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 아프리카 3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19:34
조회
74

두 번째 동행자는 미국인 젊은 부부이다. 둘 모두 회계사. 스위스 주재 근무를 마치고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면서 여자lori는 퇴사하고 남자 joshua는 무급 휴가pay off1)를 선택하여 6개월간 세계여행 길에 나섰다. 두 사람 모두 미국 루이스빌louisville 출신으로 강한 억양의 미국 중부 사투리를 쓰는 순박한 시골 사람들이다. 부인, 로리lori는 중학교 시절 윤태영이라는 한국 중학생과 펜팔을 오랜 동안 주고받은 적이 있는 지한파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불경기로 무급 휴가를 받은 참에 세계 일주를 하고 있다. 케냐 등의 중부 아프리카가 다음 목적지이며 이집트 등의 북부 아프리카를 거쳐 동남아, 중국, 대양주까지 여행할 계획이다. 세 번째 동행자는 영국 친구로 역시 회계사다. 약혼녀가 현직 초등학교 교사여서 혼자 여행길에 오른 마크 백야드mark backyard라는 이름의 이 친구 역시 다니던 회사가 합병(M&A)되는 바람에 명예퇴직layoff2)을 하고 명예퇴직금으로 1년 일정의 세계여행을 시작한 경우다. 남아프리카가 그 첫 목적지인데 이 여정이 끝나면 친구 결혼식 참가를 위해 영국에 잠간 들른 후 남미를 두 달 일정으로 여행할 예정이다. 맨체스터가 고향이지만 리버풀liverpool 연고의 축구클럽 에버튼everton3)의 열렬한 팬이다. 우리의 호프 박 지성 선수의 플레이에 대해서도 매우 호의적이다. 박 지성선수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박 지성선수가 영국 클럽축구의 아시아시장 마케팅을 위한 얼굴마담이라고 생각한 처음의 이미지가 싹 가셨다고 했다.


트럭킹trucking, 랜드크루저land cruiser, 사이클링cycling


 케이프타운의 한 호텔에서 이른 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은 아침 일찍 트럭에 짐을 챙겨 싣고 드디어 20일 간의 장정에 올랐다. 케이프타운cape town을 벗어나기 전에 슈퍼에 들러 5갤론 짜리 물을 사서 같이 싣고 필요한 만큼의 환전을 했다. 트럭 안에는 여행 내내 쓸 락커가 비치되어 귀중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했는데 자물쇠는 각자 구입해야 했다. 슈퍼에서  미국 젊은 부부와 우리 부부가 같은 크기의 자물쇠를 구입해 돌아왔는데 락커의 열쇠 구멍보다 커 교환을 위해 슈퍼로 돌아갔다. 열쇠 섹션 앞에서 마침 인도 부부를 만나 세 커플이 세 쌍이 들어 있는 열쇠를 공동으로 구입했다. 나중에 트럭에 들어와 열쇠를 맞추어 보니 모두 똑 같은 열쇠였다. 우리 모두 서로 신뢰할 수밖에 없다며 같이 쓰기로 한다. 실제로 우리 부부는 이 열쇠의 덕을 톡톡히 보았는데 열쇠를 락커 안에 놓아두고 자물쇠를 잠가버린 에피소드 때문이다. 여행 중 우리 일행은 열쇠를 지참하지 않을 때가 많아 열쇠를 서로 공유한 경우도 많다. 일행과의 신세는 이것뿐이 아니다. 물과 열쇠를 모두 해결하고 막 출발하려는 찰나에 쇼핑몰의 안경점에 두고 온 선그라스 케이스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가이드 겸 운전수인 뱅가이에게 사정 얘길 했더니 얼른 다녀오란다. 여행 내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거라는 위로와 함께. 그러나 미로 같은 쇼핑몰에서 안경점을 쉽게 찾지 못해 첫날부터 우리 부부는 일행을 30분이나 기다리게 했다. 더 이상 우리 때문에 일행에게 민폐를 끼쳐서는 안 될 텐데.

