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내(靑川) 뽕밭(桑田) 살이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1:46
조회
89
태어나자마자 도시 아파트의 주어진 문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어진 문명의 소중함을 전혀 모르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하천부지나 다름없던 도원리의 형편없던 맹지에 지난 몇 년간 축대도 쌓고 성토도 하는 정성을 들여 왔었다.
달포 전에는  포크레인 두 대를 동원해 시냇물을 따라 어렵사리 이 곳에 농막을 들였는데 오늘 그 농막에 드디어 전기가 들어왔다.

정말 감격적이다.
아파트에서 주어진 전기나 쓰던 사람들은 전혀 느낄 수 없는 감동이다.

시골을 일구다 보니 차도 못들어 오는 맹지에 헐 값으로 농업용 전기를 대주고 시설까지 해주는 정부와 한전의 지원이 무척 고맙기만 하다.

땅을 만들고 농막을 들이고 전주를 새로 세워 전기와 수도를 연결하며 힘은 많이 들었지만 이런 것들을 차례차례 이루어 가는 보람은 해본 사람들만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힌 선물이다.    150425

사촌들의 갑질을 피했나 싶었더니 맹지의 설움이 몰려온다.
세상에 갑이 없는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더 이상 피하지 말고 맞서 극복해나가야지.... 150503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든 줄 모르며 하게된다.
도원리의 농막 관리와 묘목들과 모종을 돌보는 재미에 손주들 재롱조차 잊어버렸다.
그래서 어린이날 공휴일엔 새벽길을 달려 고추, 오이, 파프리카, 피망, 수박 등의 모종을 도원리에 심고 단숨에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왕복 280km의 강행군임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다녀오니 살맛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150505

아! 돌아서면 보고싶은 님이여.....
이게 잠깐의 흩어질 구름일지라도 나는 그저 좋기만 하다.... 150517

가진 자의 권리 주장과 그 권리를 얻어쓰는 사람의 심정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다.
게다가 이런저런 사소한 약점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150523

아침까지만해도 기억했던 모임 약속을 깜빡하고 시골로 내려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산란해서?
아님 건망증과 치매 증상의 중간쯤?
심어놓은 묘목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

어느 쪽이 되었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150601

농막 하나를 더 지어 놓으니 할일도 그만큼 많아졌다.

수도와 하수구도 더 들여야 하고 좁은 공간에 그동안 조양리에서 불을대로 불어난 짐들을 가져다 정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 과정에서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 것은 정말 큰 즐거움이나 많은 경우 의견 차이로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 건 또 다른 어려움이다.

모든 일엔 명암이 있는 법이고 우리네 인생 죽을 때까지 배우다 배우다 가는 게지....150629

삶의 터전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물리적인 환경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삶의 공간이 사람이 생활하기에 얼마나 편리하고 사람 중심으로 구성하느냐의 문제이다.
이래 저래 도원리 오두막을 통해 이것 저것 많이 배우고 있는 중이다. 20150722

桑田齋 앞의 전망을 가리던 수령이 족히 30년은 넘었을 듯 싶은 버드나무를 베어내려니 나무의 저항이 느껴져 온다.
그래서 그런지 톱질하러 오르던 멀쩡한 사다리가 굽어져내리는 바람에 나동그라져 꼬리뼈를 다쳐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 모든 일이 내 마음 안에서서만 일어나는 일들이겠지만 몸도 아음도 편치만은 않은 에피소드다...    20150802

거저 생겼다고 좋아했건만 이리저리 그리고 가랑비에 옷젓는 줄 모르는 것처럼 돈이 들어가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자칫 잘못 판단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으로 진전될 수도 있겠다....20150812

桑田齋가 콘테이너 하우스에서 집으로 거듭난 기분이다.
데크의 지붕공사를 마무리하고 나니 콘테이너 하우스지만 온화한 그낌의 집으로 거듭난 느낌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마눌이 이런 모습을 보고 좋아하니 나도 흡족하다.
桑田齋의 이런 모습은 냇물을 통해 운전해 가야만 하는 험한 맹지에 지난 수년 동안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들인 결과다.

맹지 때문에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많이 배우고 있기도 하다.
맹지로 진입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허락과 신세를 져야만 진입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고
태생적으로 철저하게 을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모든 조건의 의미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이웃과 잘 지내가라는 지상 명령에 다름 아니다. 20150830

푸른내 상전재에서 많은 개체는 아니지만 반딧불이가 관찰되었다. 시골살던 어린시절 이후 처움 보는 모습이라 무척 반가웠고 이 모습을 본 마눌은 마치 어린애처럼 좋아라 한다.

푸른내가 아직도 오염되지 않은 좋은 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150924

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이라고 했던가?
앞으로 얼마 동안이나 도원리 상전재를 지금처럼 아낄 수 있을런지.... 151012

요즈음 시골 사람들 무섭다. 서울의 봉들 베껴먹는데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양수용 펌푸를 포크레인 기사에게 맡겨두었다가 최근에 찾아쓸려고 했더니 어디다 두었는지 모르겠단다.
그러더니 다음 전화에서는 팔아먹었는데 연락처를 몰라 돈을 줄수가 없었다고 했다.....
요즈음 시골 사람들 무섭다. 서울의 봉들 베껴먹는데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양수용 펌푸를 포크레인 기사에게 맡겨두었다가 최근에 찾아쓸려고 했더니 어디다 두었는지 모르겠단다.
그러더니 다음 전화에서는 팔아먹었는데 연락처를 몰라 돈을 줄수가 없었다고 했다..... 160402

이젠 머리쓰는 일보다 몸쓰는 일이 더 보람있는 듯..... 160407

아무 생각없이 베어버린 나무 한그루가 이웃과의 관계를 크게 해쳤구나..... 160524

어느날 거저 주어진 맹지. 참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맹지에서는 길을 가지고 있는 자는 수퍼 갑이고 이들에게 둘러쌓인 맹지 소유자는 초수퍼 을이다.
이 초수퍼 을이 갑들에게 당해야 하는 수모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언젠가 이 '맹지'를 주제로 단편 소설이라도 한 편 써봐야 할 것 같다. 160527

최근 2-3년간 소위 마른 장마로 도원리 냇물이 넘친 적이 무척 아쉬웠는데 이번 장마가 그동안 쌓여왔던 쩌꺼기들을 말끔하게 쓸어내서 눈과 마음이 함께 시원해졌다. 이래서 장마도 꼭 필요한 자연의 섭리인가 보다.
장마 중 잠시 날이 개였다고는 하나 공기 중 습도는 여전히 높은 것 같다.
잠깐의 햇볕을 빌려 모처럼 노동을 했더니 모자 앞뒤로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그러나 마음만은 모처럼 깃털처럼 가볍다^^
160707

비가 온후 상전재 앞 냇물이 불어 한 여름 지내기에 아주 좋아졌다. 냇물과 농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가까운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전송했더니 서로 와 보겠다고 난리다.
그러나 어쩌랴. 실제로는 길도 없는 숭한 맹지인데가 샤워할 물도 없으니...마음은 굴뚝같지만 초대하기는 난감하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할까나.
물이 분 냇물로 운전해 나오다가 그만 차가 물에 빠져 공회전을 시작하더니 움직일 줄을 모른다. 하는 수 없이 이웃에서 펜션겸 농장을 운영하는 신사장께 SOS를 쳤더니 트랙터를 몰고 와 꺼내주어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래서 자랑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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