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일기

Author
박 의서
Date
2023-02-18 20:48
Views
173
http://www.gtn.co.kr/readNews.asp?Num=45197

일상의 출퇴근을 소풍하듯 오가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늘 밀리는 올림픽도로도 아름다운 한강을 즐기며 오가면 전혀 다른 길이 된다. 신도시 개발의 굉음으로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김포평야 역시 계절별로 아름다움을 달리하고 있다. 염하강과 강화대교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은 김포와 강화가 분리되어 있는 줄도 모르고 오가지만 강화사람들은 그 차이를 다 안다. 강화에서 강화다리만 건너 김포만 가도 공기가 다르다는 것을. 00년 00월 00일

강화 출퇴근과 학교기숙사 생활을 10여년 하다보니 강화가 자꾸 좋아진다. 처음엔 기숙사에서 혼자 지내는 게 외롭고 구내식당에서 시간 맞추어 밥 챙겨먹는 것도 불편해서 강화까지 와 직장 잡은 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이 생활에 매우 익숙하다. 주말에 서울 집에 갔다가 일요일 오후쯤 되면 강화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월요일 안양에 회의가 없는 주에는 일요일 오후 늦게나 밤늦게 강화의 기숙사로 서둘러 돌아오기 일쑤다.

기숙사 방은 서너평이나 될까?  책상, 옷장, 냉장고, 침대 그리고 TV와 라디오 한 대가 살림의 전부다. 편의시설로 샤워기가 달린 화장실과 세면대가 달려있다. 이런 공간에서 10여년을 지내다 보니 이 공간 이외의 장소는 모두 사치로 느껴진다. 더 가지고 있어 보았자 청소하기만 번거로운 데다 따로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살아서 서너평의 공간이면 부족함이 없고 죽어져도 비슷한 공간을 차지하면 그만인 것을.

우리 기숙사의 방들은 남향, 동향, 서향  그리고 북향의 방들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여기서도 좋은 향을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펼치고 선후를 따진다. 주어지고 가진 것으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는데도 말이다.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 하기 보다는 내게 주워진 것을 즐기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기숙사 생활은 여름과 겨울 방학기간 중 밥먹을 구내식당이 문닫는 것을 빼고는 특별한 불편이 없다. 방학 중 만큼은 학교 근처에 걸어서 닿을 식당이 없기도 하거니와 매 끼니를 사먹어야 하니 좀 불편하다.  00년 00월 00일

강화로 가는 길은 특히 가을이 아름답다. 드넓은 김포평야에 벼가 읽어갈때의 황금벌판은 풍요롭기 그지없어 마음도 같이 너그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김포평야가 매년 아파트촌으로 야금야금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김포가 어느날 아파트촌으로 바뀌는 날 김포의 살림살이는 좀 나아질지 모르겠지만 김포의 정체성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강화는 좀 나아지려나? 그러나 이대로 가다가는 강화마저도 아파트와 전원주택으로 뒤덮일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다. 그리되면 강화 역시 사람들로 부터 외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00년 00월 00일

김포 벌판과 한강하구에 철세떼가 날아들면 겨울을 알리는 신호다. 어릴적 고향 하늘을 기억자로 무리지어 남쪽으로 날던 새떼들을 기러기로 기억하고 있는 나는 한강하구와 김포평야에 군집하고 있는 새떼들의 종류를 알지 못한다. 아마도 청둥오리이거나 기러기일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몇년 전 한강 하구에 일산대교가 건설될 때 철새들을 쫓아낼 거라는 우려로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의 시위가 있었다. 그러나 새떼들의 이동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지금은 한강하구를 따라 올림픽대로의 연장인 김포 한강로가 건설되고 있다. 일산대교도 그렇고 김포한강로도 그렇고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에게는 여간 편리한 교통시설이 아니다. 철새는 당연히 보호되어야 하겠지만 보호와 인간 편의의 적절한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러나 그 어떠한 경우라도 철새의 궁극적인 가치가 인간의 존엄성 위에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00년 00월 00일

일본 대지진 이후 봄비가 더 이상 봄비가 아니다. 사람들은 방사능이 포함된 비 때문에 거리에 나서길 두려워한다. 어제도 방사능에 더해 황사를 포함한 비가 오후 늦게부터 내렸다. 방사능과 황사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봄비는 봄비다. 아침에 기숙사 창문을 여니 화창한 봄날이 밝은 햇살을 받아 대지에 그득하다. 아 참 좋구나...이렇게 맑은날 탁 트인 대지와 함께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게.... 기숙사 식당에서 계란국으로 어제 저녁 빈소에서 소주로 상한 속을 달래고 벚꽃 길을 걸어 올라오는 상쾌함이란....상가집에 들르느라 일요일 저녁 강화에 오길 참 잘했구나....오늘 서울서 친구들도 온다고 하니 나들이길의 친구들도 좋을 것이고 동반해서 석모도까지 가는 나도 친구와 함께이니 더불어 좋겠구나...환갑을 넘기는 나이니 기회가 닿는대로 순간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겠다...강화의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는 하루다....00년 00월 00일

