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의 변신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11-16 17:13
조회
27
라스베이거스의 변신

갬블과는 평생 담쌓고 지내던 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교육 경험삼아 슬롯머신을 당겨보게 됐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요행히도 두 차례의 라스베이거스 방문 중 쿼터 베팅이긴 했지만 밤샘을 하다시피 하고도 돈을 잃기는커녕 두 차례의 잭팟을 터트려 주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카지노와 도박의 도시로만 알았던 라스베이거스를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은 또 다른 수확이다.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라스베이거스는 보통의 미국 환경과는 전혀 다른 비일상적이면서 배타적인 공간이다. 높은 산맥에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한 라스베이거스는 전형적인 사막지대로 높은 기온은 물론 식수 부족으로 인디언 부락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던 시골마을일 뿐이었다. 바다 속에 잠겨있던 땅이 지각변동을 일으켜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염분이 가득한 토양은 생명이 자랄 수 없을 만큼 척박해 풀 한 포기 없이 맨몸을 드러낸 산과 무릎 높이의 잡목만 무성한 황량한 사막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 황량함의 한 가운데에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세워졌고 카지노와 환락의 이미지, 미국 최대의 가족 테마파크, 3000개가 넘는 각종 컨벤션의 개최로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맨들을 불러모으는 세계 최대, 최고급 호텔과 서비스 산업의 메카로 변신했다. 우리에게는 카지노와 환락의 도시로만 알려져 있는 라스베이거스지만 미국 내에서는 살기 좋은 도시, 인구 유입, 비즈니스 성장, 실버타운 조성 분야에서 각각 1위 도시와 가족 휴양의 최적지로 인식돼 지금도 황금을 찾아 서부를 찾았던 것과 같은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1930년대 후버댐 건설 노동자들을 위한 위락타운으로 조성된 후 마피아의 개입으로 도박도시로 급속도로 성장하지만 70년대 미국 동부의 아틀랜틱시티에 새로운 카지노가 생기면서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된다. 불황을 이기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는 변신을 시도한다.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카지노 양성화 노력으로 개발 초기 마피아와의 관계는 청산되고, 카지노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사람들에 의해 카지노와 숙박이 결합된 카지노 호텔이 속속 들어서게 된다. 이 호텔들은 경영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이 노력들은 대형 테마 형 호텔의 등장을 가져오게 된다. 이런 형태의 호텔의 등장이야말로 도박과 담배냄새에 찌들었던 갬블러들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종합 리조트로 바꾸어 놓은 계기가 됐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누드 무용수와 어린이 조각상을 치워버리고 공중 곡예사와 피에로를 대폭 확충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콘셉트가 라스베이거스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성인들을 위한 환락의 도시가 어린이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종합오락리조트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부유층에서 보통사람으로 표적시장을 바꾸면서 거리 곳곳에는 가족 여행객들을 위한 각종 이벤트가 끊임없이 펼쳐지고, 브로드웨이를 능가하는 뮤지컬 공연, 서커스와 셀린 디옹 콘서트 등 각 종 쇼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불야성의 라스베가스는 환상과 꿈이 담긴 도시로 변모됐다. 꿈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의 예와 같이 미국 젊은이들의 결혼 장소로도 선망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미국의 두 도시가 세계적인 주목의 대상이다. 디즈니월드의 올란도와 카지노의 라스베이거스 두 도시인데 이 두 도시는 세 가지가 닮은꼴이다. 두 도시 모두 자연발생적인 발전 과정을 밟아온 도시가 아니라, 일정한 계획과 목적에 따라 인위적으로 조성돼 확대 발전을 거듭 하고 있는 도시라는 점. 최첨단 테마 파크를 위주로 한 오락산업 도시라는 것. 배타성과 종합성의 두 가지 면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들이다. 올란도와 라스베이거스의 성공 사례는 우리 관광산업의 활로를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방조제로 조성된 공간의 가치 창출 극대화와 날로 커져만 가는 관광수지 적자 타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해답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박의서 안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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