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노마드 38/감정 쓰레기통

Author
박 의서
Date
2025-08-2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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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감정 쓰레기통

늙은이가 자원봉사 출근 전에 모닝커피 테이크 아웃하는 동네 커피숍의 알바 직원이 바뀌면서 불쾌한 일을 겪게 되었다. 열흘 모으면 한 잔을 공짜로 주는 마일리지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새내기 알바가 기기를 잘 못 작동하여 쿠폰을 처리하고도 커피를 주지 않아 커피 값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딴소리는 하지 말라고 다짐을 받은 후 이날은 순순히 자리를 떴다.

그 사이 해외여행을 다녀 온 탓으로 이 일이 있은 열흘 여 후 아침에 커피숍에 다시 들렀다. 주인으로 보이는 여직원에게 당시 상황을 조심스럽게 설명하고 공짜 쿠폰 커피를 달라고 했더니 유효 기간이 지난 쿠폰을 제시해서 그랬던 게 아니냐며 늙은이부터 나무란다. 이런 경우 보통은 스마트 폰 앱을 보여 달라고 하여 진위여부를 가려주는 게 다른 종업원들의 태도이자 서비스 자세였다. 늙은이들의 경우 스마트 폰 조작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젊은 종업원들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의 경우에도 고객부터 먼저 의심할 게 아니라 당일 알바에게 전후 사정을 알아보고 대처하는 게 순서였을 텐데 공연한 의심부터 받게 된 늙은이는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당일 담당자에게 먼저 알아보라고 늙은이가 다그쳤더니 알바 직원이 아침 일찍 전화 받는 걸 원치 않아서 불가하단다. 알바 직원의 프라이버시는 소중하고 고객의 불만과 권리는 하찮다는 태도다. 그러면서 프랜차이즈 본사 담당자에게 연결하며 통화하란다. 이미 마일리지 기록이 없어진 상황에서 본사 담당자와의 통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통화를 거부했더니 이후 서로 목소리가 격앙되면서 문제가 악화되었다. 마침 다른 손님이 들어와서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늙은이에게 참으란다. 아마도 많이 시끄러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상황을 알고 나면 늙은이에게 참으라는 소린 못할 것이라며 늙은이가 계속 화를 내고 있으려니 이번엔 느닷없이 경찰이 들이닥쳤다. 업무 방해로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이란다.

‘내 참 기가 막혀서! 오래 살다 보니 별 일을 다 겪네!’

그러나 이 후, 이 일이 발전되어 경찰서 형사과에 가서 조사를 받은 후 검찰에 송치되어 벌금 백만 원의 약식 기소까지 받게 되는, 늙은이로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카페 안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에는 화를 분출하고 있는 늙은이 모습은 물론 커피 값을 지불하면서 카드와 텀블러를 테이블에 내려치는 모습까지도 녹화되어있다는 걸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녹화된 장면 중 욕설까지는 아니었지만 일부 막말까지도 녹음되어 있었으나 폭력으로 간주된 것은 카드와 텀블러를 내려친 것이 결정적이란다. 주인이 공짜 쿠폰 커피 제공을 거절하자 카드로 커피 값을 결제하면서 화가 치밀어 일어난 순간적인 일이었다.

사정이 그렇더라도 전후 사정이나 늙은이 성질로 보아서는 법정 다툼까지 가져가야 할 황당한 일이었지만, 아내와 딸의 적극 만류로 약속 기소를 받아들여 벌금 백만 원을 자진 납부 하고 말았다. 누구 잘못이 더 한지 모를 이딴 일에 벌금 백만 원을 납부한 것도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더 기가 찬 일은 벌금 납부만으로 끝난 게 아니라 전과자 낙인까지 찍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뭐 이런 거지같은 경우가 다 있어! 화도 낼 수 없는 세상이 되었구먼...’

늙은이가 화를 참지 못하고 내뱉은 말에 아내와 딸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칠십 넘은 세월에 전과자가 된들 무슨 대수겠어! 마음 편하게  사는 게 더 소중하지!”

그러나 한편으로는 카페 주인 입장으로 보면 그까짓 천오백 원 짜리 공짜 거피 한잔 때문에 온갖 감정을 쏟아 부은 손님을 감당하기 역시 쉽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이런 일은 비단 남에게만 퍼부어 진 일이 아니었고 늙은이 부부싸움 끝에도 매번 같은 일이 벌어져 아내는 그 때마다 외쳐댔었다.

“난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란 말이에욧!!!”

그까짓 공짜 쿠폰 천오백 원 때문에 백만 원의 벌금을 납부한 것은 물론 전과자로 낙인까지 찍힌 늙은이는 속으로 뇌까렸다.

‘평생  남들에게 쏟아 부은 감정 쓰레기 처리 값을 한꺼번에 모아서 지불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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