강화는 요즈음 조력발전소 건설문제로 시끄럽다. 인천만과 강화 석모도 일대에 조수간만의 낙차를 이용하는 조력발전소 건설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의 대체에너지 개발 탄력에 편승하여 강화지역의 성장 동력을 주장하는 개발론자들과 세계 5대 규모라는 강화 갯벌의 생태계 훼손으로 인한 어족자원 고갈로 빚어질 죽음의 바다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환경·어민단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4대강건설사업의 거대 논쟁이 강화에서 축소판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라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어려운 결정이겠지만 어느 쪽이 장기적으로 우리 후손들과 강화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냉철이 따져봐야 할 때다. 00년 00월 00일

환갑 맞은 해에 강화캠퍼스 학장실의 동양란 네그루가 모두 꽃을 피웠다. 난 꽃은 한 그루 보기도 힘들다고 하는데 네그루 모두 함께 꽃을 피우니 주위에서 모두 좋은 일이 있을 징조란다. 그래서 그런지 금년에 좋은 일이 많이 겹쳐오고 있다. 대학으로 직장을 옮기고 10여년 만에 받은 테뉴어. 외손주 설겸의 출생. 큰 딸 결혼. 결혼 30주년. 환갑.....
영산홍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열린 강화캠퍼스 체육대회는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비를 맞지 않고 행사를 치렀다. 이현령비현령이지만 이 또한 우리 방에 핀 난 꽃 덕분이라고 견강부회식 공치사를 해 본다.

그러나 좋은 일은 홀로 오지 않는 법이다. 노여움과 화를 절제하지 못해 깊어진 젊은 후배들과의 갈등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자괴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누구와 어떻게 갈등을 겪던 그 몫은 온전히 내 부덕의 소치이니 그 누구를 탓할 수 있으랴... 환갑을 넘긴 나이가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다만 기대가 크면 실망은 오히려 배가되는 법이니 사람에 대한 기대는 앞으로 신중하게 해야 할 일이다. 인생만사 전화위복이라고 이런 부끄러움을 거울삼아 남은 여생은 슬기롭고 아름답게 살아가야 할 터이다.    00년 00월 00일

5월의 화사한 영산홍이 빛을 잃을 때가 되면 강화의 밴댕이와 병어가 입맛을 돋구는 계절이다. 강화 벌판에는 모내기를 끝낸 벼가 뿌리를 내리면서 녹음이 짙어져 간다. 그러나 강화에서 강화 산 밴댕이를 구해 먹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강화 인근 해역에서 예전처럼 밴댕이가 많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강화 횟집들도 예전만큼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푸념이다. 강화에서 잡힌 해산물보다는 외지에서 들여온 수산물을 아무런 분별없이 손님들에게 내놓은 탓이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상거래에서도 진정성이 없으면 손님에게 감동이 전달되기 어렵다. 중국 상인들이 삼국지의 관운장을 섬기는 이유를 공부해서 닮아가야 한다. 관운장은 신의의 상징으로서 중국 상인들은 관운장의 신의를 상거래의 최고 덕목으로 삼기 위해 섬겨 오고 있기 때문이다.

밴댕이와는 달리 강화의 병어는 여전히 어획량도 많고 신선하다. 막 잡아 올린 병어는 회로 먹어도 좋지만 찜으로 먹어도 일품이다. 병어회와 병어찜 맛에 매료되면서 강화캠퍼스의 한 학기도 마무리되어 간다. 몇 학기 전까지만 해도 구내식당에서 병어를 사다놓고 병어회 파티를 모두 모여 즐겼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교직원들의 참여가 시들해지면서 그런 재미가 없어졌다. 인간미 역시 더불어 시들해지고 있어 아쉽기 짝이 없다. 00년 00월 00일

지난 연말 학장 보직을 내놓은 뒤 이번 학기부터 월요일 첫 시간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월요일 첫 시간 강의준비를 위해서 일요일 오후에 한가롭게 강화로 향한다. 시간에 쫒기지 않으면서 주말 오후를 올림픽대로와 새로 개통된 김포한강대로를 달리니 매우 한가로운 느낌이다. 학장 보직까지 내놓은 학기라서 마음이 더욱 홀가분한 탓도 있을 게다.

