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땅, 티벳과 신들의 도시, 카트만드 ; 여행 도반 심용주 선생 기록 1/3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0:43
조회
78
이번 티베트와 네팔 여행은 이 유행가처럼 나에겐 또 하나의 사랑이었고, 아름다움이었고, 아픔이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여 나는 그 모든 것을 담아내고 싶어 그 순간들, 그 흔적들을 적어놓고자 한다.

- 영혼이 신과 함께 -

티베트를 ‘영혼의 땅’이라하고 네팔을 ‘신들의 나라’라 했습니다. 왜 그런 네임이 생겼을까요? 나는 티베트의 작은 마을을 지나오다 ‘영혼의 땅’을 보았고, ‘집이 있는 만큼 사원이 있고 사람들만큼이나 신상이 있다’는 윌리엄 프릭 패트릭의 말을 음미하며 네팔이 ‘신들의 나라’라는 것을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영혼의 땅이란 저런 모습이 아닐까. 상상과 현실이 만나 불꽃처럼 스쳐간 그 순간 그 짜릿함은 여행이 아니면 느껴보기 어려운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카트만두의 더르바르 광장에서 보고 들었던 도시의 모습과 소리와 냄새를 음미하는 것, 앞서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글과 흔적을 마주할 때 행복함을 느낍니다. 아! 그래서 ‘신들의 나라’라는 말은 말이 되는구나. 아! 이래서 이곳은 세계가 함께 보존하고 보호해야할 장소구나. 아! 이 숨 막힐 듯 소란스런 도시의 모습은 차라리 드물어 그 많은 사람들이 찾고 싶은 도시인지 모르겠구나. 나는 여행의 상당부분을 이런 느낌이 오기를 기대하며 여행을 합니다.

'인생은 너무나 짧은 여행'이란 말에 이끌려 여행을 시작했다는 유시민 작가의 말에 공감하며, 어쩌면 인생살이 자체가 무한한(endless) 여행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로 어떻게 누구와 갈지는 아직 정해진바 없습니다만 마음은 이미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함께 다녀온 성, 동생, 누이들은 어게인, 함께 갈 수 있는 여행을 꾸며보지 않으실래요? 그런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도해 봅니다.

<2019. 7. 27>

‘임정로드 4,000킬로’ 탐방단 1기로 중국을 다녀 온지 두 달도 못되어 또 중국(서안/티베트)과 네팔을 가는 여정에 오른다. 어김없이 드는 생각, 이번에는 또 무엇을 얼마나 보고 듣고 느끼고 올까 궁금하다. 심혁주 교수가 쓴 “소리와 그 소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를 읽고 있다. 소리와 냄새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여행은 새로운 만남, 낮선 곳과의 조우에 대한 기대와 설렘의 시간이지 않나. ….

심교수가 자신이 쓴 책을 두 권씩 주었다. 한 권은 사서 읽고 있는 ‘소리와 그 소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이고 한권은 ‘학문과 인간’이다.

시안시 인구 약 8백만 명, 함양인구 약 5백만 명, 두 도시가 합해져 거대도시 시안을 이루고 있다.

이 큰 도시 시안에서 머물 시간은 겨우 한나절이다. 먼저 서안성벽으로 갔다. 성벽을 오른쪽에 두고 버스가 오래도 달렸다. 성곽 규모가 크다는 것이겠지. 명나라 초기에 축조되었고 물론 방어목적이었다. 성곽은 동서로 긴 장방형이다. 동벽 2.59㎞, 서벽 2.631㎞, 남벽 3.441㎞, 북벽 3.241㎞로 전체둘레가 13.75㎞이다. 성내 면적은 총 12평방킬로미터다. 당나라 장안성 때의 1/7정도의 크기라니 그 성은 얼마나 컸을까.

7월 말, 중국 4대 화로의 하나라는 서안은 더웠다. 그래도 올해는 덜 덥단다. 버스에서 내리니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없다. 성 안의 문과 종루가 도로 축 상에 놓이게 계획된 성도임을 알 수 있다. 도시계획가는 그런 것만 보인다. 한쪽 성벽만 보니 코끼리 코만 만지는 꼴이랄까. 크다. 넓다. 고도 서안에 왔다는 정도다. 서안은 도시계획이 잘 된 도시로 알려져 있다. 성은 정 동서남북방향으로 터를 잡았다. 남·북문은 정중앙에, 동·서문은 남쪽으로 내려와 1/3지점에 있다. 이를 중심으로 격자형 가로망이 구축되어 있다. 우리가 올랐던 곳은 서문이다. 서안성벽을 중심으로 서안시 도시계획이 짜여있다. 성만 볼 때는 대단한 크기로 보이지만 도시 전체규모에 비하면 성은 또 아주 작은 성곽에 불과하다. 당대의 기술력을 감안하면 대단한 격자형 계획도시가 맞다. 성 주변의 녹지대, 곳곳에 자리한 공원, 도로의 녹지축 등이 서안의 도시 품격을 말해주는 듯 했다.

