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 아프리카 4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19:34
조회
74

로밍roaming, 인터넷internet, 인프라infra


 인터넷과 전화가 아프리카 전역에서 부분적으로나마 서비스 되고 있다. 다만 오지에서나 장거리 드라이브할 때는 장애를 겪었고 우리 이동통신사의 서비스가 제한되어 일부 지역에서는 로밍서비스가 연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행환경은 일부 후진된 아시아나 동남아보다 오히려 좋은 편이다. 그렇지만 서울에 남기고 온 딸 아이들과 타운에 들를 때마다 공중전화나 인터넷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번은 전화연결과 인터넷이 장기간 되지 않아 현지 전화시스템SIM으로 교환하여 로밍을 시도했지만 역시 실패였다. 우리 전화기의 서비스가 이동통신사의 조작으로 국내용으로만 제한해 놓았기 때문이란다. 대신 현지의 이동통신사 직원이 자신의 SIM카드1)를 쓸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해 주어 겨우 인터넷 연결이 가능했었다. 어디가나 친절한 사람들은 있는 법이다.

 아프리카의 인프라는 주요 도시를 제외하면 거친 모습이다. 광활한 사막 길은 대부분 비포장이거나 초벌 포장이다. 전봇대와 전기 줄 그리고 기차 길 정도가 인프라로 보이는 것들 이다. 사막의 벌판은 모래 아니면 메마른 초원길의 연속인데 메마른 초원들은 우기가 되면 파란 초원으로 변해 동물들의 천국이 된다고 했다.


별, 은하수


 저녁에 맥주나 와인을 한잔하면 피곤해서 바로 골아 떨어진다. 잠자리에 들면 열린 텐트 사이로 보이는 은하수galaxy2)가 참 아름답다. 매일 밤 뻥 뚫린 텐트위로 별과 은하수를 이고 잔다. 어렸을 때 본 시골의 여름 하늘 이후 처음 보는 모습이다. 그 때는 밤마다 마당의 멍석을 등에 업고 마른 쑥의 연기 향기로 모기를 쫒으며 이웃들과 밤하늘의 별똥별과 은하수를 쫓곤 했었다. 그러나 이곳 남아프리카의 밤은 모기와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모기향이나 방충망도 필요 없다. 가이드와의 갈등을 빼면 같이 여행하는 그룹도 좋고 여행 프로그램도 매우 만족스럽다.


나이 곱게 먹기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경험하니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메모해야 한다. 그 때 그때 기록이 되지 않으면 쉽게 잊는다. 다행히 트럭에 테이블이 하나 있어 노트북 쓰는데 도움이 되나 대부분의 길이 거칠어 덜컹거리기 때문에 키를 누르기가 쉽지 않다. 충전도 여의치 않고. 

 나이 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남의 일에  관대해 져야 하고 깔끔하게 하고 다녀야 하고 섭섭해 하지 말고. 아름답게 늙어 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노력해야 한다. 1회용을 재활용 하려는 노력은 좋지만 재사용을 목적으로 휴대하고 다닐 정도로 집착하지는 말자. 추해 보인다. 대인 관계에서 균형 감각을 갖는 게 참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멋있게 늙어가야 할 텐데. 평생을 경쟁 환경에 살아온 탓으로 텐트도 가장 먼저 치고 텐트 자리도 먼저 점령한다고 라울이 그런다. 결코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 말이다.

텐트 치는 일 등 사소한 일로 마누라와 의견이 맞지 않는다. 무조건 맞추어 주는 게 좋을 런지. 아직도 텐트 칠 때 덤벙대다가 여기저기 할퀴어 상처를 입는다. 트럭을 오르내릴 때도 여기 저기 찢기기 일 수다. 언제나 철이 들려는지.