지난 가을 김포한강대로가 개통된 후 강동의 집에서 김포 누산리 삼거리까지 40분이면 닿을 수 있다. 김포한강대로 개통과 함께 경인아라배길도 거의 동시에 통수되어 한강변의 매력이 하나 더 늘었다. 아래배길의 환경 평가와 경제적 효과는 가늠할 수 없으나 수도권 시민들을 위한 매력이 추가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김포한강대로가 끝나는 지점인 누산삼거리에서 강화캠퍼스까지 30분이면 닿으니 집에서 학교까지 한시간 십분의 통근거리다. 한강대로 개통전보다 10분에서 20분 정도 빨라져 집에서 출퇴근도 가능한 시간대이지만 주말의 이런 여유 때문에 강화의 기숙사 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00년 00월 00일

월요일 아침 기숙사 식사를 일찍 마치고 본관으로 향하는 산책길은 나름 출근길인 셈이지만 늘 상큼하고 여유롭다. 번잡한 서울을 벗어나 이렇게 한가롭게 한 주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캠퍼스 벚나무 가로수길을 지나 본관 앞 잔디운동장을 가로질러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커피를 끓인다. 커피향이 연구실을 가득 메워오면 이 세상에 더 부러울 게 없을 만큼 행복해진다. 이 모든 것이 기숙사 생활 때문에 누리고 있는 혜택이다. 00년 00월 00일

학기 중에 자투리 시간이 나면 강화캠퍼스 뒷산인 혈구산을 오르내렸었는데 심혈관 수술 받은 후로는 산행이 벅차다. 그래서 캠퍼스 앞뜰을 대신 산책한다. 오늘은 월요일 일과 후라 기숙사에 머무르는 동료 교수가 없다. 어차피 누군가 있다 해도 건강을 이유로 술을 끊은 후로는 동료 교수들과 같이 어울릴 기회가 없어 졌다. 그래서 늘 혼자 산책길에 나선다.

논두렁 밭두렁 사이를 걷다보면 고향생각이 난다. 아버지 생존해 계실 때는 주말을 이용하거나 휴가 때면 시골에 내려가 익숙한 논길과 밭길을 헤집고 다녔었다. 대개는 모내기가 끝난 후 녹음이 짙은 계절이었다. 고향의 뜰은 어머니 품안같이 푸근했었다. 그러나 이곳 강화의 논두렁 밭두렁은 고향만큼 푸근하지가 않다. 모내기가 끝나 녹음이 짙고 온 시야가 산야로 덮여 있기는 고향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논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농가마다 소, 돼지, 양계 등의 축사를 거느리고 있어 고얀 냄새가 진동한다. 특히 캠퍼스 주위의 농가들은 개를 많이 사육하고 있다. 돼지나 소는 사람이 접근해도 짖거나 울지 않지만 개들은 요란하게 짖어댄다. 인기척뿐만 아니라 새벽녘 동이 틀 때도 개들은 맹렬히 짖어댄다. 개를 한두 마리 사육하는 게 아니고 수백 마리씩을 여기저기서 사육하고 있기 때문에 개들이 한번 짖어대기 시작하면 온 강화 벌판이 들썩이는 느낌이다. 반려동물인 개를 보신탕용으로 사육하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이 해서는 안되는 무도한 일인 것 같다.

오늘 논길에서는 고라니를 만났다. 매년 이맘때쯤 논밭이 수풀로 욱어지면 고라니가 떼를 지어 뒷산에서 내려온다. 아마도 새끼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어미 애비 고라니를 따라나선 새끼 고라니들일 것이다. 고라니가 산에 들에 넘치다 보니 도로가에 달리는 자동차에 치어 죽은 사체들도 자주 눈에 띤다. 작년 가을 녘에는 내 차에도 고라니가 뛰어들어 치인 적이 있었다. 끔찍한 상황이라 차를 멈추거나 뒤도 돌아보지도 못한 채 학교로 돌아왔었다.

강화의 농가들은 고구마를 많이 심는데 고구마 밭마다 펜스를 쳐 놓고 있다. 고라니 떼로부터 고구마 순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모가 자라고 있는 논에는 오리로 보이는 낯선 새 떼들도 많이 보인다. 아마도 지난 해 겨울 무리와 함께 돌아가지 못한 철새 떼일지도 모르겠다. 00년 00월 00일

서울엔 벚꽃이 꽃잎을 흩날리며 지어가고 있지만 강화캠퍼스의 벚꽃은 아직도 잠에서 깨어날 생각이 없다. 이번 주 중엔 그 아름다운 민 얼굴을 보여주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다음 주 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대신 혈구산 능선의 진달래는 어제 내린 비 때문에 그 선홍빛이 햇볕에 눈부시다. 담주부터는 고려산 진달래축제도 시작된다고 했지. 00년 00월 00일