 우여곡절 끝에 트럭킹을 출발하면서 가이드는 우리 일행에게 몇 가지 룰을 정하여 알려준다. 음식을 쉐프chef4) 혼자서 준비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 일행을 4개조로 나누어 식사를 돕기로 한다. 설거지는 본인이 사용한 그릇들은 직접 해야 한다. 특히 아프리카는 물이 귀해서 설거지 등에 쓸 물을 위해 탱크가 트럭에 부착되어 있다. 그러나 물을 사용할 때나 식사 전후, 또는 음식을 준비할 때는 위생과 향토병 예방을 위해 반드시 세제를 쓴다. 매일 끝을 알 수 없는 사막을 여행해야 하는 만큼 물을 아껴 써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첫날은 200km만 달린 후 노천온천 지역the bath hot springs citrusdal에서 캠핑을 했다. 이 지역은 노천온천 외에 아프리카 야생차인 루이보스rooibos5) 집산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루이보스rooibos 차는 항산화작용이 뛰어나며 알레르기 증세 완화, 노화방지, 피부미용 등에도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유명한데 약효를 열심히 설명 중인 가이드한테 한국에서는 목욕탕 물에 타서 목욕을 한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다. 캠프촌에는 우리와 같이 트럭킹trucking으로 사파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가족 위주의 랜드크루저land cruiser를 이용한 사파리 여행자들도 많이 보이고 심지어는 싸이클링cycling만으로 남부 아프리카를 종주하는 용감한 여행자도 있었다. 프랑스 남자 두 명이었는데 2개월 여정으로 우리가 가는 트럭킹trucking 코스를 완주할 예정이란다. 40도를 웃도는 때악볕의 사막에 도전하는 그들이 무모해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럽기 짝이 없다. 시간과 젊음이 있어야 가능한 도전일 터임으로.

 아프리카의 광야는 끝을 알 수 없는 지평선, 모래사막, 건기로 말라버린 초원 그리고 맑은 날의 연속이다. 이밖에 매일 아침과 저녁에 예외 없이 볼 수 있는 일출sun rise과 일몰sun set, 그리고 운이 좋으면 볼 수 있는 야생 동물들의 여유로운 모습의 끝없는 반복이다. 사막과 초원을 하루 종일 달린다. 스프링복spring bok6), 타조ostrich, 오릭스oryx7), 임팔라impala8), 얼룩말zebra9), 쿠두kudu 등의 아프리카 야생동물들의 간단없는 출현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바분baboon과 몽키monkey10)의 차이를 이번 여행을 통해 처음 알았다. 바로 이 원시적인 모습을 즐기기 위해 지구촌 구석구석의 사람들이 시간과 비용 그리고 모험을 마다하지 않고 이곳에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텐트와 캠핑


 처음으로 노천온천 야영장에서 텐트를 쳐 보았다. 텐트 설치와 분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프레임frame을 세운 후 고리hook11)를 걸면 텐트가 서게 되어 있다. 첫날 밤 야영지로 선택된 노천온천 지대the bath hot springs citrusdal는 케이프타운cape town에서 200km 떨어진 곳으로 섭씨 43도의 자연 노천 온천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하고 있었다. 캠핑 시설은 우리가 이번 여행 내내 묵었던 캠핑장 중 최악이다. 첫날 저녁은 해먹지 않고 캠프장에 있는 식당에서 외식을 했다.

 아프리카 첫날밤의 텐트는 추었다. 밤낮의 일교차가 큰 탓이다. 다음 날 밤부터는 거위 털 침낭 속에 내의를 껴입고 잠자리에 드니 추위를 느낄 수 없었다. 첫날밤을 지내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새 누군가가 내 샌들 한 짝을 훔쳐가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샌들이 밤새 없어졌다고 해도 일행 중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사람 짓인가, 아님 원숭이 짓인가. 가이드에게 사정을 말했더니 이곳은 짐승이 접근하지 않는 곳이어서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다며 왜 텐트 안에 신발을 넣어 두지 않았냐며 되레 핀잔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부부를 제외한 다른 일행들은 모두 신발을 텐트 안에 넣어 두고 있었다. 그래 너희들 문화는 신발을 방안에서 신고 다니고 방안에 보관하지만 우리는 신발을 방안에서 신지도 않고 보관도 현관에 하거든! 그러나 다행히 아침 식사를 마쳤을 즈음 현지인 한 명이 내 잃어버린 샌들을 주어다 놓고 간다. 고맙긴 했지만 당체 누구의 짓이었는지.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첫날밤에 묵었던 곳the bath hot springs citrusdal을 제외하면 남부 아프리카의 캠프장은 가는 곳마다 시설이 훌륭하다. 전기와 수도 그리고 샤워시설이 잘되어 있는 곳곳의 캠핑장에는 롯지lodge와 샬레challet12)가 같이 있어 여행에 불편이 없다. 예산과 건강 형편에 맞추어 숙소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텐트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덤벙대서 마누라한테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손, 발 할 곳 없이 상처를 많이 입는다. 여유 있게 생각하고 행동하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타고난 성격과 습관을 바꾸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캠핑을 하면서 우리 부부가 가장 나이 든 축에 드는 줄 알았는데 다른 트럭에 70대 노부부가 텐트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들 노부부는 텐트 바닥에 등뼈가 아파 공기 주입용 매트리스를 사용한다고 했다. 아무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지!


