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와 『신바람』

Author
박 의서
Date
2023-02-1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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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시절 같은 지역에 근무했던 인연으로 잘 알고 지내는 일본관광진흥회 서울사무소장을 한여름에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더니 대뜸 “호티스트 썸머 인 마이 라이프 ( Hottest summer in my life )" 라고 인사를 해왔다. 그의 사무실이 우리 공사빌딩에 입주해 있는 관계로 듣기 민망한 얘기였지만 어찌 금년 더위가 그에게만 ‘호티스트’였겠는가? 동료들도 그랬고 나도 그랬지만 이런 한증막 더위 속에서 일은 무슨 일이냐면서 부채질 빌미삼아 사보타지(?)를 하고 있는 마당에 엉뚱하게도 두 권의 책을 강제로 읽게 되었다.

한 권은 30만 권 이상이나 팔린 이 험한 세상살이의 고전이라면서 동료  원이 애교스럽게 권해온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문고본이었고, 다른 한 권은 사보에 데뷔 좀 해달라는 입사  기의 오랜 성화에 못 이겨 골라본 『W이론을 만들자』라는 최근의 베스트셀러였다.

『무소유』는 국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죽어서 다시 태어나도 이 나라에 태어나고 싶다는 법정스님의 수필집이고, 『W이론을 만들자』는 초등학교 교과서만큼이나 큼직큼직한 글씨체로 쓰여져서 찜통더위에도 불구하고 청량제로서 부담 없이 읽을 수가 있었다. 우리 모두 이 혹독한 여름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견디어 왔겠지만 언뜻 보기에 인생살이의 상반된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이 두 책 사이의 여기저기에 정성스레 숨겨져 있는 따사로움과 신바람론이 내게는 청량제 겸 버팀  돌이 되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욕심과 미움으로 빚어진 이 세상의 갈등이 버림과 사랑에 의해서만 극복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법정스님은 이 책에서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 아무 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되는 것이 무소유의 역리(逆理)’라는 자족(自足)의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면우 교수의 『W이론을 만들자』는 요즈음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침체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요 일간지와 잡지 등을 통해서 크게 소개된 바 있는데 ‘신바람’론에서 오늘의 우리 현실을 ‘침체와 좌절’로 규정하고 이러한 답답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 민족 고유의 특성인 신바람을 ‘W이론'의 실체로 제시하고 있다. ’W이론‘이 라는 말은 미국 제조업의 발전을 가져온 X이론과 Y이론, 그리고 일본상품의 세계제패를 가능하게 한 경영철학의 Z이론의 대응개념으로 붙여진 용어로서 이면우 교수는 선진국들이 그들의 현상에 맞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오늘의 부를 이룬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토양에 맞는 경영철학의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혹독했던 더위와 정부당국의 공사기능 분리계획 소문 등으로 탈진했던 우리 공사 가족들에게 무엇이 ‘신바람’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이면우 교수가 ‘W이론’에서 신바람의 진원으로 제시한 사고의 혁신, 발상의 전환, 상식과 순리의 회복, 포부가 담긴 발전의 목표, 변화를 이끌어갈 관리자 정신, 그리고 관리자의 희생정신과 솔선수범을 우리 조직에 접목시키는 것이 아닐까?

인생살이에 있어서 지나친 욕심은 파멸을 자초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사과나무 아래서 입만 벌리고 앉아 사과 떨어지기를 기다린다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가 다르게 변천해 가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미아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법정스님의 ‘무소유’로 대변되는 자족하는 생활의 자기 관리와 이면우 교수의 ‘신바람’으로 대변되는 조직관리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슬기로운 판단이 이 여름의 탈진으로부터 벗어난 인생을 풍요롭게 가꾸어갈 수 있는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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