오늘 아침 기숙사에서 연구실로 올라오는 길은 어제 내린 비탓으로 상쾌함의 극치다. 이럴 때마다 강화생활이 참으로 행복한 마음이다. 그런데 어제 대학구조조정위원회에서 강화의 관광경영학과를 안양에 통합하여 관광대학으로 특성화하는 안을 가결시켰다고 한다. 강화 출퇴근에 불편함을 느껴왔던 젊은 교수들에겐 입이 귀에 걸릴 희소식이겠지만 나로서는 남은 정년의 절반을 안양에서 지내야 한다고 생각 하니 씁쓸한 마음이다. 그래, 변화한다는 사실만 변하지 않고 모든 게 변해가는 것이 세상 이치이니 적응해 나갈 수 밖에. 00년 00월 00일

구내식당의 오늘 아침 풍경.
나는 늘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위해 구내식당이 공식 오픈하는 여덟시 반 전인 여덟 시 쯤에 식당에 들어선다. 그런데 오늘 아침엔 구내식당 아주머니 네 분이 테입을 틀어놓고 구령과 음악에 맞추어 국민체조를 하고 있다. 다행히 거의 끝날 무렵이어서 같이 몸 좀 풀다 아침 상을 받았다. 늘 그렇지만 한 테이블 건너쯤에서 아주머니들과 같이 아침 식사를 한다. 그런데 아주머니들의 아침 테이블 모습은 늘 호호깔깔 즐겁기만 하다. 아주머니들의 단합대회가 따로 없는 것이다.
오늘 아침은 특별히 즐거운 모습이라 자리에서 일어서며 한 마디 거들었다.
" 너무 즐거운 것 아녜요. 보는 사람 샘나게 스리..."
제일 나이들어 칠순 전후로 보이는 아주머니의 대답이 걸작이다.
"그래야 학생들한테 맛있는 밥을 해줄 수 있지요..."
강화의 아침은 늘 상큼하고 즐겁다.  00년 00월 00일

지난 밤부터 새벽까지 강화에는 5월의 장마가 이어졌다. 새벽잠을 깨어 기숙사 창문을 여니 장대비가 대지와 나뭇잎을 세차게 내려부수고 있다. 창문을 열어 놓은 채 다시 잠을 청하니 뻐꾸기와 이름 모를 새소리가 비소리와 함께 자장가를 불러준다. 아, 얼마만에 느껴보는 자연의 숨소리인가. 어릴적 툇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장마비를 마주하던 향수에 젖는다.
요즘 자연이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지난 토요일엔 청계산에서 과천으로 내려오면서 전기줄에 앉아 노래하고 있는 제비를 만났다. 제비의 날개짓과 무엇을 향한 멜로디인지 모르지만 모처럼 듣는 친숙한 운율에 마음이 평안해 졌었다. 그래.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야지.... 00년 00월 00일

아침에 샤워하듯 비가 살짝 내려 강화캠퍼스가 촉촉해졌다. 예외없이 강화의 아카시아도 서울보다 열흘여 늦게 만개하여 강화의 녹음이 비로소 완성된 느낌이다. 저 짙푸름 안에 고라니도 꿩도 모두 품고 있어 적막함의 깊이를 알 수가 없다. 다만 오늘 아침, 아카시아 향기를 쫓아 새때들만이 맑고 푸른 하늘과 노닐고 있다. 00년 00월 00일

모처럼 강캠에 들러 짐도 정리하고 밀린 일도 처리했습니다. 강캠과 강화는 언제 들러도 내게 평안을 안겨주는 곳입니다. 내일(130801)부터 내년(2014년) 1월말까지 6개월 간 공식적으로 안식학기 들어갑니다. 130731

안식학기에 방학까지 합쳐 8개월 만의 공백 끝에 강화의 연구실로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학생들과 마주하니 익사아팅하기도 하지만 좀 어색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연구실에 쌓여 온 우편물 등을 정리하고 나니 마음도 함께 정리된 느낌입니다. 오늘 오후에는 처음으로 대면하는 학생들과 첫 수업도 진행했습니다. 첫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수강 신청한 학생 중 두 명만 결석하고 강의실을 꽉 메운 모습이라 다소 놀랐습니다. 나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첫날부터 강의에 몰입했네요. 나도 그렇고 학생들도 그렇고 하루 빨리 정상적인 강의실 환경으로 돌아가야지요....140303

미세먼지로 불쾌하던 공기가 어제 밤에 내린 봄비로 말끔히 가셨다. 기숙사에서 본관으로 올라오는 아침 산책길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봄기운이 강화캠퍼스와 캠퍼스를 둘러싼 혈구산 자락에도 완연하다. 이름 모를 새소리도 여기저기서 봄맞이로 경쾌하다.

