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에

우여곡절 끝에 사랑마을 옆집의 원 입주자 부부가 이사 나가고 새로운 부부가 입주했다. 이사 나간 가족과 뜻하지 않은 갈등으로 맘고생이 많았던 늙은이 부부로서는 새 입주자에 대한 기대보다는 또 잘 못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제발 잘 지낼 수 있는 이웃이어야 할 텐데.
이런 걱정이 앞서면서도 옆집에 새로운 부부가 입주하자 늙은이 부부는 반갑게 그러나 조심스럽게 접근해 환영 인사를 했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이 젊은 부부의 반응이 뜻밖에 데면데면하다. 게다가 이사 들어오면 시루떡이라도 돌리는 게 지금까지의 이 작은 마을의 관습인데 이 부부는 그런 것도 하지 않는다. 늙은이는 원 입주자 부부가 이사 나가면서 이 부부에게 나쁜 말을 하고 갔겠구나 하는 것을 직감했다.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새로 이사해 온 이웃은 인사도 제대로 차리지 않은 것은 물론 앞집과 생긴 저온창고 소음 등의 갈등에서도 다툼을 중재하기는커녕 앞집 편을 일방적으로 들면서 이웃 간 관계를 험악하게 가져가고 말았다. 늙은이 입장에서 보면, 굴러온 돌이 밝힌 돌 빼내는 격의 한심하고도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옆집과 이렇다 할 관계를 형성할 사이도 없이 사이가 틀어지게 되자 늙은이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마주치는 옆집 젊은 친구들을 보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늙은이 거실 앞에 옆집이 도로를 해제해 가져간 주차장이 바로 보이는 구조라서 옆집 젊은 친구가 출퇴근을 위해 출차와 주차를 하는 모습을 매일 아침저녁 지켜보는 것조차 고역에 가까운 것이었다. 더구나 늘 적절한 예우를 받으며 평생을 살아왔던 늙은이로서는 젊디젊은 이웃에게 이런 황당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건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모든 걸 접고 불편한 이웃들에게 손을 먼저 내밀어 밥 한 끼 대접해볼까 하는 궁리도 해 보았지만, 기왕에 내뱉어진 이웃들의 괘씸한 태도와 험한 말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도저히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이렇게 일 년여를 불편하게 지낸 늙은이는 새해를 맞아 밤새 내린 눈을 치우느라 마주친 이웃 젊은이에게 넌지시 운을 뗐다
“이렇게 불편하게 지내는 게 좋으시우?!”
‘예, 사실 저도 불편하네요. 앞으로는 이웃 간에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반응을 기대했던 늙은이에게 그러나 뜻밖의 응수가 돌아왔다.
“전혀 불편하지 않은데!”
말까지 끊어온 이 대답으로 인해 이웃과 관계를 개선하기는커녕 새해 벽두부터 심한 다툼만 유발하게 된 늙은이는 이런저런 고성이 오고 간 끝에 옆집 젊은 친구에게 소리쳤다.
“자네 도대체 몇 살이지?!!!”
“그러는 당신은 몇 살이냐?!“
”난, 일흔다섯이다!“
옆집 젊은 친구는 늙은이의 이런 고성에 응대를 피한 대신
”당신 때문에 이사 나간 김 선생이 신경쇠약으로 치료받은 걸 알고나 있느냐?“
라며 엉뚱한 응수를 해왔다. 늙은이로서는 금시초문이었지만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답변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미안한 얘기긴 하지만 김 선생의 퇴거나 치료는 본인의 자업자득이지 늙은이 탓은 아닌 것이다. 설령 먼저 살다 간 김 선생이 병원 치료를 받은 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게 새로운 이웃과의 관계 설정에 무슨 장애가 된단 말인가! 이사를 안 왔으면 모르되 기왕에 들어왔으면 새로운 이웃과 잘 지내는 게 전원살이의 우선 과제일 터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교수 신분의 옆집 젊은 친구는 50대 전후의 나이로서, 늙은이에게는 아들이나 조카뻘에 불과한 괘씸하기 짝이 없는 그야말로 싸가지 없는 놈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어르신 어르신하며 예를 갖추며 처음 몇 달을 잘 지내던 동년배의 전 거주자 김 선생 부부와 비교하면 노루 피하려다 범 만난 꼴이 아닐 수 없는 기막힌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늙은이는 허공에 대고 목청을 한껏 높혔다.
”이런 후레자식 같은 놈!!!“
박 의서 박 의서 · 2025-04-05 07:14 · Views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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