다.
큰일이다. 사기당한 건 그만큼 일을 했다고 치지만, 앞으론 농사를 누가 지을 것인가?
머슴이 도망갔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언제나 그렇듯이 계모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에 소년 집을 드나든 머슴이 일곱이나 되기 때문이다. 허탈하기만 한 계모는 허공에 대고 외쳐댔다.
“개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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