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가져오는 같은 여정 반복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0:42
조회
76

도착 당일의 피곤함

트랜스퍼가 어렵고 저녁먹고 죽음

아디야는 휴양지가 아니고 갖힌 공간

로컬 음식

잦은 객실 이동

후우우카 의외의 숙소

뜻밖의 주인

일본 여자

비치에서 만난 진과 피터 집 방문

샬레 방문

키트의 스토록

야생 개들의 공격

다시 찾은 말라카와 랑카위 2017

자고로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다지난 몇 년간 랑카위 피한여행하면서 싼 맛으로 저가항공에어 아시아를 줄곧 이용해왔다그런데 요놈이 연발착이 일수다최근 같은 노선의 풀 서비스 항공인 말레이시아항공과 가격을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게다가 이놈은 마일리지 축적도 되지 않는다싼 가격의 항공사다 보니 일정터미널 모두 풀 서비스 항공사에 비해 열악할 수밖에 없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전 일찍 출발 스케줄의 에어아시아를 타기위해서는 사는 곳춘천에서 인천공항까지 두 시간 이상 소요되어 새벽에 집을 나서야만 한다어찌나 피곤한 일정이었던지...

지난 몇 년간의 피한 일정 중 특히 이번 여정이 최악이었는데 갈 때는 인천 공항에서 세 시간올 때는 랑카위공항에서 세 시간씩 각각 연발했다그래도 인천공항의 한국 스태프들은 미안하다며 곰탕 쿠폰을 쥐어주기라도 했는데 랑카위에서는 미안하다는 안내방송 한마디 없다이래저래 저가항공 에어아시아와는 결별이다빠이빠이 에어아시아!!!

우여곡절 끝에 쿠알라룸프르의 에어아시아 전용터미널에 도착해서 말라카 행 버스 스케줄을 알아보니 인천공항에서 세 시간이나 연발한 탓으로 밤 1130분까지 말라카 행 버스를 기다려야 한단다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기 위해 긴 줄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마침 뒷줄에 서있던 마담 리라는 말레이시아 여인이 합승을 제안해 온다. Why not? 택시비라도 줄여야지그런데 스스로를 마담 리라고 호칭하는 이 여인네는 문제가 좀 있다일단 마누라와 내가 택시 뒤 자리에 앉겠다고 했더니 반응이 썩 좋지가 않다하는 수없이 내가 앞자릴 선택했는데 택시 에어컨 바람 때문에 말라카 가는 거의 두 시간 내내 엄청 고생했다더구나 이 농야Nyonya 여인은 차 탄 내내 very talkative, keep talking이다이런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선택을 했는걸!

그러나 대화 중 뜻밖에도 이 여인은 도착 다음날 호텔로 다시 와서 우리 부부를 픽업해 농야 음식Nyonya Food을 대접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역시 동양 사람과는 쉽게 통한다그러나 이를 어쩐다이제 더 이상 해외에서 낯모르는 사람들과 연을 맺고 싶지 않은 걸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해외에서 어설픈 호의를 받아들였다가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사후 관리가 만만치 않은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거절할 수 없는 상황과 거절 못하는 성격 때문에 이튿날 점심 때 결국 이 여인은 차를 몰고 호텔로 등장했다그것도 약속한 시간보다 한 시간여나 늦게 같이 살고 있다는 시어머니를 대동해서다호텔 앞에서 한 시간여를 기다리며 별 생각을 다했다어제 마담 리의 말귀를 잘 못 알아들었나아니면 약속을 펑크 내기로 한 것인가이럴 줄 알았으면 전화번호라도 따 놓았어야 하는 건데어쨌거나 억지춘향 식 만남인데다가 약속시간까지 맞추지 않으니 짜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우여곡절 끝에 호텔에서 20여분을 운전하여 이들 고부가 안내한 농야 식당은 전통적이긴 하지만 매우 허름해서 우리 취향엔 전혀 맞지 않는 곳이다식사를 마친 이들 고부는 주말에 다시 오겠다는 제안을 해왔지만 점심값을 우리 부부가 대신 지불하는 것으로 이들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정리했다이 사람들 기다리다 지쳤는지 점심 식사 후 호텔로 돌아와 죽은 듯이 잠에 떨어졌다어쩌면 연발착으로 인한 특별히 고달픈 여정의 여독이 덜 풀린 탓 일수도 있겠지만 낯선 사람들 만나는 일이 점점 더 피곤해 진다.

영국 식민지 시절 천혜의 무역항인 말라카에는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중국인들이 이주해와 살기 시작했는데 이들 중국 이주민들의 후손들이 바로 농야다말레이반도에서 태어나서 영국식 교육을 받고 자란 이들은 이들만의 문화를 형성하며 살아왔는데 현재까지 남아있는 이들 유산 중 특히 유명한 것은 농야 음식이다농야는 중국말영어말레이어에 능통한데다가 중국인 특유의 장사 수완을 발휘해 많은 부를 축적했지만 영국 식민 교육의 영향으로 친 영국 성향을 가진 독특한 문화를 만들며 말레이 반도에 정착했다중국계가 대부분인 싱가포르 사람들은 대개 이들 농야 후손들로 보면 된다이들 농야 후손들은 더 이상 중국어도 할 줄 모르고 한자를 읽거나 쓸 줄도 모르거니와 스스로를 중국계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벌써 4~5년 째 매년 피한을 위해 겨울이면 계속 오는 말라카지만 올 때마다 새롭다지정학적 위치와 이에 따른 유산 때문에 말라카는 말레이시아중국포르투갈영국 문화가 혼재하고 있는 탓 일게다올 때마다 새로운 스타일의 호텔에 투숙할 만큼 호텔까지도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이번에 투숙한 호텔은 새로 조성한 상업지구의 현대식 건물인데 하드웨어는 잘 구비되어 있으나 객실 위치가 햇볕조차 들지 않는 구석에 위치한 탓으로 꿈자리마저 불길하다. OTA를 통해 싼 가격으로 예약해 좋지 않은 방을 배정받은 탓이다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다소 비싼 값을 치루더라도 좋은 위치의 방을 위해 호텔에 직접 예약할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식당에 내려가니 중국 여행자들로 꽉 차있어 북새통인 것은 물론 장터처럼 시끄럽다중국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침없는 것은 좋은데 상대를 배려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할 것 같다그래야 진정한 G-2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듯.