문화차이와 갈등 그리고 폭탄주와 라면 파티


 아프리카는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비즈니스의 대부분은 식민지시대의 영향인지 아직도 유럽인들이 운영하고 있고 같은 영향으로 흑인들의 영어 수준이 탁월하다. 물론 대부분의 흑인 원주민들은 아직도 낮은 생활수준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행 중에 주유소나 매점 그리고 숙소에 들르면 대부분의 종업원들이 영어를 잘 구사하고 라디오나 TV도 모두 영어로 방송된다.

 남들과 일행이 되어 20여일을 같이 지내는 데 다소의 갈등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문화차이가 심한 서구인들이나 아프리카의 가이드들과 같이 지내려니 아무래도 그 갈등의 정도가 좀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하루는 아침에 계란을 잔뜩 삶아 놓았기에 하나를 집어 먹었더니 점심용이라면서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가이드의 어투에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생각하기 나름이나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 돈으로 산 음식으로 내 물건 내가 먹은 건데 곱씹을수록 괘씸하다. 좀 잘못이 있었기로서니 어찌 감히 고객한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먹겠다고 사전에 양해를 구하기만 했더라도 이토록 무안을 당할 일은 없었을 텐데. 이런 경우 서양 사람들은 언행에 매우 신중한 모습이다. 웬만해선 건드리지도 않을뿐더러 필요한 경우라도 반드시 사전에 양해를 구하거나 허락을 받는다. 이렇게 하는 것이 다른 문화와 충돌을 예방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다. 이를테면 이런 경우 상식과 상대 문화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다.

 이런 일이 있은 며칠 후 계란프라이가 아침으로 준비되면서 주문을 하란다. 그래서 ‘투 스크램블two scramble’ 하고 주문했더니 가이드 겸 운전수인 뱅가이vangai가 정색을 하면서 하나만 주문하란다. 이번엔 정말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 일행의 주문이 모두 끝날 때까지 화를 참고 있다가 뱅가이에게 다가가 사전에 계란프라이가 하나만 된다는 고지를 했느냐고 큰소리로 따져 물었더니 뱅가이도 흠칫 놀래고 일행들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내친 김에 더 이상 조롱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일행들의 분위기에 관계없이 몰아 부친다. 다시는 깔보지 못하게 해야지. 이후 뱅가이는 미안해하기 보다는 나와의 대화를 피했고 나도 가능하면 뱅가이를 무시하며 지냈다. 자존심이 만만치 않은 친구다. 가이드로서의 카리스마도 있고. 그렇지만 가이드로서 손님에 대한 예우가 우선이지! 어쩌면 뱅가이는 농담을 했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농담은 받아들일 준비나 분위기가 되었을 때만 이 농담이 될 수 있는 법이다. 그나저나 아내는 내가 갈등을 유발할 때마다 걱정이다. 나이든 사람이 낯선 사람들에게 창피당할 일이나 책잡힐 일이 있을까봐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운전사이자 가이드가 어른이자 고객을 존칭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고 안내를 할 때면 ‘친구들you guys...’ 하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습은 서양문화이기 때문에 서양 사람들과는 당연히 갈등이 있을 수 없다.

 저녁엔 술자리가 빈번하여 하루는 칵테일 바에서 맥주에 위스키 한 잔을 시켜 폭탄주를 제조해 마셨더니 영국 친구, 마크가 영국에도 블랙 포이즌black poison13)이라는 폭탄주가 있단다. 젊은 사람들의 음주 문화에 대한 대화가 대학의 MT14)문화로 까지 이어 졌는데 영국과 인도에서도 대학 선배들이 신입생 환영회에서 폭탄주를 강권하는 문화는 물론 선배가 후배를 얼차려 시키는 관습도 있다고 해서 또  한번 놀랐다.

 술이 거나해지면 누구나 과장이 심해지는 법. 폭탄주 얘기가 나온 김에 소주와 맥주를 섞어먹는 소맥 얘기를 신나게 해 주었더니 이 젊은 친구들, 소주에 대한 관심으로 애간장이 끓는다. 미화 2불 정도면 살 수 있는 대중적인 술인데 담백하지만 쉽게 취할 수 있다는 말에 모두들 본국에 돌아가면 한식당을 찾아 소주 맛을 꼭 보아야겠다고 난리다. 오호라. 이거 큰일 아닌가! 영국이나 미국의 한식당에 가면 관세 때문에 소주 한 병에 10불 이상은 지불해야 마실 수 있을 텐데!