어제 저녁엔 학교 구내식당에서 신입생 새내기들을 위한 환영행사로 새 학기의 상큼한 출발을 예고했다. 작은 캠퍼스와 외진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신입생들은 밝은 모습으로 충만해 있고 이들 새내기들을 위한 선배들의 환영 의지 또한 따뜻하고 견고해 보여 좋아 보인다. 자! 새로운 출발이다. 나도 이들의 신선함에 함께 묻어 가야지!! 140318

우리 대학 강화캠퍼스는 방문하는 사람마다 명당터라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나도 캠퍼스에 들어설 때마다 늘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땅이 기름진 땅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많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어디가 사람 살 만한 땅인지를 찾아 정착해 왔는데 이 곳은 캠퍼스가 들어서기 전에는 공동묘지와 작은 못이 있었다고 하고 그 위로는 무속인들이 기도를 하던 계곡이 연결되어 있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주거지로서는 기피했던 터이다. 강화는 단군이래의 주거지로 알려졌져 있음으로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배척을 받아 왔던 곳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강화캠퍼스는 명당인데 비해 식물들이 잘 자라는 곳은 아닌 것 같다. 교문에서부터 입구 길의 양쪽에 심어 놓은 벚나무들도 식목 초기에 비해 잘 자라있긴 하지만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린 흔적이 역력하다. 이 때문에 지난 주부터 시설 관리 직원이 나무들마다 영양제 주사를 놓아주고 있는데 매년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풍수를 좀 안다는 지인이 강화캠퍼스를 방운했을 때 한 말이 있다. 이곳은 대학 건물같은 큰 건물이 틀어섰기에 명당이 될 수 있었다고....14325

연구실의 서가를 틈나는대로 비워간다. 오랜 동안 간직하며 이사할 때 마저도 버리지 못했던 것들이다. 나름의 우선 순위를 정해 버려가면서 늘 생각하는 것은 언젠가는 우선 순위에 관계없이 모두 버려야 할 것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선은 순서를 정해서 비워가고 있지만 비워도 비워도 그 흔적이 눈에 뜨이지 않는 연구실의 서가다. 140326

강화캠의 진달래가 선홍빛으로 벌써 만개했다. 예년 같으면 서울보다 일주일에서 열흘여 정도 늦게 오던 꽃 소식이다. 비온 뒤의 모습이라 캠퍼스의 아침 공기도 청정하고 이름모를 새소리들도 여전하다.
오늘 새벽에는 침대가 갑자기 꿈틀거려 북의 공격이 시작된 줄 알고 놀라 일어나 창밖을 내다 보았지만 별 일은 없었다. 아침에 텔레비젼 뉴스를 보니 태안에서 시작된 지진의 진앙이 수도권 전체까지 느껴진 것이라고 한다. 언젠가 LA를 여행하던 중 호텔에서 강진을 경험한 이후 두 번째의 지진 경험이다. 14401

강화캠의 벚꽃이 화사함 그 자체다. 벚꽃길 따라 만개한 벚꽃때문에 캠퍼스 전체가 바랜듯 밝은 빛을 발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일교차가 커 해진 후에는 몸을 사려야 할 만큼 춥다. 친구의 권면따라 옻닭이라도 해 먹어야 할까나.... 140415

오기 싫은 비를 억지로 뿌린 것 같다는 시적인 말을 구내 식당 아주머니가 한다. 일요일부터 오늘까지 사흘째 비를 뿌렸지만 찔끔짤끔이었다는 얘기다. 그래도 강화캠퍼스는 영산홍과 철쭉으로 뒤덮혀 화사하기 그지없다. 나는 강화캠퍼스의 4계 중 지금이 가장 아릅답다고 느낀다. 미세먼지와 황사로 뒤덮혀 흐리기만 하던 서울 하늘도 이 억지로 뿌려진 비 덕분에 해맑아져 도봉산, 관악산 모두 손에 잡힐듯이 가까이에 있어 좋다. 140429

우리 대학 강화캠퍼스에서 가장 행복하게 일하는 분들은 구내식당 아주머니들과 미화원 아주머니들일 것 같다. 이 분들이 행복해 보이는 이유는 보람있는 일을 하면서 본인들의 삶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140430

늘 그러하듯이 비가 온후의 아침은 상큼하기 그지없다. 5월의 신록과 겹친 강화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리라.
어제 밤에는 강풍이 비를 안고 밤새도록 기숙사 건물을 내려쳤었다. 어제밤 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강화에는 늘 바람이 많은 편이고 특히 우리 강화캠퍼스 배움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배움터 운동장 서쪽에 방풍림을 조성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140508

