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과 섹스산업 2004-02-06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2:18
조회
96
https://www.gtn.co.kr/home/news/news_view.asp?news_seq=12040&s_key=%B9%DA%C0%C7%BC%AD

 

지난 해 말 태국 여행길에 방콕의 돈무앙 공항서점 서가에 진열되어 있던 페이퍼백 한권이 필자의 눈을 강하게 끌어 당겼다. 루이스 브라운이라는 영국인이 쓴 ‘성의 노예들’(sex slaves)이라는 제목의 책자이다. 이 책은 서양인의 입장에서 아시아 각국에서 성행하고 있는 섹스산업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다.

매매춘은 아시아에서만의 문제도 아니고 어제 오늘의 문제도 아니건만 저자가 굳이 아시아지역의 매춘을 주제로 하여 이 책을 쓴 이유는 아시아에서의 매매춘이 그 규모나 행위에 있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아시아지역의 매매춘은 태국·필리핀·중국 등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태국의 경우 소위 3S(sun·sand·sex)관광지로는 완벽한 관광목적지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태국의 한 대학교수인 티나쿤 박사의 매춘 실태에 관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수준의 향상과 태국 정부의 가난극복 정책추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매춘 인구는 5만 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의하면 2002년 기준 태국의 매춘 인구는 280여만 명에 달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는 200만 명의 성인 여성, 2만 명의 성인 남성, 80여만 명의 18세 미만 미성년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매춘 업소도 6만 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이처럼 점증되고 있는 매춘의 사회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태국 법무부는 지난 해 11월 매매춘의 법제화를 포함하는 섹스산업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였으나 매매춘 종사자나 매춘 퇴치 운동가들 모두에게 실망만을 안겨준 채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아시아의 섹스산업이 홍등가로부터 교외나 상업지역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그 주인공도 가난한 윤락녀로부터 중산층의 학생과 회사원으로 바뀌어가고 장소도 주택이나 사무실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섹스산업의 이 같은 확산에 따라 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 등의 섹스산업은 국민총생산의 2%에서 14%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역시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개혁·개방에 편승, 섹스산업이 번창일로에 있으며 이 같은 분위기가 외국에 소개되면서 새로운 섹스 관광대국으로 부상되고 있다. 비공식적인 통계에 의하면 중국의 매매춘 종사자는 최소 1500만 명에서 최대 3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베이징에 성업 중인 약 2000개의 가라오케 업소들이 고용하고 있는 중국판 노래방 도우미인 싼페이샤오제(三陪小姐)들의 매매춘으로부터 동반자와 함께 오지 않은 골퍼들과 같이 라운딩한 후 잠자리까지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최고급 매춘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매매춘은 다양하다.

몇 해 전 여든 한 살의 나이로 사망한 독일 섹스산업의 대모 베아테 우제여사는 지난 50년간 독일 섹스 산업을 이끌어온 여걸로서 섹스문화에 대한 거리낌없는 발언으로도 유명하다. 우제 여사가 1962년 독일 플렌스부르크에 설립한 베아테우제사는 독일과 유럽지역에 150여개의 섹스숍과 포르노 상영관을 직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통신판매가 크게 늘어나는 등 이 회사의 매출액은 연 1억5000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가 지난 96년에 750만 달러를 들여 베를린 한 복판에 세운 에로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수집한 5천여 점의 섹스 관련 용품들을 전시하고 있어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섹스용품 판매 사업 초기에 우제 여사는 종교단체와 여성단체들로부터 외설물을 선전하고 판매한다는 이유로 숱한 고소와 고발을 당하는 등 법적 분쟁에 시달렸으나 그녀는 자신의 사업이 섹스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킴으로써 인간의 자유를 확대하는 데 기여한다는 신념으로 의연하게 대처해옴으로써 오늘날의 명성과 부를 함께 거머쥐게 되었다.

우제 여사는 일흔세 살까지 자가용 비행기를 직접 조종했으며 일흔 살 이후에 골프와 테니스를 배워 즐겼는가 하면 노년에도 왕성한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인간의 성에 대한 관심은 동서고금이 다를 바 없다. 다만 그 행태나 문화에 있어 생활을 윤택하게 하느냐 아니면 삶을 파멸로 이끄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박의서 교수·안양대학교 euisuh@yahoo.com> 2004-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