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과 수퍼박테리아
의료관광과 수퍼박테리아
세계 유수의 컨설팅회사 매킨지는 세계 의료관광 시장 규모가 2007년 600억 달러 수준에서 2012년에 1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 전망에 따라 전 세계 의료 선진국들은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 각국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태국은 2008년에 154만 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 1조원대의 매출을 올렸으며 도시국가 싱가포르도 46만 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한 바 있다. 인도의 의료관광 시장은 저렴한 의료수가를 무기로 하여 27만 명의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는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에 6만여 명의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유치했는데 2013년에는 약 20만 명을 유치하여 1조원대의 의료관광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한 우리의 강점은 의료서비스 수준이 선진국에 비하여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지리적으로도 동북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해외 의료관광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관광은 의료서비스와 휴양, 레저, 문화 활동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관광이다. 우리나라 의료관광은 정부의 의료산업 선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가 합법화 되어 그간의 논란을 극복하고 활성화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정부는 MICE산업과 함께 의료관광을 관광 분야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지정하여 강력한 육성 의지를 천명하고 의료사업의 기업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는 국민 복지정책의 근간으로서 의료의 상업화는 서민들의 정서를 감안해야하는 민감한 분야로 사회적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것이 정부 관련 정책당국자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과의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도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의료관광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의료관광이 현존하는 대부분의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지닌 신종 수퍼박테리아를 급속히 확산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퍼박테리아는 2008년 한 스웨덴 환자가 인도 뉴델리에서 수술 중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 카디프대학의 웰시박사 연구팀은 인도 · 파키스탄 ·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국가에서 대부분의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지닌 수퍼박테리아가 발견됐으며 국제적으로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웰시박사팀은 의료관광이 성행하면서 아시아에서만 발견되던 수퍼박테리아가 최근 미국 · 영국 · 캐나다 · 호주로 퍼졌다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강력한 효능을 지닌 항생제에도 저항하며 인간의 여러 장기를 한꺼번에 공격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수퍼박테리아는 실제로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영국에서 수퍼박테리아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 대부분은 인도에서 성형수술이나 장기이식수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인도의 한 일간지는 영국이 의료관광에 의한 수퍼박테리아 전염의 진원지로 인도를 지목하는 것은 인도의 의료관광 성장세를 견제하려는 음모라고 비판하고 있다.
세균의 환경 적응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고 있어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한 항생제 가운데 내성균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고 한다. 의료관광에 의한 슈퍼박테리아의 전염과는 별개로 의료관광의 상업화에 대한 반대 의견 역시 여전히 만만치 않은 것이 국내의 현실이다. 의료관광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의료의 복지적 성격을 감안할 때 분명 경계하여야 하며 의료관광의 부작용에 대한 적절한 대책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