오렌지리버orange river의 카누 사파리canoe safari


 나미비아는 4월 5일 일요일부로 썸머타임summer time3)이다. 여행프로그램은 중간 중간 충분히 쉴 수 있게 편성되어 있지만 장거리 여정 때는 새벽 일찍 일어나 텐트를 걷고 출발하는 강행군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미비아 국경의 오렌지리버 다리를 넘자마자 진디와 캠핑시설이 탁월한 젤다gelda 캠프장에 텐트를 친다. 젤다gelda의 야영장에는 양탄자 같은 잔디가 깔려 있다. 나미비아의 캠프사이트는 특히 좋다. 취사장엔 식수와 전기, 취사용 가스까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대부분의 캠프사이트는 롯지lodge가 함께 있어 화장실이나 샤워장도 매우 깨끗하다. 바와 상점, 수도, 전기 시설 등이 부러울 정도로 잘 되어 있다. 모처럼 푹신한 잔디의 좋은 시설이 있는 곳에서 캠프를 하니 마음도 몸도 편안하다.

 나미비아 종주 길의 점심 휴게소에서 일련의 독일인 여행자 그룹과 만났다. 여유로운 모습의 초로들로서 아프리카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남아공의 써머셋somerset4)에 거주하는 은퇴자들이라는데 1년의 반은 독일에서 나머지 반은 이곳에서 머문단다. 담배를 놓고 친구들과 다투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소꿉친구들이다. 나이 들수록 좋은 친구가 있어야 한다. 나미비아는 보츠와나와 함께 원래 남아공이었다.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지배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독립심이 강해 오랜 동안 별명으로 불리어 오던 오렌지리버의 이름을 가리엡gariep river5)로 바꾸었을 정도다. 뿌리와 이름 찾기의 결과다.

 나미비아는 독일의 지배를 받은 적이 있어 특히 독일 여행자들이 많다. 독일 사람들은 랜드 크루저land cruiser에 캠핑 장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다니는 것은 물론 쿼드 바이크quad bike6) 등을 자가용으로 싣고 다닌다. 대부분의 캠프장은 식당과 바가 있어 식사는 물론 맥주와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나미비아와 남아공은 특히 와인이 싸고 좋아서 저녁마다 술을 마시게 된다.

 젤다 캠핑장의 푹신한 잔디 위에서 모처럼 하루 밤을 편안히 지낸 우리 일행은 오렌지리버 카누사파리를 위해 작은 트럭에 실려 강 상류로 향했다. 군대 시절 훈련을 위해 트럭에 짐짝처럼 실려 이동하던 생각이 난다. 강 상류에 도착해 간단하게 노 젓기 방법을 익힌 우리는 두 사람씩 카누를 나누어 타고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여행 중에 나이를 느낀 곳은 이번 카누타기이다. 카누 조작이 마음 같지 않다. 젊음이 다르다. 마음은 젊은 일행 부부들과 다르지 않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결국 중간 중간 우리를 기다려 준 일행들의 배려로 가까스로 캠프장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피쉬리버 캐년fish river canyon


 피쉬리버 캐년fish river canyon은 미국 아리조나arizona주의 그랜드캐년grand canyon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의 협곡이란다. 길이 160km, 넓이 27km 그리고 깊이 550m에 달하는 장관의 협곡이다. 부쉬맨bushmen들의 전설에 의하면 이 협곡은 사냥꾼에 의해 쫓기던 뱀이 탈출을 위해 미친 듯이 날뛰던 자국에 의해 형성된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피쉬리버 캐년fish river canyon은 지각운동에 의해 20억 년 전에 형성된 것과 비교적 최근인 5억 년 전에 형성된 두 개의 협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사이로 뒤틀린 협곡은 드라마틱한 하이킹 코스로 유명하다.

