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산수리 과객...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1:46
조회
93
지난 20여년의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산수리에 둥지를 틀었다. 여기서는 또 어떤 굴곡들이 전개될런지...
땅을 매입해 등기를 마친 후 지난 반 년 동안 마냥 좋기만 했는데 가뭄으로 나무에 물주는 일에 동내 이장이 시비를 해오면서 언짢아지기 시작한다. 아무쪼록 잘 극복해 나가야지.17614

토목공사 후 산수리의 모습이 현저히 달라졌다. 앞으로 예쁘게 변신해 나갈 것 같다. 20170915

남윤우 : 산수리 농막에 올 첫 눈이 오는 주말 가고 싶은데 눈이 안오네 ^^^
박의서 :  이미 서리가 내렸으니 첫 눈도 곧 오겠지^^ 20171101


혹시 했는데 역시나 마을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쉽지 않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괜찮지만...
일부 사람들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다. 171217

안정적인 귀촌을 위해 지난 세월 여기저기서 연습도 많이 했건만 결국 산수리 정챡은 물거품으로 끝날 것인지....
우리 땅에 인접한 교량 신축에 따른 도로 확장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결국 마을 사람 대부분과 등지게 되었다.
왜 시골 사람들은 이런 일을 타협과 조정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일까. 공사 중에 그때 그때 와서 생떼를 쓴다.
나로서는 공간을 양보할만큼 양보해주고도 뭐 주고 뺨 맞는다는 격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원성만 산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사람들이 외지인인 나를 협력의 파트너가 아닌  '을'로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마을 사람들은 마을 사람대로 따로 할 얘기가 많겠지만...
마눌은 이참에 땅을 아예 처분해 버리자는 의견이다.
그래도 좀 더 지켜봐야지...180501

결국 산수리 땅을 내놓기로 했다. 땅 구석구석 내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땀방울 베이지 않은 곳이 없지만 일단 내놓기로 맘 먹으니 홀가분하기 짝이 없다.180503

심어놓은 나무 자라 녹음 우거지니 새들이 깃들어 좋구나~~~ 180601

마을 사람들은, 물론 다는 아니지만 외지인에 대해 스스로를 '갑'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장이나 반장 등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그러하니 문제가 심각하다. 이주해 들어가려는 나는 당연히 '을' 대접을 감수할수도 감수할 생각도 없다....
남의 사유재산을 도로에 편입하고 싶으면 찾아와서 정중히 협조를 구하는 게 상식일텐데 경계를 임의로 침범해서 공사를 해놓았다. 그래서 돌려 놓으라고 했더니 떼로 생트집을 잡으며 난리다. 허참....그 동안 나름대로 마을과 마을 사람들에게 공들여온 게 무색하다.
그러니 피차 물과 기름 같은 존재들일 수 밖에.....편안한 노후를 기대했다가 천만 뜻밖의 상황이 연출된 셈이라 불편하기 짝이 없다..... 180729

금병산 종주길에는 작은 소나무들이 많이도 자라고 있다.
요녀석들 볼 때마다 산수리에 옮겨심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동했었는데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그런데 어제 저녁 무렵 홀로 금병산 종주를 하며 인기척 없는 틈을 타 애기 소나무 몇 구루를 뽑아 배낭에 챙겼다.
생각보다 요놈 쉽게도 뽑혀 올라온다. 비를 많이 뿌린데다가 낙엽 퇴적층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요녀석들 시들새라 차를 달려 산수리에 닿으니 이미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다.
어둑어둑 어둠을 헤쳐가며 산수리에 요놈들을 심어 주고 나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하다.
마침 비 예보까지 있어서 요놈들이 산수리에 뿌리를 잘 내릴 거라 생각하니 급하게 한 일이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다. 180902

어제와 그제 저녁 연이어 산수리에서 반딧불이가 관찰되었다.
칠흑같은 어둠을 가르며 나타난 녀석들을 보고 마눌이 탄성을 자아낸다.
이래저래 참으로 보기좋은 모습이다.180903

안 해보던 예초기를 사용해서 벌초 겸 잡초를 정리했다.
쉬운 일도 아니고 자칫 잘못했다간 다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차라리 일당을 주고 돈으로 때우는 방법도 괜찮었을 듯....
추석 앞두고 하는 일이니 가족들과 같이 했어야 동네 사람들에게 면이 섰을 것이긴 한데...
세상사 다 이런 거지 뭐.... 180908

같은 밭에 똑같이 배추와 무우를 심었건만 뒷집 아주머니 것은 무성하고 우리 것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같은 밭이지만 밑거름과 돌봄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다....180911

재래종 소나무로 알고 심은 것들이 모두 잣나무란다....
모두 분양하거나 캐내야 할 것 같다.... 180915

마을 이장이 동네 스피커를 통해 '몰상식'한 행위를 중단하라고 공개적으로 도발해왔다.
일요일을 맞아 산수리 배추밭 잡초를 모두 매주고 빈 자리에 무우씨 좀 뭍어준 끝에 마을상수도로 물 좀 뿌려준데 대한 대응이다.
그래도 첫 방송 때는 지난 여름 상수도를 많이 사용한 때문에 전기료가 많이 나왔고 다른 이유는 비온 끝에 물을 왜 주느냐는 정도의 방송이었다. 그런데 두번째 반복하면서 '몰상식한 행위'를 중단하라고 수위가 높아졌다.

이밖에 나는 전혀 몰랐지만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마을 길을 정리했던 모양이다.
매년 추석을 맞이하면서 마을길을 정리해왔던 모양으로 작년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져서 미안한 마음에 수고한 동네 사람들과 막걸리 사먹으라고 이장 손에 10만원을 쥐어주었었다.
금년에는 알지도 못했거니와 설령 알았다해도 살벌한 관계의 이장에게 막걸리값을 쥐어주거나 동네 부역에 동참할 생각은 애저녁에 없긴했다.
대신에 우리 땅에 걸려있는 마을 길을 지난 주에 모두 예초기로 정리해주었었다. 나름 내 역할은 수행한 셈인게다.

상수도만해도 그렇다. 지난 여름 가믐에 잔디가 누렇게 뜨고 나무가 말라죽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우린 물 한번 주지 못했었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은 암암리에 물주고 있는 건 다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장이 공개적으로 전기료가 많이 나왔다고 스피커로 떠들어 대고 있는게지.
물론 오늘 아침에 보슬비가 살짝 내려있긴 했었다. 그러나 갈수기가 아니기 때문에 새로 뿌린 씨앗과 배추와 무우에 물을 주어야 겠다는 건 농사 관리자인 내가 한 판단이다.

이보게 이장양반, 미터기 한번 달아보시게나. 모르긴 해도 일 주일에 한두번 농막에 가는 우리 요금이 가장 적게 나올 게요.
그리고 연말에 전기료 등 관리비로 5만원을 내고 있는데 지금 무슨 망발이오.
'몰상식' 한 건 내가 아니라 이장이 아닐까 하오만......
그리고 난 이 동네에 '을'로 살러 온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볼까 하고 들어온 사람이오. 따라서 마을 사람들과 서로 협력은 하되 '을'로 살 생각은 추호도 없는 사람이오.

이래저래 이번 기회에 농업용 전기와 양수기를 설치해서 이장과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도려내야내야 할듯....20180916
전체 1

  • 2023-02-18 21:46

    막상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니 선뜻 팔 수가 없다. 쉽진 않겠지만 마을 사람들과의 갈등을 수습해 나가는 게 더 나을듯...
    그게 어려우면 stay away도 대안이다... 18-08-31 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