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보존 패러다임의 변화 2003 12 05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2:16
조회
102
https://www.gtn.co.kr/home/news/news_view.asp?news_seq=11419&s_key=%B9%DA%C0%C7%BC%AD%20%B1%B3%BC%F6

지난 주말 태국 북부의 휴양도시 치앙마이에서는 타이항공 주최로 ‘세 문화의 경이(The Wonders of 3 cultures)’라는 이벤트가 개최되었다. 타이항공이 라오스의 루앙 푸라방과 미얀마의 양곤에 새롭게 취항하는 것을 계기로 치앙마이를 태국 북부의 허브공항으로 육성하기 위해 열린 이 행사에는 신규 취항 도시의 문화유산에 대한 소개와 함께 국제선 비행기의 신규 취항에 따라 많은 관광객들의 유입으로 훼손이 예상되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라오스의 루앙 푸라방의 보존방법을 논의한 세미나도 함께 열렸다.

그 동안 문화유산의 보존에 관해서는 1972년의 문화유산컨벤션 선언문, 1994년의 나라 문서(Nara Document) 그리고 호이 안(Hoi An)의정서 등에 의해 그 보존의 중요성과 보존 방법 등이 규정되어 왔었다. 이들 국제회의에서 토의된 종전의 문화유산 보전 방법은 문화유산 보호의 당위성, 문화의 다양성 보장, 문화유산 보호와 관리의 책임 소재, 문화유산 보호 및 관리 방법에 관한 지침 제시 등에 집중되어 왔었다.

그러나 이번 세미나에서는 문화유산 보전에 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논의되었는데 지역사회의 참여 유도를 통해 새로운 문화유산 보전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핵심 개념이다. 새로운 문화유산 보전 모델은 문화유산의 장기적인 보호, 문화유산 보존 지혜의 전수 그리고 유·무형 문화자원의 보존 촉진 등을 보장하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치앙마이 세미나에서는 새로운 문화유산 보전 모델 사례로 라오스의 루앙 푸라방이 제시되었다. 루앙 푸라방은 70년대의 정치적인 혼란과 격변기를 거치면서 전통 불교신자가 급격히 감소된 지역이나 최근에는 젊은 승려들의 수가 증가하고 전통 신앙에 기반을 둔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문화유산에 대한 보수 예산이 증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문화유산 보전에는 역효과가 빚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역효과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문화유산 보전 모델은 노인 장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한 교육 매뉴얼과 다큐멘터리 필름의 제작 그리고 비교적 문화유산 보전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치앙마이와 네팔의 카트만두 계곡 등에 연수를 시행하는 한편 연수센터의 건립, 장인들에 의한 도제식 연수 시행과 정부 기관에 의한 문화유산 보전 인증제의 도입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관광은 새로운 문화유산 보전 모델에서 문화유산 보존 위주 개발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데 이는 관광이 문화유산의 인지도를 높이는 촉매 역할을 수행하고 지속가능한 문화유산 보전의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과적인 보전을 위해서는 관광은 문화유산구역의 수용능력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하고 관광개발 역시 전체적인 지역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시행되어야만 하는데 문화유산의 장기적인 보전은 결국 개발과 보전의 균형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는 현재 582개소의 문화유산과 149개소의 자연유산 그리고 23개의 문화·자연 혼합유산을 합쳐 모두 754개소의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이 있다.

아시아 지역의 주요 지정 문화유산으로는 창조적인 걸작품을 대표하는 타지마할, 멸실된 전통문화의 증거물인 라오스의 루앙 푸라방, 현대 문명에 의해 소멸될 위기에 처해 있는 삶의 터전인 필리핀 코딜레라스의 논(畓) 계단, 세계적인 사건과 연루된 기념물인 일본의 히로시마 전쟁기념관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창덕궁·수원화성·종묘·석굴암·불국사·해인사 장경판전·경주역사유적지구 그리고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이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이들 문화유산의 보전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 이전에 이들 유산에 대한 보호와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의서 교수·안양대학교 euisuh@yahoo.com> 2003 12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