모처럼 일상으로 돌아와 평안한 느낌이다. 기숙사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늘 아침은 잔디가 잘 정비된 대운동장을 가로질러 연구실로 올라온다. 오늘 낼 체육대회라서 잘 깎아 놓은 잔디 위에 깔끔하게 순백의 라인들이 그어져 있다. 축구 경기를 위해서다. 푹신한 잔디 위로 캠퍼스를 둘러싸고 있는 야산에서 들려오는 꿩과 비둘기 소리들이 겹쳐온다.
본관 건물 위로 오르니 학생들이 돌보고 있는 강아지 두 마리가 반갑게 달려온다. 그러나 나는 이 녀석들에게 나눠줄 먹이감 챙기는 것을 그 녀석들을 마주해서야 겨우 생각해 낸다. 그래서 나는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이 녀석들에겐 큰 실망이다. 낮에는 학생들이 너도 나도 잘 챙겨주지만 밤새 굶은 녀석들에게 나는 늘 이른 아침에 가장 먼저 실망만을 안겨주는 발자국 소리의 주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내일은 체육대회 이틑날째이자 스승의 날이기도 하다. 학과 학생회에서 스승의 날 기념식을 간략하게나마 하겠다고 해서 거절했다. 재학생들 그것도 대학생 제자들 앞에서 스승의 날 기념을 위해 서있는 것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그러나 당일 졸업생들이 보내오는 문자는 내겐 더할 나위 없는 큰 기쁨이다.
모처럼 일상으로 돌아온 강화캠퍼스의 풍경이 더할 수 없이 평온하고 행복한 아침이다. 140514

5월은 상큼하고 그중에서도 아침 햇살은 찬란하기조차 하다. 강화캠퍼스 뒤와 양 옆이 녹음으로 둘러쌓여 있고 그 앞이 염하까지 탁 트여있는 배움터의 아름다움을 혼자서만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아쉬운 아침 풍경이다.... 2014521

우리 대학 강화배움터는 강화섬의 정 중앙에 위치히고 있어 평소에는 섬인줄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남서풍이 시원하게 불어오면서 바다공기와 갯내음을 싣고와 그 상쾌함을 더해주고 있다. 학교 앞 원룸 주인은 자신이 가꾸고 있는 텃밭의 고구마 넝쿨들을 고라니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진도개 세 마리를 밭의 세 귀퉁이에 배치해 놓고 있다. 그런데 이 녀석들마저 오늘 아침엔 갯바람의 시원함에 파묻혀 사지를 뻗은 채 편안하게 잠들어 있다.  2014527

문화관광해설사들을 위한 특강을 위해 모처럼 강화에서 묵었다.
강화 배움터는 여전히 절간같은 분위기라 좋다.

이틀 연속으로 진행되는 보수 교육인데 수강생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나름 보람이다.
강의는 수강생에 앞서 내 보람과 만족이 우선이다.
그래야 수강생들도 행복해 질수 있을 테니까....    20140827

새 학기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담주에 추석 연휴로 이어져 맥이 끊겨 좀 아쉽지만 새로운 출발이다.
이제 매 학기의 시작이 카운트 다운으로 이어져 소중하기만 하다. 20140901

한솥밥 같이 먹고 있는 젊은이들로부터 황당한 일을 겪을 때마다 마음을 비우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보지만 겪을 때마다 이를 극복해 나가는 것은 마음먹은 것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 이 모두가 내 덕이 부족한 탓이거늘.....
그 누굴 원망할 수 있을꼬.....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20140902

기숙사 식당에서 느긋한 아침을 끝내고 교문에서 본관에 이르는 벚나무길을 한가로히 걸어오르는 기분은 강화배움터 생활의 백미다. 이 길은 철마다 날마다 늘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오늘 아침엔 가을맞이로 색깔이 변해가는 벚나무와 운동장 언덕의 들풀들을 바라보며 또 다시 세월의 흐름을 음미해본다.

세월은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지만 변화는 늘 같은 모습으로 또 다른 사람들을 반겨주겠지..... 20140916

넓디 넓은 한강 하구와 黃金빛 김포평야에 철새들의 군무가 또 다시 시작되었다. 세월은 어김없이 철따라 움직여가고 인생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20141013

만추의 파란 하늘과 황금빛 들녘, 서늘한 공기, 투욱 트인 한강 하구의 출근길 드라이브 그리고 차안에 흐르는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참 좋다. 20141029

일을 하는 중년 부인들은 늘 쾌활하다. 우리 구내식당 아주머니들의 이야기인데 이런 현상이 사람따라 다른 줄 알았는데 사람이 바뀌어도 여전히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20141106

밤새 비가 내린 후 강화캠퍼스의 아침은 수정같이 맑다. 이런 날 아침에 몸과 마음이 함께 씻기는 느낌으로 기숙사에서 연구실로 오르는 기분은 때 맞추어 움직이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축복이다.... 20141112

아침에 연구실에 출근해서 커피향이 풍겨오면 커피맛도 커피맛이지만 그 향기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런데 요즘 커피 끓이기가 점점 귀찮아지고 있다. 이것도 세월과 나이따라 가는가보다.

