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땅, 티벳과 신들의 도시, 카트만드 ; 여행 도반 심용주 선생 기록 3/3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0:44
조회
73
<2019. 7. 29(Mon)>

자료를 읽었다. 어제 본 조캉사원, 오늘 볼 포탈라 궁, 티베트의 역사와 종교, 문화에 대해.

컨디션은 그런대로 좋았다. 08시경에 호텔을 출발했다.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벌써 인산인해를 보는 듯 많았다. 하루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 수가 제한적이란다. 아침 날씨는 매우 쌀쌀해 가을 잠바에 바람막이까지 껴입었는데도 쌀쌀했다. 포탈라 궁으로 가는 중에 흰색 스틸로 만든 꽃 조형물이 있어 김샘께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사람들이 많아 한 시간 여를 기다렸다. 어제 차를 타고 지나면서 보았던 궁의 느낌과 가까이 와서 보는 느낌은 전혀 달랐다. 그야말로 언덕위에 하얗고 붉은 웅장한 불가사이 같았다. 궁 내 입구는 화분으로 단장되어 수수하고 수더분하고 오래된 건물이라는 것을, 군데군데 새로 단장한 느낌도 받았다. 오나가나 공공건물의 주요한 위치에 붉은 오성기가 꽂혀있는 것이 편한 마음은 아니었다. 나만 유난히 민감성 일까 그것도 궁금했다. 물어볼 수도 없지 않은가.

본격적으로 궁을 오르기 시작했다. 양쪽으로 지그재그로 난 계단 중 한 길을 따라 설명을 들으며 올라가니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멀리서 봤을 때는 낮은 동산위에 딸랑 건물하나처럼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 와 마주하니 그 웅장함은 대단했다. 붉은 건물과 노란건물, 흰 벽과 건물이 대비되어 있었는데, 그런 연유에 대한 궁금함도 잠시 흰색은 자비, 붉은 색은 지혜를 나타내는 불교적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 이어폰을 타고 귀속으로 들어왔다. 건물에서도 내부의 그림과 조각상에서도 그 의미는 나타나 있었다. 포탈라 궁은 세계 7대 불가사이 건물 중 하나란다. 포탈라 궁에 온 느낌은 깊고 크다. 불교가 나에게 그렇듯 언젠가는 귀의해야할 고향 같지지만 불편하고 편안함을 동시에 주고 있다. 궁 내 미로 같은 길, 계단, 천개가 넘는다는 방, 놀랍게도 셀 수 없이 많은 부처님상과 탱화들, 경이롭다는 한마디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기술, 예술, 종교와 문화, 사랑과 지혜, 자비 등 모든 것이 있을 것 같은 이곳 포탈라 궁, 불원천리 달려 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자했던, 깨달았던 그님들의 뒤를 따르고 배우려는 현재의 중생들, 부족한 앎과 노력으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누적된 그 무엇들, 이곳에 살아생전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여한이 없을 것 같은 지금 이 순간과 나를 포함한 중생들, 지체장애자로 보이는 그녀의 울음은 환희고 감사고 행복이었을까. 수없이 내려놓겠다는, 보시하겠다는, 깨닫겠다는 마음의 지폐들, 무한의 기도, 그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염불과 명상 독음을 모아내는 스님의 정신, 숨 막힐 것 같지만 차라리 편안해지는 야크 기름 타는 불꽃 냄새, 최선을 다해 알려주려는 안내자들, 생애에 다시 오기 힘든 이 신성한 곳에서 깨닫고 가라 소리 없이 들려주는 불심들, 쉴 새 없이 밀려들고 웅성이는 인파 속에서도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되어 있는 스님들, 실내공기는 결코 깨끗할 수 없을 이곳은 그런 개념조차 없는 무아의 지경일 수밖에 없는 불당이 되고 있다. 유독 관심이 가는 14대 달라이 라마 존자가 묶었다는 방과 집기들, 다람살라에서의 설법과 예불의 인연은 오늘 이곳에서의 인연과 또 그 무엇으로 이어져 있을까.

외부에서 보면 모형 같은 이 궁은 하늘에 닿으려는 듯하고, 내부는 적의 침입을 막아내겠다는 목적의 미로요. 문이요. 방이요. 법당이요. 달라이 라마의 생활공간이, 스님들의 공부방이 있는 이곳도 감옥이 있고, 방어군의 주거공간까지 있어 하나의 도시 성이었고, 싸리나무를 묶어 붉은 색을 칠해 건축자재로 활용한 그 지혜는 맞았던 것일까.

이곳에서 평생을 보내도 다 알 수 없고 볼 수도 없을 것 같은 이곳에선 깨달음을 얻고 모든 것을 담아가겠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건물 내에 있는 꼭대기 층 하늘마당에서 하늘을 본다. 천년의 어두움 속에서 나와 하늘로 오른 기분이다. 시가지와 산과 구름을 보니 또 다른 세계에 온듯하다. 흰 구름과 파란 하늘, 신들만이 살 것 같은 저 산들, 그 아래 단정하게 모여 있는 라싸의 시가는 잊을 수 없는, 잊고 싶지 않은 곳, 순박하고 불심 가득한 티베트 사람들만이 무한히 살아갈 사람 사는 세상으로 보였다. 그 순간들 하나하나가 마음에 담을 영상자료이자 스틸 컷들이었다.

천상의 세계를 뒤로하는 아쉬움인 듯 그 바람이 창문과 처마에 두른 커튼을 깨워 파도타기를 하는 듯, 춤을 추는 듯 하늘에 나부끼던 모습, 옷깃을 스치던, 눈길을 모으던 그 부처님 눈(불목)은 나를 손짓 하는 듯하고, 궁의 흰 구름과 파란 하늘은 천상의 세계라 짐짓 하려던 그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었다. 아! 그런데 쉬가 마려웠다. 나는 잰걸음으로 화장실을 찾아 속세로 돌아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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