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좀도둑의 차이
Author
박 의서
Date
2023-02-18 21:42
Views
178
시골에서 자란 나는 서울에 온 이후 이름과 분위기가 모두 촌스러운 둔촌동에서 오래 살았고 또 정이 들어서 이곳을 떠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차례의 해외 생활 후에도 꼬박 꼬박 지금의 아파트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 돌아와서는 지하철 5호선이 들어와 출퇴근이 무척 편리해졌다. 편해진 지하철 덕분에 마침 IMF를 맞아 형편도 여의치 않은 차에 자동차를 사지 않아도 되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렇듯 고마운 지하철 안에서 귀국 후 한 달여쯤 지나, 늘 들고 다니던 가방을 분실하였다. 퇴근 후 술 한 잔하고 지하철에 가방을 올려놓은 채 깜박 잠이 들었었는데 내릴 때 보니 가방이 없어진 것이다. 그 안에 뭐 값진 것이 들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분신같이 오랫동안 들고 다니던 가방이라서 허전하였고 특히 개인 전화번호부가 그 안에 들어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 큰 불편을 겪게 되었다.
이탈리아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도둑이 많기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관광객은 물론 이곳에 근무하는 주재원들도 주재 근무 기간동안 한 두 번씩 도난을 당하는 것은 예사로 되어있다. 도난의 내용도 자동차, 집털이, 가방들치기 등 다양하다. 내 경우는 3년여를 근무하면서 운 좋게도 도난 한번 당한 적이 없었는데, 귀국을 한 달여쯤 남겨놓은 시점에 조그만 도난 사건을 겪게 되었다. 밀라노는 다른 이탈리아 도시와 마찬가지로 두오모라는 대성당을 중심으로 발달된 도시인데, 점심 식사 후 이곳 광장을 지나 사무실로 돌아가던 중 집시들을 만났지만 늘 겪던 일이라서 그들을 뿌리치고 한 300여 미터쯤 왔을 때인데, 집시 중 어린이 한명이 달려와서 등 뒤에서 나를 부러 세우는 것이었다. 돌아본 나에게 놀랍게도 이 집시 어린이는 내 열쇠지갑을 내미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주머니를 뒤져보니 분명히 늘 지니고 다니던 열쇠지갑이 없어져 있었다. 이탈리아는 다른 서양사회와 마찬가지로 아파트, 사무실, 자동차 등의 열쇠를 무거울 정도로 챙겨가지고 다녀야 하는 데 사무실과 아파트 열쇠 등은 보통 복사가 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분실하면 여간 불편해지는 게 아니다. 이 집시 어린이는 열쇠 지갑을 돌려주면서 손바닥을 같이 내밀었다. 열쇠를 돌려주니 사례를 하라는 뜻이었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지만 한편 생각해 보니 고마운 일이기도 하여 열쇠 주머니 안에 있던 잔돈 몇 천 리라를 그 아이의 손에 쥐어주고 쓴 웃음을 짓고 돌아선 적이 있었다. (이 열쇠 주머니는 결국 이번에 가방과 함께 내 곁을 떠났다.)
도난당한 가방과 그 가방속의 전화번호부 때문에 몇 번이나 지하철 분실물 센터에 전화를 해보았지만 허사였고 그 안에 명함이 들어있었으니 도둑이나 또 그 가방을 주은 다른 사람이 전화라고 해주겠거니 하고 기대하여 보았지만 허사였다.
많은 사람들은 이탈리아를 이야기하면 부정적인 면을 먼저 떠올리는 것 같다. 도둑이 많은 나라,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 미남자들이 여행객을 상대로 추근거리는 나라. 시간을 지키지 않고, 약속도 지키지 않는 나라......
밀라노에 20년 이상을 거주하면서 이탈리아인들에게 한국어를 강좌하고 있는 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한국관련 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자기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고 도 직속 상사들이기도 한 한국인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있기는커녕 늘 경멸하고 있다는 것이다. 듣기에 참으로 민망한 이야기이지만 ‘빨리 빨리’와 ‘Piano piano(천천히, 천천히)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나라 간의 확연히 다른 업무 처리방식, 또 아랫사람을 대하는 권위주의적인 우리의 태도가 이들을 모두 적대관계로 돌려놓고 있구나 싶어 씁쓸한 느낌을 가졌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사람이 되라고 하였는데 우리의 경우는 아직까지도 현지에 적응하면서 많은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우리 주재원들이 현지 아파트에 입주할 때 임차보증금을 보통 3개월분 정도 내게 되는데 이탈리아에서의 보증금은 전세 보증금의 성격보다는 수선충당금의 성격이 강해서 퇴거 시 페인트, 가구 등의 손상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비용을 전부 또는 일부 공제하도록 되어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전세입주금을 계약기간이 끝난 후 당연히 돌려받는 것으로 되어있어 당연히 돌려받으려는 한국 주재원과 비용을 공제하려는 현지인간에 첨예한 갈등을 빚게 된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불필요한 불신을 낳고 나아가 우리나라와 한국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흐려놓는 결과를 빚게 되는 것이다.
