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럽게 넉넉하게 2004-01-05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2:18
조회
88
https://www.gtn.co.kr/home/news/news_view.asp?news_seq=11680&s_key=%B9%DA%C0%C7%BC%AD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의 갈등이 동서에서 세대 간, 보혁 간, 빈부 간, 더 배운자와 덜 배운자 간의 갈등으로 전이 심화화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그만큼 심각한 과도기의 아픔을 겪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런 아픔은 사회 전체가 긍정적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 시기에 누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간다 해도 성장을 위한 몸부림인 이런 갈등들을 한꺼번에 치유할 수는 없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국부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 가고 있는 중이다. 서양 선진국들이 수 세기에 걸쳐 이루었던 대업들이고 한 세기를 앞서 근대화 대열에 뛰어든 이웃 일본에 비해 적어도 민주화의 틀을 만들어 가는데서는 한발 앞서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조급하고 또 모든 것을 한꺼번에 거머쥐려 한다.

보수 신문과 신세대 신문의 인터넷 판에 들어가 보면 국론 분열 양상이 심각하다 못해 병적이다. 현실에 있어서도 의견이 다른 사람들 간에는 대화가 불가능하다. 신세대는 무조건 기성세대를 거부하고 기성세대는 신세대 하는 일이 모두 미덥지가 않다. 보수와 개혁세력 간의 대립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새만금방조제, 핵폐기장 건설, 사패산터널 문제 등에 관해서 합리성을 잃고 인민재판식의 여론이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민의 과반수이상이 선출한 지도자를 일도 시작하기 전인 취임 초부터 마구 흔들어 댄다.

실제 투표수에서는 패하고 선거인단수에서 지방법원이 손을 들어주어 간신히 이긴 미국대통령이지만 반대투표한 사람들이나 반대파들이 대통령이 업무수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흔들어대고 있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다. 흔들기는커녕 부시가 미국의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에 이라크주둔 미군을 극비리에 방문했을 때 미국언론들은 며칠을 두고 침이 마르도록 부시 칭찬에 열을 올려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한 바 있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재선을 위한 부시의 제스처임이 빤해 보이는 데도 말이다. 우리가 그렇지 못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미국에 비해 그만큼 각박하기 때문이다.

각박한 만큼 우리의 삶은 늘 고달프기만 하다. 늘 누군가와 경쟁을 해야 하고 또 경쟁을 하면 이겨야 한다. 그래서 연말마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다사다난했다가 예외 없는 우리 사회의 수식어이다.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정해놓은 새해. 연말과 새해는 찰나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새해 아침이 밝아오면 지난 일을 모두 잊어버리고 새 희망을 얘기한다. 다사다난으로 끝날 것이 뻔한 또 한해의 시작이지만 좋은 일만 있길 기대하는 덕담들을 새해 아침에 주고받는다.

그러나 새해 희망을 얘기하기 전에 새해에도 높은 산을 오르고 먼 길을 가다가 작은 돌부리, 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작은 돌부리는 실수일 수도 있고 명예욕이나 재물에 대한 욕심이 지나쳐서 불거진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좌절하지는 말자. 자기희생과 아픔을 겪지 않고는 큰일을 이룰 수가 없고 삶의 과정에서 작은 죽음들을 겪지 않고는 결코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없는 법이다. 어려울수록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더불어 사는 우리도 어떤 이유에서 우리의 경쟁자가 돌부리에 넘어졌건 세워 일으켜 주고 무리 안에 다시 껴안을 수 있는 아량을 베풀어 보자. 일등만을 위해 달리다 이등이나 삼등이 되더라도 만족할 줄 알며 같이 달리다가 이, 삼등에 머문 경쟁자들에게도 박수를 보내줄 수 있는 아량을 키우자.

새해엔 제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보듬어 안고 이해할 수 있는 아량을 키워보자. 합리적인 비판은 하되 지도자는 존경하고 아랫사람과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키워보자. 행복지수나 삶의 질은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못살지만 너그러운 사회인 태국이나 필리핀에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나라를 방문하는 손님들의 만족도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

손님을 잘 대접하려면 주인이 먼저 너그럽고 넉넉해야 되기 때문이다. 손님에 대한 환대는 손님맞이의 기본이다. 새해엔 환대 산업에 종사하는 우리가 먼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사업에서나 자기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법을 배우자. 손님을 너그럽고 넉넉하게 대접할 줄 아는 것이 관광입국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박의서 교수·안양대학교 euisuh@yahoo.com> 2004-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