 이번 여행에 팩소주를 준비 못한 게 이렇게 한스러울 수가. 여행 중에 외국 사람들을 위해 꼭 챙겨야 할 것은 팩소주뿐만이 아니다. 여행 중에 끓여먹는 우리 대한민국의 일회용 커피의 향과 맛은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일품이다.

 우리는 여행 일정 중 한 캠프에서 일행들을 위해 준비해간 된장라면으로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처음 라면파티를 제안했을 때 라울과 프리티를 제외한 서양 친구들은 무슨 음식인가 해서 매우 경계하며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나 라면 국물을 맛본 이들은 라면에 폭 빠져드는 모습이다. 그래서 이들 커플에게 각각 라면 두 개씩을 나누어 주었다.

 라면 국물에 반한 일행을 위해 며칠 후 저녁에 라면 파티를 또 한 번 하게 되었다. 이번에 우리가 원해서 한 게 아니고 일행의 요청에 의해서다. 우리 부부가 저녁을 롯지lodge 식당에서 사먹는 대신 라면을 끓여 먹겠다고 했더니 다들 자기들도 끼워 달랜다. 처음엔 인도 젊은 부부가 신청해 왔는데 마크가 부탁을 해오고 마지막으로 미국 젊은 부부가 합세하였다. 서양 친구들은 각각 레드와인 한 병씩을 사 오겠다고 했고 인도 부부는 이미 나누어준 라면 두 개를 도루 내놓았다. 마크도 두 개 중 하나를 도로 내놓았다. 그러나 우리가 가져온 코펠로 일곱 명분의 라면을 끓이는 것은 불가능해서 가이드가 가지고 있는 가스와 곤로 등의 취사시설을 잠시 빌려 쓰려했지만 아무도 총대를 메려 하지 않아 할 수없이 라면을 네 차례 나누어 끓였다.

 국물 있는 라면을 나무젓가락을 이용해서 먹는 것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서양 친구들을 위해, 라면은 소리 내어 먹는 거라고 일부러 강조했건만 서양 사람들은 여전히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잘도 먹는다. 국물만은 어쩔 수 없이 우리를 따라서 마셨는데 라면 국물을 특히 좋아하는 모습이다.

 라면을 끓일 때 인도 부부는 적극적으로 우릴 도왔지만 서양 사람들은 다르다. 그냥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역시 문화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저런 기대를 하지 말고 그냥 베푸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아야지. 이날 라면 파티에 가이드, 뱅가이와 쉐프chef 로버트를 같이 초대하였는데 온다고 약속만 해놓고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 친구들 고집이 만만치 않네.

 나중에 빅토리아폴victoria fall 타운에서 여행을 모두 마무리 할 시간이 되자 가이드 뱅가이가 가이드와 여행 전반에 관한 평가서를 내놓으며 솔직하게 평가를 해달란다. 나는 다음 참가들을 위해 있었던 일을 모두 설명하고 평가서에 반영하고 싶었지만 한가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비고란에 문화차이에 대한 코멘트만 적어 건네주었다. 귀국 후 며칠 지났더니 케이프타운 현지 여행사의 매니저 짐 오브라이언이라는 사람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자기도 한국 고객 몇 명과 같이 우리와 같은 일정의 여행에 동반한 적이 있었는데 많은 문화차이를 목격하고 체험했었다고 했다. 추후 종사원 교육에 필요하니 문화차이에 관해 경험한 것과 생각한 것들을 정리해 달라는 내용이다.

 한편으로는 아프리카 사람들과 우리가 공유하는 문화도 상당히 있다.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이나 업소의 종업원들은 손윗사람들이나 손님한테 돈이나 음식을 전달받을 때면 우리와 같이 두 손으로 받는다. 술을 받아 마실 때도 마찬가지 포즈를 취해 놀랐다. 나이 든 사람에 대한 배려가 우리와 같다. 잘 아는 대로 서양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끼리 음식을 서로 나누거나 돈을 내주는 일이 없지만 아프리카, 인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분만 내키면 음식도 나누고 일행을 위해 맥주를 사서 돌리는 것이 다르다. 하루는 답례할 줄 모르는 서양 친구들이 미워 인도의 라울 부부와 우리 부부만 몰래 화이트와인을 사서 텐트에서 같이 나누어 마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