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걸음 내딛는 분신들에게 2004-10-11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2:17
조회
90
https://www.gtn.co.kr/home/news/news_view.asp?news_seq=14328&s_key=%B9%DA%C0%C7%BC%AD

재직 대학 분교캠퍼스의 첫 졸업생들이 이 가을 직장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사상 최악이라는 경제 여건에서 제자들을 사회에 진출시키려니 필자 대학 졸업 시 오일쇼크로 인해 갑자기 취업문이 막혀 애를 태우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전국 각급 대학에 관광 관련학과의 설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데 반해 졸업생들을 받아들일 직장은 상대적으로 덜 늘은 것이 작금의 관광업계 취업시장의 현실입니다. 이런 와중에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선택하기 위해 선발과정을 좁혀나가고 있고 졸업 예정학생들은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의 직장을 선택하고 싶은 욕심으로 작은 인센티브에도 쉽게 유혹을 받고 있습니다.

여가와 소득의 증가로 젊은이들의 관광분야에 대한 관심도 폭증하고 있어 비전공자들의 관광업계 진출도 늘어나고 있고 업종 성격상 외국어 구사능력의 비중이 커 업계에서도 능력 있는 젊은이들을 전공에 관계없이 선호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2년제와 4년제 대학을 합쳐 매년 3만6천여 명의 관광 관련 전공자들이 배출되고 있어 취업의 길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관광업계 고용의 특징이 산학실습을 통해 인턴이나 계약직을 거쳐 정식 사원으로 채용하는 패턴이 자리 잡고 있어 관광 전공자들을 상당 부분 수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졸업생 여러분을 실습 회사 선정 때부터 면밀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여름방학 중 여러분들의 일부가 보여준 실습 태도는 유감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A군은 여행사에 실습나간 후 사흘만에 거래처 영업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도중하차하였습니다. B양은 서있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로 호텔프런트 근무를 도중에 포기하였지요. C양은 취업 기회를 넓히기 위해 두 군데의 실습을 어렵사리 성사시켜 놓았는데 한 번의 실습이 힘에 겨웠다는 이유로 다음 실습을 마지막 순간에 포기함으로써 당해 회사는 물론 학교와 지도교수 입장을 난감하게 한 일이 있었지요. D군은 어렵사리 미국에 인턴쉽을 마련하여 보내주었더니 돌아온 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전화 한통 없습니다.

기업에서 산학실습을 통해 여러분들을 선발하는 이유는 실습을 통해서 여러분의 능력, 인성,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습기간 내내 여러분들은 여권이나 들고 다니고 복사나 하는 등의 허드렛일로 생각되는 일만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의 잠재 상사와 동료들은 이런 것들을 통해서 마저도 여러분들을 평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여러분들에 대한 평가는 여러분들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모교와 후배들에게 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특히 첫 졸업생들인 여러분의 어깨는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더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일부 회사는 여러분의 주장대로 여러분을 일용 잡급으로 악용하고 또 실습이 학점과 연계됨을 미끼로 하여 여러분을 홀대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도 인생살이의 큰 틀에서 보면 여러분들이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여러분들이 극복해야 할 더 큰 과제는 취업시장의 구조일 수도 있습니다. 관광은 현장인력의 비중이 커 4년제보다는 2년제 졸업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이 그것입니다. 그러니 4년제 졸업생들의 취업문은 상대적으로 좁아지고 현장에서의 역할 역시 애매해지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에서 학력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직장에서는 상사와 동료, 부하를 그리고 가정과 학교에서는 부모와 스승을 배려할 줄 아는 인성이 우선입니다. 여러분들의 인성은 가르치고 지도한 스승의 분신이자 거울이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여러분 모두 사회에 나가 대성하여 훗날 그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박의서·안양대학교 교수> 2004-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