돈과 신용을 선택해서 잃을 수 있다면 당연히 돈 쪽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탈리아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도둑이 많기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관광객은 물론 이곳에 근무하는 주재원들도 주재 근무 기간동안 한 두 번씩 도난을 당하는 것은 예사로 되어있다. 도난의 내용도 자동차, 집털이, 가방들치기 등 다양하다. 내 경우는 3년여를 근무하면서 운 좋게도 도난 한번 당한 적이 없었는데, 귀국을 한 달여쯤 남겨놓은 시점에 조그만 도난 사건을 겪게 되었다. 밀라노는 다른 이탈리아 도시와 마찬가지로 두오모라는 대성당을 중심으로 발달된 도시인데, 점심 식사 후 이곳 광장을 지나 사무실로 돌아가던 중 집시들을 만났지만 늘 겪던 일이라서 그들을 뿌리치고 한 300여 미터쯤 왔을 때인데, 집시 중 어린이 한명이 달려와서 등 뒤에서 나를 부러 세우는 것이었다. 돌아본 나에게 놀랍게도 이 집시 어린이는 내 열쇠지갑을 내미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주머니를 뒤져보니 분명히 늘 지니고 다니던 열쇠지갑이 없어져 있었다. 이탈리아는 다른 서양사회와 마찬가지로 아파트, 사무실, 자동차 등의 열쇠를 무거울 정도로 챙겨가지고 다녀야 하는 데 사무실과 아파트 열쇠 등은 보통 복사가 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분실하면 여간 불편해지는 게 아니다. 이 집시 어린이는 열쇠 지갑을 돌려주면서 손바닥을 같이 내밀었다. 열쇠를 돌려주니 사례를 하라는 뜻이었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지만 한편 생각해 보니 고마운 일이기도 하여 열쇠 주머니 안에 있던 잔돈 몇 천 리라를 그 아이의 손에 쥐어주고 쓴 웃음을 짓고 돌아선 적이 있었다. (이 열쇠 주머니는 결국 이번에 가방과 함께 내 곁을 떠났다.)
도난당한 가방과 그 가방속의 전화번호부 때문에 몇 번이나 지하철 분실물 센터에 전화를 해보았지만 허사였고 그 안에 명함이 들어있었으니 도둑이나 또 그 가방을 주은 다른 사람이 전화라고 해주겠거니 하고 기대하여 보았지만 허사였다.
많은 사람들은 이탈리아를 이야기하면 부정적인 면을 먼저 떠올리는 것 같다. 도둑이 많은 나라,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 미남자들이 여행객을 상대로 추근거리는 나라. 시간을 지키지 않고, 약속도 지키지 않는 나라......
밀라노에 20년 이상을 거주하면서 이탈리아인들에게 한국어를 강좌하고 있는 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한국관련 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자기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고 도 직속 상사들이기도 한 한국인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있기는커녕 늘 경멸하고 있다는 것이다. 듣기에 참으로 민망한 이야기이지만 ‘빨리 빨리’와 ‘Piano piano(천천히, 천천히)로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나라 간의 확연히 다른 업무 처리방식, 또 아랫사람을 대하는 권위주의적인 우리의 태도가 이들을 모두 적대관계로 돌려놓고 있구나 싶어 씁쓸한 느낌을 가졌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사람이 되라고 하였는데 우리의 경우는 아직까지도 현지에 적응하면서 많은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우리 주재원들이 현지 아파트에 입주할 때 임차보증금을 보통 3개월분 정도 내게 되는데 이탈리아에서의 보증금은 전세 보증금의 성격보다는 수선충당금의 성격이 강해서 퇴거 시 페인트, 가구 등의 손상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비용을 전부 또는 일부 공제하도록 되어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전세입주금을 계약기간이 끝난 후 당연히 돌려받는 것으로 되어있어 당연히 돌려받으려는 한국 주재원과 비용을 공제하려는 현지인간에 첨예한 갈등을 빚게 된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불필요한 불신을 낳고 나아가 우리나라와 한국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흐려놓는 결과를 빚게 되는 것이다.
돈과 신용을 선택해서 잃을 수 있다면 당연히 돈 쪽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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