 피쉬리버캐년fish river canyon에서 우리 일행은 황홀한 일몰sunset을 즐겼다. 그러나 햇살이 강렬한 전망대에 썬크림sun cream 없이 나갔다가 많이 그을렸다. 우리가 사진도 찍고 협곡을 구경하면서 자리를 이동하는 사이 쉐프chef 로버트는 우리를 위해 와인을 준비하여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그래 세심한 배려가 고객에게는 큰 감동이지! 와인안주로 준비된 스낵 냄새를 맡고 새들이 몰려든다. 모처럼 아름다운 일몰을 즐기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 우리 일행은 캠프사이트의 식당에서 오릭스oryx, 스프링복spring bok, 쿠두kudu 등의 현지 동물의 고기로 요리한 게임소사이어티game society7)라는 메뉴로 저녁을 먹었다. 야생동물 고기로 식사를 하면서 사파리투어가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 진행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사진만 찍을 수 있는 일반 사파리 구역과 면허를 얻은 사람들에게 일정한 기간에만 허용되는 사냥 사파리 구역이 그것이다.


나밉 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namib naukluft national park


 나밉 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namib naukluft national park은 소수스블레이 모래둔덕sosusvlei sand dunes과 함께 1억 3천만 전에 형성된 자연 유산이다. 5만 평방km의 나밉 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namib naukluft national park은 나미비아 최대이자 세계 4대의 자연보전구역으로서 단층구조의 산과 모래 평원, 높은 모래언덕, 사구와 협곡이 교차되며 나타나는 특이한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소수스블레이 모래둔덕sosusvlei sand dunes은 최대 높이 325m의 세계 최대의 모래둔덕을 포함해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사막의 연속이다. 소수스블레이 모래둔덕sosusvlei sand dunes에는 높은 온도와 오랜 가뭄에도 불구하고 오릭스oryx, 스프링복springbok, 타조ostrich 등의 동물이 사막의 식물을 먹고 생존하고 있어 이채롭다.

 우리 일행은 트럭으로 이동 중 도로 중간의 한 나무에 안내되었다. 수 백 마리의 새들이 집단적으로 둥지를 튼 sociable weavers8)이라는 이름의 이 거대한 둥지는 뱀의 침입으로부터 자신들의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나뭇가지에서 땅을 향해 거꾸로 지어져 이채롭다. 이 새들은 둥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나뭇가지가 부러질 때까지 둥지를 계속 확장해 살다가 다른 나무로 이동한다고 한다.


사막속의 오아시스, 월비스 베이walvis bay와 스워콥문트swakopmund      


 바베리안풍bavarian style의 아름다운 해변 도시 월비스 베이walvis bay와 스와콥문트swakopmund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사막을 뚫고 나타났다. 사막과 해변 사이에 팜트리palm tree로 아름답게 식재된 프로미나드promenades가 조성되어 유유자적하고 무척 쾌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가까운 바다에는 아름다운 자태의 홍학flamingo 무리들이 한가로이 떠돌고 있어 더욱 여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월비스 베이walvis bay와 이웃한 도시인 스워콥문트swakopmund의 매력은 사막과 해변사이의 쾌적한 휴양지에 호텔, 골프 코스, 실내 수영장 등의 편의 시설을 완벽히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월비스 베이walvis bay에서는 뜻밖의 만남을 가졌다. 아름다운 해변 리조트에 짓고 있는 바베리안풍bavarian style 별장의 건축 감독이 한인이어서 깜짝 놀랐다. 아프리카 오지에까지 진출해 건물을 짓고 있다니.

 스와콥문트swakopmund에서 이틀간 묵은 롯지lodge의 주인은 몇 달 전 현대건설의 한인 기술자 대여섯 명이 이곳에서 몇 달을 묵고 갔다고 침이 마르게 자랑을 한다. 이제 어딜 가나 한국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어 마음이 뿌듯해 온다.

 나미비아 수도인 윈드혹windhoek은 매우 부유한 모습이다. 이번 여행 중 남아프리카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파악한 것은 큰 소득이다. 아프리카를 원시 사회로 알고 있었던 것은 큰 오해였다. 유럽의 지배를 받은 탓으로 생활양식도 선진화 되어 있고 영어도 잘해서 여행에 불편함이 없다. 영어에 관해서는 우리가 가장 서툴러서 여기 가이드들이 우리 여행자들을 무시하기 십상이다. 이번 여행에서의 갈등도 문화차이와 영어에서 비롯된 것이고.