커피 끓이기가 귀찮아진 또 다른 이유는 행정실의 조교가 아침 일찍 교수휴게실에 따끈따끈한 커피를 끓여놓는 탓도 있다. 보통 아침 여덟시 반쯤 본관으로 올라오는데 이때 이미 교수 휴게실의 거피가 끓고 있다.

오늘 아침도 예외가 아니어서 기특한 마음에 행정실 조교에게 집이 강화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왔다. 부천이란다. 놀라서 몇시에 일어나서 출근하느냐고 물었더니 여섯시 반이란다. 버스는 한 번에 오느냐고 물으니 네번을 갈아탄단다.

그래...네가 그렇게 열심히 하면 무얼해도 꼭 성공하겠구나!
매일 아침 너의 부지런함 덕분에 이렇게 아침마다 따뜻하고 향기로운 커피를 즐기는 사람도 있는 게다.

정말 고맙구나!  20141203

참 기분 좋은 날이다.

졸업식에서 한 학생이 정성스레 적어온 예쁜 편지, 꽃다발 그리고 직접 만든 쵸콜렛을 선물해 왔기 때문이다. 뜻밖이고 좀 쑥스러웠지만 생각할 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 돌아오니 몇년 전에 졸업한 학생으로부터 설 선물이 택배로 전달되어 와 있다. 그 어떤 선물보다도 소중한 선물이다,

이래 저래 오늘은 짱이다! 20150213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일하고 있는 구내식당과 청소부 아주머니들 그리고 경비 아저씨들을 새 학기에 다시 마주하는 일은 정말이지 즐거운 에너지다^^ 20150303

어제 밤 자다 깨어나 기숙사의 침대와 책상 위치만을 맞바꾸어 놓았을 뿐인데 기분이 이렇게 다를 수가^^ 20150317

봄의 빛깔은
새하얀 목련일까,
눈부시게 화사한 벚꽃일까,
노랑 개나리일까,
아니면 분홍빛의 진달래일까...

봄의 빛깔은
꽃들의 화사함이나 화려함보다는
아무래도 강가나 냇가에 피어오르는
버드나무의 연두빛이 제격이다..
20150408

멀리 대전의 충남대에서 무역전시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제자들이 대거 찾아와 주었다.
학술대회가 회장 취임식을 겸한다고 해서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재학생들은 물론 졸업생들까지 찾아와 주어 제자들의 마음 씀씀이가 대견하고 고맙기만 하다.
20150421

내려놓는다. 내려 놓았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직은 멀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걸 평온하게 대할 수 있어야 정말 다 내려놓은 것이다. 20150527

학교가 어려움에 빠지니 그만큼 해야할 일도 많아졌다.
사서 고생한다고 은퇴앞두고 나도 고생 좀 하고 있다

그러나 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서로 십시일반 고생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이 보다 더한 보람이 없겠다.
그리고 이 나이에 대부분 은퇴해 있는데 고생스러운 일이라도 하고 있으니 이 어찌 행운이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학교가 요구한 자료를 몇일째 고생해 작성해서 미흡하나마 제출하고 나니 날아갈 듯한 기분이다.20150626

대학구조개혁 피평가 일정 땜에 강캠에서 대기하느라 모처럼 머문 기숙사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기숙사 주위에 무성히 자랐던 나무들의 가지치기를 해준 때문이다.
무성히 자란 나무가지들을 베어내니 시야가 훤해져서 좋긴 한데 이름 모를 새들이 더 이상 몰려올 수는 없을 것 같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 법이고 명과 암 둘을 모두 함께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니 어쩌겠는가.
그런데 아늑함을 뺐긴 허전함이 시야가 휜해진 느낌을 압도하는 것은 나이 탓이려나? 20150707

다시 캠퍼스의 벚나무길을 걸어올라오며 아침 공기의 상큼함에 젖어든다...
그런데 이런 호사도 이제 계절이 몇 차례 바뀌면 그만이로구나.... 20150909

오랜 가을 가믐 끝에 모처럼 온누리에 단비를 뿌렸다. 강화 배움터도 예외는 아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기숙사 식당에서 본관으로 걷는 이 상큼함이란!
어제 밤 안양에서 회의를 마치고 강화로 바로 오기를 잘 한 거야.

