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로마자 표기 2004-09-06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2:17
조회
89
https://www.gtn.co.kr/home/news/news_view.asp?news_seq=14042&s_key=%B9%DA%C0%C7%BC%AD

한글과 관광지의 로마자 표기에 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관광지와 도로 표지판의 로마자 표기는 여행자들의 눈에 쉽게 들어오기 때문에 더욱 말이 많다.

이제까지 제기되어 온 우리나라 관광지 영어 표기에 관한 문제는 크게 대한민국 명칭의 영어 표기, 한글의 로마자 표기 그리고 관광지와 관광 시설의 영어 번역에 관한 것들이다. 대한민국의 영어 표기를 ‘Korea`로 할 것이냐 아니면 ‘Corea`로 할 것이냐의 문제는 국회 의제로 추진된 적이 있을 만큼 일반 국민은 물론 정치권의 관심 사항이고 네티즌 대상의 한 인터넷 신문의 여론 조사 결과, 현재의 영문 표기 ‘Korea` 대신 ‘Corea`로 변경하는 방안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었다.

국명의 영문 표기 변경에 찬성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일제 통치 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 일제가 의도적으로 바꾼 영문 표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다분히 감정적인 이유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영어에서는 한국이 ‘Korea`로 표기되고 있고 불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 등 라틴어 권에서는 ‘Corea` 또는 ‘Coree` 등으로 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라틴어 계통의 알파벳에는 ‘K`자가 없어 한글의 ‘ㅋ`은 ‘C`로 표기되는 때문이고 영어에서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글의 ‘ㅋ`은 ‘K`로 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제가 한국의 영어표기를 바꾸었던 안 바꾸었던 간에(바꾸었다는 근거도 없지만) 영문 표기의 느낌이 ‘C`가 ‘K`에 비해 부드럽고 순서에서도 일본을 앞설 뿐더러 로마자 표기를 한가지로 통일 할 수도 있으니 한반도 통일을 기점으로 국명의 로마자 표기를 ‘Corea`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글의 로마자 표기는 맥퀸(George McCune)과 라이샤워(Edwin O. Reischauer)가 발음을 중시한 표음주의(表音主義)원칙에 따라 1937년에 제정한 MR식 표기법과 문교부가 소리에 관계없이 글자대로 표기하도록(轉字法) 채택한 로마자 표기법인 MOE(Ministry of Education)방식이 혼용되어 오다가 지난 2000년부터 MOE방식을 토대로 한 ‘새 국어 로마자 표기법`을 제정하여 로마자 표기방법을 통일시켜 오고 있다.

MR표기법과 MOE표기법은 각각 일장일단이 있으나 관광지는 고유명사임으로 소리에만 충실하여 비슷한 지명 간에 혼동을 초래하기보다는 발음과는 일치하지 않지만 혼동을 줄일 있는 MOE방식의 채택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관광지와 관광시설의 많은 영어 오역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정부에서 지정해서 그 품질을 보증하고 있는 관광호텔의 영역(英譯)일 것이다. 개발 전횡 시대에 외래 관광객을 위해 정부가 일정한 요건을 갖춘 호텔을 관광호텔로 지정하면서 시작된 것이 지금도 지켜지고 있는 것인데 한심한 것은 관광호텔의 영문 번역이 ‘Tourist Hotel`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관광호텔이 일반호텔에 비해 차별화 된 호텔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지만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에게는 ‘Tourist hotel`은 돈 없는 여행자들을 위한 싸구려 호텔인 것이다. 따라서 관광호텔의 한글 명칭은 지금과 같이 유지하더라도 영어 표현은 ‘Tourist hotel`이 아닌 ‘Government Guaranteed Hotel` 또는 서비스나 시설에서 차별화 된 호텔이라는 의미가 전달될 수 있는 다른 표현으로 바꾸든지 아니면 무궁화만 나열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차제에 관광호텔의 등급부여도 더 이상 관이 주도할 것이 아니라 시장 기능에 맡겨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하였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미국의 숙박업소는 ‘Mobile Guide`라는 여행안내서에 의해 등급이 매겨지고 모텔이나 호텔들도 이러한 등급을 자랑스럽게 게시하고 있으며 소비자들 역시 여행안내서의 등급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사례이다. 물론 이러한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신뢰는 ‘Mobile Guide`의 엄격하고 정확한 평가를 전제로 한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박의서·안양대학교 교수> 2004-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