 휴게소마다 있는 매점은 유럽의 카페 분위기와 다를 바 없고 라디오 방송 역시 영어나 독일어다. 한 휴게소의 독일 오리진 아프리카인afrikaans은 모처럼의 동양인 모습에 경계의 눈빛이 역력하다. 그러나 오히려 현지인들은 편안한 분위기로 우리를 대한다.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영어를 포함 십여 개의 아프리카 부족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


돌핀 크루즈dolphin & seal cruise


 스와콥문트swakopmund에서 모처럼 롯지의 편안함과 이틀간의 여유를 갖게 된 우리 일행은 조쉬, 로리 커플과 마크는  샌드보드sand board9), 라울과 프리티 부부는 쿼드드라이브quad drive10), 우리 부부는 돌핀크루즈dolphin cruise & seal cruise를 선택하여 하루를 즐기기로 하였다.

 사막 속의 아름다운 항구 월비스베이walvis bay에서 출발한 돌핀크루즈 보트에는 30여명의 관광객이 탑승했다. 유럽 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돌고래를 보길 원했지만 우리 부부는 물개에 관심이 더 많다. 가이드 겸 페리의 선장은 물개는 확실히 보겠지만 돌고래는 운이 나쁘면 전혀 못 보거나 열 마리 정도부터 운이 좋으면 200마리까지 볼 수 있다고 했다.

 페리가 월비스 항에 정박해 있는 동안 커다란 부리의 펠리칸pelican 떼가 페리 주위로 몰려든다. 어떤 녀석들은 아예 뭍으로 올라와 사람과 동무를 하기도 한다. 페리가 물개 섬까지 운행하는 동안 여덟 마리의 물개가 우리 페리를 따라 오거나 올라타는 기교를 연출해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하고 즐겁게 하기도 했다. 선장 말로는 월비스베이walvis bay 내해의 물개에게 먹이를 주며 훈련시켰더니 자연산 물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과 친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돌고래에게도 똑같은 시도를 해보았지만 허사였단다.

 우리는 이날 돌고래 열 마리 정도와 큰 바다거북 한 마리를 운 좋게 보았고 물개 서직지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물개 떼를 관찰했다. 물개는 섬의 뭍과 바다에 몰려서 엄청난 에너지의 소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돌핀 크루즈의 귀로에는 간단한 샌드위치와 샴페인 등의 음료가 제공되어 모처럼 트럭과 캠핑 그리고 텐트로터의 여독을 푼 편안한 하루였다.


에토샤etosha국립공원11)의 게임드라이브game drive12)


 에토샤etosha에서 한 무리의 한국인들과 조우했다. 중년으로 보이는 일행은 애써 우리를 외면하는 모습이다. 우리도 굳이 반가워할 이유가 없어 지나친다. 그런데 젊은 학생 둘이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 온다. 비로소 나도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나중에 보니 이들 그룹 중엔 케이프타운 숙소에서 만났던 젊은 친구도 같이 여행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세계여행을 떠났다는 그를 여기서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1년 반의 세계 여행을 아프리카 사파리 투어로 마무리 한다는 젊은이다.

 에토샤etosha국립공원은 아프리카 야생동물보호구역의 대표적인 장소로서 1907년 독일총통 폰 린드퀴스트von lindequist에 의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마른 물의 장소'place of dry water라는 뜻의 에토샤 팬etosha pan 에토샤etosha중앙부의 5,000평방km 규모의 침하지대이다. 총 규모 22,270평방km의 에토샤etosha국립공원에는 144종류의 포유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사자lion. 코뿔소rhino, 표범leopard, 코끼리elephant 등이 대표적인 동물이다. 특히 코끼리는 크기와 개체 수에 있어서 아프리카 최대 중의 하나라고 알려져 있으며 검은색 코뿔소는 전 세계적으로 이곳에 300마리만 생존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일행은 에토샤etosha에서 아프리카 빅5 중 사자, 코끼리, 코뿔소를 보았는데 운 좋게도 사자 한 쌍은 우리 일행을 위해 눈요기로 짝짓기를 선사해 주었다.