어제 밤늦은 투숙의 피로를 풀기 위해 아침 식사 후 곧바로 객실로 돌아와 이내 잠에 떨어진다한 잠 푹 자고나서 말라카 메인 스트리트이자 최고 매력이기도 한 용커스트리트 산책에 나선다말라카 올 때마다 빠짐없이 들르는 용커스트리트 초입의 품품향이라는 곳에서 쌀국수를 시킨다길가의 허름한 화교 식당이지만 상호대로 맛이 일품이고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손님은 다른 곳들과는 달리 여행자 중심이 아닌 현지 화교들이 대부분인데 여행 중 한식을 따로 찾지 않는 우리 부부에겐 이런 곳이 우리 입맛에 딱 맞는 대안이다.

점심은 로컬식당에서 캐주얼하게 때웠으니 커피만큼은 우아하게 즐기기로 한다품품향에서 몇 불럭 안쪽으로 움직이면 지오그래피라는 유명한 카페가 나온다이곳은 유명세 만큼이나 유럽 여행자들이 늘 북적이는 곳이다분위기도 물론 유럽식 카페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그러나 마눌은 이곳에서 바나나 초콜릿을 곁들여 말레이 반도 중부의 고원지대인 하일랜드 산 차 한잔을 놓고 여유 부리는 것을 좋아한다이 또한 매년 찾아오는 단골 여행지가 선사하는 즐거움이자 새로움이기도 하다.

용커스트리트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피로를 풀기 위해 들른 옥상의 수영장에는 뜻밖에 사우나가 구비되어 있다. 30도를 웃도는 날씨 땜에 전혀 예상치 못한 시설이다이런 연유 때문인지 사우나 안에는 여행자들보다는 현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서울의 특급호텔처럼 이곳도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현지 유력인사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 곳이었다물론 이들을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도 따로 운영되고 있다사우나를 즐기고 있던 이들 현지인을 통해 호텔 인근의 마사지 숍과 로컬 푸드를 소개받았다저녁에 걸어서 이들이 소개한 죽집에 들렀는데 말이 죽집이지 생선과 고기는 물론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개구리 뒷다리까지 죽과 함께 선택할 수 있는 식당으로 현지 사람들로 만원사례다죽을 유별나게 좋아하는 마눌 취향 때문에 이날 저녁이후 떠나올 올 때까지 우리 부부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에서 저녁을 즐겼다여행 중에 여행자가 아닌 현지인들이 즐기는 식당을 만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 런지여행의 묘미는 누가 뭐라 해도 현지인들과 어울려 로컬 푸드를 즐기는 데 있지 않을까?

다음 날 아침은 시끄러운 중국 여행자들을 피해 좀 일찍 식당으로 내려갔다뷔페 음식을 떠서 테이블을 잡으니 웨이트리스가 다가와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당연히 반가울 수밖에요즈음 동남아 여행 중에는 드라마를 통해 우리말을 익혔다는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가 있다드라마, K-POP, 한식 등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여행할 때마다 우리의 국격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가슴이 뿌듯해 온다나라의 기운이 한반도는 물론 이웃 나라에까지 뻗치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객실로 돌아온 마눌이 서울의 처남에게서 전화를 받고 우울해 한다목사로 봉직하고 있는 처남이 갑상선 암으로 입원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왔기 때문이다요즘 갑상선암은 비교적 쉽게 치료가 된다니 걱정이 덜 된다고는 하지만 신앙이 투철한 처남이 투병으로 시험을 받지 않을까 그게 더 걱정이다하나님의 가호를 철두철미하게 믿고 있는 목자인 처남으로서는 이런 불행이 닥쳤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 불 보듯 훤한 일이기 때문이다.

열대지방인 말라카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망고두리안 등의 다양한 열대 과일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앞의 그 죽집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는 두리안을 파는 집이 있어 참새 방앗간 못 지나치는 격이 된다어찌된 일인지 나는 열대 과일의 왕자라는 두리안만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사실 두리안은 한 여름 우기가 제철인 과일이라서 아무리 열대 지방 말라카라지만 상대적으로 두리안 값이 비싸다그래도 수입해서 팔고 있는 한국과는 천지 차다그러나 아무리 싸게 좋은 과일을 먹는다 해도 양심 불량 상인에게 걸리면 기분을 잡치게 된다특히 이 사람들이 가격을 표시하는 방법은 개당 가격이 아닌 kg 당 또는 100g 가격이다개당 가격에 익숙한 내가 커다란 두리안 가격이 굉장히 싸다고 생각하고 하날 찍었다상인은 당연히 무게를 달아 가격을 메긴다여기서도 어차피 수입해온 과일이니 가격이 턱없이 올라간다그래서 안사겠다고 했더니 이미 칼까지 댔는데 무슨 얘기냐며 험악해진다그러니 아무리 좋아하는 두리안이지만 맛있게 먹을 수 가 있겠는가당연히 기분 잡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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