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상식 사이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1:46
조회
91
정년퇴직 급여 일부를 투자해 서울 귀퉁이에 작은 오피스텔 삐꼴리나를 운영하고 있다. 14 제곱미터 규모의 그야말로 Picolina다. 그런데 분양 채 1년도 안된 이 월세 50만원짜리의 삐꼴리나가 심한 결로로 인해 가구와 의류 등에 곰팡이가 슬자 여러 차례에 걸쳐 세입자의 불만이 제기되었다. 하는수 없이 세입자를 중간에 내보내고 시공회사로 부터 하자보수를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삐꼴리나의 공실이 2개월여 지속되다가 지난 달(7월) 말 한 아가씨가 계약을 하고 계약금 50만원을 입급하면서 발생했다. 뜻밖에도 이 아가씨가 입주 예정 당일 개인 사정이라며 계약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계약금을 받은 후 계약이 취소된 경우는 생전 처음이라 계약금의 처리를 놓고 잠시 고민했었다. 그러나 월세 생활하는 사람들의 형편을 감안해 다음 세입자가 들어올때까지의 공실 기간만 일할 계산해서 공제하고 나머지 계약금은 돌려주기로 맘을 먹었다.

마침 오늘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을 하고 부동산 사무실을 나서려는 참인데 주인이 불러세운다.


'비용 계산하셔야죠?'
'이미 관리비 다 정산하고 수수료도 드렸잖아요?'
'아니 그거 말고 계약 해지에 따른 계약금 중에서도 중개수수료를 주셔야 하는데요.'
'뭐라고요? 받은 계약금은 비용 제하고 계약 당사자에게 돌려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어쨌거나 계약 파기한 경우도 수수료는 받아야 합니다.'


이런 놈을 봤나. 벼룩의 간을 빼먹지....

난 계약 파기 당사자가 아니니 꼭 받고 싶으면 계약 파기한 사람에게 받으라고 했더니 이미 그쪽에선 수수료를 받았단다. 나중에 계약 당사자에게 이 사실을 확인했더니 위약 수수료로 24만원을 이미 지불했단다. 떼인 돈 50만원도 쓰라릴텐데 그 위에 위약금까지 내게 하다니 아무리 영업이지만 괘씸하기 짝이 없다.


어쨌거나 계약 파기한 아가씨에게 공실에 따른 비용을 공제하고 나머지 30만원을 온라인 송금해 주었더니 생각지도 않았다며 고마워한다.


계약 내용으로만 보면 이 계약금은 돌려줄 의무가 없다. 그리고 부동산 중개인이 제시한 계약서의 특약 사항을 검토해 보니 부동산 중개인도 계약 파기에 따른 중개 수수료를 받도록 되어 있었다. 계약을 파기했지만 계약행위까지의 관련 서비스가 모두 이루어졌으니 틀린 주장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정황을 모두 인정한다고 해도 임대인은 계약 파기에 대한 아무런 책임이 없고 2주 정도 후 계약이 다시 성사되어 중개수수료를 지급했으니 이 사람의 주장은 정말 터무니 없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임대인은 단골 고객인데 이런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무리 장사지만 소탐대실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난 당연히 이 파렴치한 부동상중개인과의 거래 중단을 통보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니 돌려주지 않아도 될 계약금을 돌려주었다고 생색낼 일도 아니거니와 계약서대로 하겠다고 한 사람도 크게 잘못된 일은 아닌 것이다.


이래저래 세상살이 간단치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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