본관 도착하자마자 커피 한 잔을 위해 행정실에 들러 날씨 감탄을 계속한다.
내 날씨 감탄에 행정실 직원 선생 왈. 오늘 날씨가 교수님 감성에 딱 맞는 거지요!
그래 맞아. 이 맛으로 그 동안 강화를 즐겁게 지켜온 것이었지!

그런데 내년 이후 강화 배움터의 운명이 어찌 갈릴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20151027

비가 온 다음날 아침, 기숙사에서 연구실로 올라오는 길은 강화캠의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20151119

김포 벌판의 드넓은 하늘에 철새들의 군무가 다시 시작되었다.
십년을 훨씬 넘게 보아온 익숙한 모습의 계절 변화 시그널이다.
그런데 이런 익숙함에도 머지않은 세월에 변화가 오겠구나...... 20151124

15명 수강생 강의를 ABC 각각 30% 대로 상대 평가하라니 그 무리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규모 강좌일수록 학생들의 몰입도와 경쟁심이 높아 수강생 모두가 좋은 성적을 올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토리 키재기의 점수 차이로 누군 A를 받고 누군 C를 받는 시스템은 정말이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런 제도는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쩌랴! 개선되기 전까지는 악법도 법인 것을...
단 1점 차이라도 차이는 차이이니 그 원칙을 지켜서 평가하는 수 밖에......20151225

이런저런 주장을 펴나간다는 것은 그 주제에 대한 이해관계가 여전히 있다는 의미일 것.
학과 일에 마음을 비우자 비우자 하면서도 그게 쉽게 되지가 않는구나.... 20160112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니 어느 사이 같은 속물로 변해 있구나.... 20160121

긴 방학의 끝자락인 일요일 오후 연구실을 연다. 좀 퀴퀴한 냄새가 나긴 하지만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래. 학생들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건 여전히 설레임이지. 그게 다 긴 방학 덕분이고.

찜통 더위마저 선선해지고 해질녘엔 노을이 동쪽 하늘에 걸려 개학을 축복하는 분위기다.
강의오리엔테이션 준비를 마치고 준비해온 김밥으로 저녁을 때운 후 어둠이 내려앉는 강화중앙로 산책을 나선다. 시원한 공기탓인지 대로변인데도 시끄럽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이번 학기에는 저녁 식사 후 중앙로 산책을 일상으로 삼아야 겠다.

인산저수지 방향으로 중앙로를 따라 중간쯤 갔을까. 도로변 빈집을 지났나 싶었는데 진도개 한마리가 따라 붙는다.
꼬리가 날렵하게 올라붙은 횐둥이다.

이놈, 잠깐이려니 했는데 인산저수지까지 따라와 신호등에서 길을 건너 돌아올 때까지 따라붙는다. 이후 학교 기숙사로 돌아올 때까지 계속 따라온 이 진도개는 기숙사 학생들이 우루루 반겨오자 그만 줄행랑을 놓는다. 이 놈과 동행하면서 업둥이가 생길 거 같다는 예감으로 들떠있었는데 많이 많이 아쉽다....  20160829

이녀석, 오늘 저녁 산책길에서도 예의 그 빈집 앞에서 마주쳐 얼마나 반가웠던지! 혹시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어 같은 시간에 같은 코스를 선택했었다. 이 녀석도 반가워서 펄펄 뛰어 오른다. 그런데 이녀석 오늘은 코스의 절반 가량만 따라오다가 돌아선다. 따라가 보았자 따뜻한 가정이 아닌 살벌한 환경의 기숙사 건물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게지...그렇지만 옛적에 제 망대로 날 좋아하다가 어느날 제 맘대로 떠나간 여인처럼 아쉬움을 안겨주어 자꾸자꾸 뒤돌아 보게 한다....2016-08-30

수시지원으로 강화도까지 오겠다는 학생들의 의지가 아직까지는 가상하고 의젓하다.
수시 지원자들에 대한 아름다운 면접도 이번이 마지막일 게다.20161023

다툴 가치가 없는 것들과 논쟁을 해 왔다니......
한 시간 더 하고 덜 하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배려없음에 대해 화가 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아직도 강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20170107

연구실과 기숙사를 너무 빨리 정리하고 있나?
그러나 정리하는 기분만큼은 홀가분 해서 좋다^^20170614

함박눈 내린 다음 날이라 하늘이 옥구슬처럼 푸르고 공기 또한 청명하다.
16년전 강화를 돌아보면서 아득한 느낌이었는데 어느덧 마우리할 세월이다.
모든 게 감사할 따름이다. 20171211
Total Reply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