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 아프리카 2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19:33
조회
69

희망봉으로 알고 오른 등대1)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주차장에서 바로 탈 수 있는 후니쿨라funicular2) 역시 승객으로 만원이다. 바다로 길게 뻗은 케이프 포인트cape point는 한 폭의 그림이다. 강렬한 햇살, 짓 푸른 바다 그리고 깎아지른 절벽의 조화가 일품이다. 등대가 있는 산꼭대기에는 지구 구석구석까지의 표지판을 세워 밋밋했을지도 모를 장소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연출했다. 그러나 정작 희망봉cape of good hope은 등대를 다시 내려와 운전을 해서 약간 후미진 구석의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희망봉을 표시하는 심플한 포토라인이 아니라면 그저 평범한 해변이다. 포토라인 뒤의 작은 희망봉 돌산은 가파르고 거칠지만 아무런 제지 없이 오를 수 있다. 희망봉에 올라 강렬한 역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장을 찍는다. 희망봉을 밟고 싶던 희망이 마침내 이루어 진 순간이다.


와이너리winery와 가든루트the garden route 드라이브


 남아공 방문의 뜻하지 않은 선물은 날씨, 인심, 물가, 풍요로움 등 여러 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와인이다. 강렬한 햇살의 해양성 기후 탓으로 남아공은 세계9위의 와인생산을 자랑하고 있다. 슈퍼에 가면 넘치는 상품과 붐비는 쇼핑의 풍요로운 모습, 그리고 싸고 좋은 와인에 놀라게 된다. 실제로 스텔렌보쉬stellenbosch, 프란쉬혹franschhoek 그리고 파알paarl은 세계적인 브랜드인 스피어spier 등 와이너리winery와 유명한 와인농장wine farm들이 많다. 이곳에는 와인 시음을 하거나 좋은 품질의 와인을 구매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며 방문자들을 위해 민박은 물론 초호화 시설의 호텔과 식당들까지 잘 구비되어 있다.

 아내와 나는 와이너리winery와 국립공원을 즐기기 위해 일부러 렌터카rent-a-car를 했다. 와인 시음을 위해 방문한 와이너리winery는 와인 시음뿐만 아니라 수려한 자연환경을 이용한 호텔, 식당, 동물원과 식물원 등의 체험 시설이 망라된 종합 리조트로 개발되어 많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여유롭게 여가를 즐기고 있어 놀라웠다. 

 아내와 나는 렌터카를 빌린 김에 케이프타운에서 차로 4시간 정도 떨어진 가든 루트the garden route 해변을 드라이브했다. 그러나 특별한 기대 없이 출발한 아내와 나는 뜻하지 않은 가든 루트의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로빈 아일랜드robben island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민권운동가이자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가 18년간 수용되었던 교도소로 유명하다. 자연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로빈 아일랜드robben island3)는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4) 정권 당시 이곳에서 수감 생활을 했던 정치범들이 직접 가이드를 하고 있어 인상적이고 펭귄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유네스코UNESCO에 의해 세계문화유산world heritage site 으로 지정되기도 한 로빈 아일랜드는 페리ferry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로빈robben은 화란말로 물개seals라는 뜻인데 이 섬을 왕복하면서 실제로 물개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섬 전체가 감옥이었던 로빈 아일랜드는 지금은 폐쇄되어 감옥 박물관prison museum으로 운영되어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미국의 클린턴clinton 전 대통령도 현직 시절에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고 현직 대통령 오바마obama는 상원의원 시절에 아프리카 여행의 한 코스로 이곳을 방문했었다. 한세대 동안 아프리카의 흑인 정치범들에게 이곳은 감옥이자 그들의 경험을 서로 공유한 대안학교였다. 워터프런트의 클라크타워clock tower 옆의 로빈 아일랜드 박물관robben island museum 에서 매일 수차례 출발하는 페리를 타고 이곳을 방문하려면 적어도 하루, 이틀의 여유를 가지고 예약을 하여야 가능하다.

  

만남


 케이프타운에서 빅토리아폭포가지 20여 일간 남아프리카 종단여행을 함께 할 우리 일행은 모두 일곱 명이다. 운전수 겸 가이드와 요리사chef 두 명은 별도다. 우리 부부 외에 호주 거주의 인도인 젊은 부부. 금슬이 아주 좋다. 프리티preetie라는 예쁜 이름만큼이나 귀여운 여자는 젠zen5)이고 라울rahul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힌두다. 모두 채식만을 고집하는 베지테레이니언vegiteranian이다. 라울은 호주 애들레이드adlades6)에서 석유 광구 탐사 기술자로 일하고 있고 뉴질랜드 국적의 프리티preetie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다. 인도의 명문 기숙학교 동문으로 프리티preetie는 부유층의 딸이고 라울rahul은 서민 계급 출신이지만 공부를 잘해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단다. 여행 내내 이 부부는 남다른 부부 금슬을 자랑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라울rahul이 불임이란다. 그래서 인공수정으로 애를 낳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는 중이다. 이 부부는 이번 여행을 위해 각각 3주씩 휴가를 냈다고 했다.

 라울rahul은 프로 수준의 아마추어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라울의 사진에 반한 나는 내 여행기와 라울의 사진으로 남아프리카 여행기를 공동으로 내자고 제안했더니 무척 좋아한다. 이 여행기는 이렇게 뜻하지 않은 계기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