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찬씨의 꼼수 커미션과 죄수의 딜레마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2:04
조회
226

평소 출근길에 즐겨듣는 음악방송의 한 직판 패키지여행사 광고 때문에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라디오 광고 카피의 핵심이 자사 판매의 ‘찬찬씨 패키지상품’이 소매 여행사를 통하지 않는 직접 판매이기 때문에 소매 여행사에 지불하는 만큼의 커미션을 절약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여행업의
유통구조를 잘 모르는 선량한 소비자들이 들으면 당연히 구미가 당기는 광고 카피다.


그러나 여행업 종사원 모두가 잘 알다시피 여행사에 대한 커미션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게 아니고 패키지 업자가 지불하는 것이다. 또한 패키지 여행업자가 소매 여행사에 커미션을 지불한다고 해도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유통구조와 상품의 구성에 따라 커미션 지불이 오히려 상품가격을 싸게 할 경우도 허다하다. 유통구조를 가장 짧게 가져간다고 해도 직판 상담을 위한 인건비 등을 계상하면 단순한 계산만으로도 여행사에 지불하는 커미션 때문에 직판 상품가격이 더 싸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다. 막말로 커미션을 절약하는 수단은 온라인 판매 등의 직접 판매를 따라갈 수가 없고 시장에서 이를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 항공사의 제로 커미션 판매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패키지여행 시 따로 부과되고 있는 유류할증료 마저 그 차이가 천차만별인데 이 라디오 방송 스폰서인 ‘찬찬씨 패키지상품’ 할증료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하니 커미션 절약 운운의 광고 카피는 순박한 소비자를 우롱하는 조삼모사의 얄팍한 상술이 아닐 수 없다.


비즈니스에서 상도의는 매우 중요하고 소비자의 신뢰만이 기업의 이윤과 생존을 장기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 특히 같이 몸담고 있는 동종 업계의 선의의 경쟁자나 유통업을 폄하하면서 자신만 살아남겠다는 편법을 ‘죄수의 딜레마’라 하고 이는 결국 공멸의 지름길임을 직시하여야 한다.


최근 경제 불황과 고용불안이 겹치면서 서비스산업이 각광 받고 있다. 침체된 경제를 회생시키는 지름길은 구매력을 회복하는 것이고 구매력은 결국 고용에서 창출되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역시 근시안적인 생존 전략보다는 소매 여행업 육성을 통한 고용의 안정적 보장으로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부응해 나가는 한편 관광산업 차원의 경쟁력도 확보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관광산업의 경쟁력 도모를 위해서는 고용을 확대하는 여행 유통업과의 공생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와의 공생을 통한 관광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상담료 징수를 제도화하는 관련법의 제정을 위해 업계가 한 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서방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담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관련법이 여행업계의 애매모호한 태도로 입법이 오히려 지연되거나 저지되고 있는 딱한 실정에 직면해 있다.

여행업 구성원의 7할이 넘는 소매여행사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상담료 징수를 분명하게 규정하는 법 제정을 어떤 명분으로도 미루어서는 안 된다. 관련법이 제정되면 그동안 대형 패키지 여행사에 휘둘려 왔던 소매 유통업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항공사의 제로컴으로 빚어진 여행소매업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상담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하는 마당에 ‘찬찬씨 패키지여행’의 커미션 절약 운운한 광고가 과연 해당 패키지여행사는 물론 여행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지의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