서안을 하루 만에 이해한다는 것은 넌센스일 것이다. 서안을 이해하려면 몇 번을 더 다녀 봐야할지 모르겠다. 중국이 우리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압축성장의 문제를 안고 말이다. 무섭다. 그 미래가.

두 번째로 간곳은 젊은이들의 만남의 광장이자 서안 시내 중심에 위치한 ‘종루와 고루’사이에 있는 분수광장(종&고루 광장)이었다. 중국은 뭐를 해도 그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소위 규모로 죽인다. 이 분수대도 크고 넓다. 옛 시대의 탑과 건물을 배경으로 현대기술을 접목한 점이 돋보였다. 아쉬운 것은 이 더위에 분수를 보기만하고 직접 뛰어들어 즐길 수 없게 통제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산주의 국가였다는 선입견만은 아닐 것 같다.

세 번째로 간 곳은 ‘회족거리’다. 일명 먹자골목이다. 음식점이 많았다.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그들이 살아가면서 내뿜는 소리와 냄새를 직접 진하게 맡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여름의 열기까지 더해져 그 소리와 냄새는 더 진하고 크게 느껴졌다. 이곳은 서안시의 역사문화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입구 게이트와 안내표지에서 읽을 수 있다. 최근에 갔던 남경의 공자묘거리(?)와 중경의 홍애동지구(우리로 말하면 도시재생지구 정도 될 것이다.)가 자연스레 비교되었다. 품격과 여유로움은 공자묘거리가, 시설의 규모와 사람의 밀집도는 단연 중경이 돋보였다. 이렇게 여행지의 다양한 모습을 비교하고 회상해보는 것은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이 된다.

<심교수의 인연이야기>, 인연이란, 사막에서 씨앗이 자랐다. 그 싹의 잎에 하늘에서 떨어진 바늘에 꽂힐 확률이다. 여행의 본질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 관광(유람)과 여행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번 여행은 여행 고수들이 온 것 같다는 것. 시안은 우리 대학생들이 반드시 와봐야 하는 곳이라는 것. 당나라 때 전 세계 학생들이 모였던 곳이라는 것. 중국 지도에서 황하강과 양자강의 시작과 끝을 보면 중국이 보인다는 것. 등등의 이야기가 대강 기억된다.

<마음에 담자>

여행 하루 만에 작은 깨달음이 왔다. 희열이 온 몸을 감쌌다. 찍지 말고 마음에 담자. 찍는 시간에 가능한 대상을 오래보자. 느끼려고 해보자. 소리와 냄새에 집중해 보자. 이것이 답일 것 같다! 그것은 작은 깨달음이었다. 오랫동안 여행을 하고 돌아와 일지든 글이든 쓰려면 사진을 봐야했고 그러면 사진속의 현상 외엔 아이디어도 없고 감상도 없어 늘 아쉬움이 컸다. 나의 글쓰기의 무능함을 전제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 했다. 여행지에 가면 그 장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길 봐달라고 아우성치는 시설과 활동들, 동적 비동적인 소리와 냄새를, 사람을 느껴야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많이 찍을 것인지에 매몰되었던 것 같다. 사진을 찍으려고 뛰어다니기까지 했다. 그렇게 해서 잔뜩 찍어온 사진은 컴퓨터에 저장되었다 지워지거나 관리되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기억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하는 느낌이 심교수의 얘기와 나의 깊었던 고심이 불꽃처럼 붙어 머리를 쳤다.

대상은 찍는 것이 아니라 보고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을 마음에 담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여행일지 모른다. 여행은 왜 가는가? 힐링을 하기 위해, 행복하고 즐겁기 위해 가는 것 아닌가.

딱히 맞는 것은 아닐지 모르나 이와 연관해서 소개하고 싶은 사례 하나가 생각났다. “에스터 M 스턴버그 저 ‘행복한 공간을 위한 심리학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에 의하면 로저 울리히(환경심리학자, 교수)는 담낭제거수술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한 그룹은 창을 통해 작은 숲이 내다보였고, 다른 그룹은 벽돌담이 내다 보였다. 작은 숲이 내다보이는 침대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이 벽돌담이 내다보이는 입원환자들보다 24시간가량 먼저 퇴원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그룹 환자들은 진통제도 덜 복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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