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연상(二連聯想) 2002 08 02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2:17
조회
79
https://www.gtn.co.kr/home/news/news_view.asp?news_seq=7323&s_key=%B9%DA%C0%C7%BC%AD%20%B1%B3%BC%F6

당초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에 관광업계는 월드컵 경기가 업계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의외로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모두에게 커다란 실망만을 안겨준 채 마무리되었다. 월드컵 숙박지정업체인 바이롬사에게 대부분의 객실을 점령당했던 전국의 특급 호텔들도 바이롬사의 뒤늦은 객실 불럭 해제로 객실을 텅텅 비워둔 채 월드컵 특수에 대한 대망을 접어야 했고 월드컵 열기에 휩싸인 대부분의 소비자들도 국내외 나들이에 관심이 없어 여행업계 역시 뜻하지 않은 비수기로 고전을 하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은 백화점 등 유통업체, 통신을 위주로 한 일부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 등 준비된 업체에게는 월드컵 마케팅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도 높이고 상품매출도 괄목할 만하게 신장시킨 절호의 기회였다. 지난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의 선전은 우리 나라만의 긍지가 아니라 그 동안 한번도 월드컵 4강은 물론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한 아시아 전체의 긍지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난 월드컵으로 축구에서만큼은 우리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진국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외래 관광객 유치에 있어서는 싱가포르, 홍콩, 태국 등이 늘 우리를 앞서가고 있다. 특히 관광자원이나 매력 면에서 싱가포르나 홍콩은 우리의 서울만도 못한 도시 하나 만을 가지고 한반도 전체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월드컵 관광마케팅이 대부분 국내업체에 의해 주도된 데 반해 월드컵 경기 중 우리 나라 손님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싱가포르관광청과 싱가포르항공사가 공동 주관한 월드컵 마케팅은 서울보다도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한 싱가포르가 왜 아시아 부동의 관광선진국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는지를 웅변으로 설명해 주고 있는 사례이다.

역대 월드컵 대회와 마찬가지로 이번 월드컵에서도 이변이 속출했다. 특히 내노라하는 유럽의 축구 강호인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이 신생 축구 강국들에게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축구를 관전하면서 느낀 것은 축구가 실력만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경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열심히 하고도 골 운이 없어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지는 경우도 허다하고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내내 잘 운영해가던 경기가 풀리지 않아 무릎을 꿇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아무리 축구의 승패가 경기 당일의 승운에 의해 결정되고 예선 리그전과 결승 토너먼트를 거치면서 뜻하지 않은 불운을 겪는 팀들이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운만으로 우승의 사다리 정점에 다다르게 되는 일은 결코 생기지 않는다. 사다리의 정상을 차지하는 것은 결국 실력이 뒷받침된 강자 중의 하나인 것이다. ‘창조적 행동’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아서 쾨스틀러(Arthur Koestler)는 이연연상(Bisociation,二連聯想)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사람들은 해결하고 싶은 어떤 문제에 부딪칠 때 모든 정열과 열정을 거기에 쏟아 붓게 된다. 이러한 열정과 정열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이 여의치 않을 때 사람들은 좌절과 곤경을 경험하지만 주어진 과제에 계속 몰입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 때까지는 서로 관계가 없었던 어느 경험과 자신의 목표의식이 돌연 관계를 맺게되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데 이 때의 관계 형성을 쾨스틀러는 이연연상이라고 불렀다.

당초 월드컵에서의 첫 승이 목표였던 우리 축구 국가 대표팀이 지난 반세기의 염원이던 16강을 넘어 8강 그리고 4강에 진입하게된 신화 창출은 축구 관련 당국의 흔들리지 않는 뒷받침, 국민의 열정과 정열 그리고 세계 축구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감독의 냉철한 판단과 추진력이 함께 결합되어 이루어낸 위업인 것이다.

월드컵은 물론 IT산업과 조선 분야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는 우리가 열정과 정열을 가지고 관광마케팅에 몰입한다면 외래 관광객 유치에 있어 서울 하나만도 못한 일개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나 홍콩을 따라잡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월드컵 경기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중계방송 해설자가 한 멘트가 아직도 기억속에 선명하다. ‘

운도 노력한 자에게 따라 준다’ <박의서 교수·안양대학교 euisuh@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