워터버그 고원 국립공원waterberg plateau national park


 독일과 원주민 헤레로스hereros간의 전쟁으로 유명한 장소인 워터버그waterburg는 캠핑시설이 아주 탁월하다. '잃어버린 에덴'lost eden으로 비유되는 길이 50km, 넓이 16km 규모의 모래석sandstone으로 형성된 200m 높이의 고원지대인 이곳에 올라간 동물들은 다시 내려올 수가 없다고 한다. 이곳에도 게임드라이브game drive가 있었지만 에토샤etosha의 분위기와 유사하다고 해서 대신 고원을 올랐다. 고원의 눈아래 펼쳐진 장관을 카메라에 담은 후 일찍 하산해 저녁엔 맥주를 사서 나누어 마시고 조쉬joshi와 로리lori에게서 카드놀이를 배워보려 했지만 쉽지 않다. 모처럼 이메일을 열어보니 강화군에서 지역협력사업에 관한 자문요청이 와 있다. 아프리카의 보존과 보호 사례를 강화도에도 일부 적용해볼 수 있을까?


오카방고델타okabango delta13)의 경비행기


 열흘간의 나미비아 일주를 마치고 보츠와나로 들어왔다. 웬일인지 몰라도 보츠와나botswana는 관료적이다. 비자 절차도 까다롭고 비용도 비싸다. 아침 일찍 여권을 확인해 보니 케이프타운의 보츠와나영사 실수로 비자 입국일자가 4월 10일이 아닌 5월10일로 되어 있다. 까다로운 나라라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도 아무 일 없이 국경을 넘었다. 국경에서 근무하는 이민국 직원들은 의외로 친절하다.

 이날 오후 늦게 마운maun에 도착해 공항으로 직행한다. 오카방고델타를 경비행기를 타고 둘러보기 위해서다. 비행기는 5인승과 3인승이 있어 우리 일행은 두 조로 나누어 탑승했다. 대부분의 현지 가이드들이 흑인들인데 비해 경비행기 조종사는 젊은 백인들이다. 비행기를 타도 오카방고델타는 끝이 보이질 않는다. 마침 경비행기 자리 하나가 비어 가이드 뱅가이vangai가 동승해 동물들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맨 먼저 코끼리, 가린, 하마 등이 눈에 띈다. 뱅가이는 표범도 보았다고 했는데 우리 일행의 눈에는 띄지 않았다. 이후 버팔로buffalo, 임팔라impala 등의 무리가 눈에 띄었다. 비행기에서 동물들의 흐름에 정신을 팔고 있는데 아내가 망원경을 내게 건네며 컨디션이 좋지 않단다. 경비행기 때문에 멀미를 시작한 것이다. 좀 토한 후 아내는 내 무릎을 벼고 아주 누어 버린다. 오래 전 스위스 여행 시 융프라우jung frau에 올랐을 때는 바로 쓰러지더니. 여행을 견디기에는 체력이 많이 달리는 모습이다. 더구나 이런 긴 여행에 매일 텐트를 쳐야하는 캠핑이라니. 내가 아내의 건강에 너무 무심했던 건 아닌지. 어쨌거나 아내는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란 말을 여러 번 되풀이 한다.

 비행 후 아일랜드 사파리 마운island safari maun이라는 갬핑장에 텐트를 쳤다. 이곳은 다음 2박3일의 오카방고 야영의 전진기지다. 텐트를 친후 다음날부터 시작될 델타 야영을 위해 짐을 꾸린다. 오카방고델타 야영은 그야말로 원시 체험이다. 모코로mokoro14)를 타고 델타에 가면 전기도, 화장실도 없고, 샤워도 할 수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