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 번식지 보존과 관광상품화의 문제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1:55
조회
274
멸종위기로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저어새는 한강하구의 유도를 비롯한 강화도 인근의 무인도서에서 매년 5월부터 11월 사이에 300여 쌍이 번식 또는 서식하고 있다. 강화도 남단의 풍부한 갯벌과 습지는 이들 저어새의 먹이 터가 되고 있어 번식지로서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저어새는 매년 3월에 도래하여 11월에 떠나는 여름 철새로, 2005년 1월 조사 기준으로 전 세계에 1,475개체만이 생존해 있는 희귀 조류이다. 번식은 인적이 없거나 드문 서해안의 무인도서나 암초에서 하며 이 일대의 갯벌이나 강 하구를 서식지로 이용하고 있다. 번식지와 인접한 영종도 갯벌, 송도 갯벌, 시화호 일대는 주요 서식 장소이자 중간 기착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송도 갯벌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혼성 갯벌로서 갑각류, 연체동물, 극피동물 등의 저서생물과 어류자원이 풍부하여 이들을 먹이로 하는 조류들의 다양성이 높은 곳이다. 영종도는 인천국제공항 건설로 인한 매립 이후 남단 갯벌과 북단 갯벌로 양분되었다. 남단  갯벌은 이동기에 기착지로 이용되고 있으며 번식기에는 비번식 개체가 소수 남동쪽 갯벌과 염전 앞 갯벌유수지에서 관찰되고 있다. 시화호에서는 30여 마리가 주로 갯벌이 가까운 형도 근처와 시화공단 앞에서 관찰된다.

그러나 그동안 환경단체 등에 의해서만 비공개로 관찰과 연구가 진행되던 저어새 번식지가 인근까지 확대되고 있는 레저 인구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어 보호와 보전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상태다. 강화도 인근에서 번식한 저어새는 동절기에는 남쪽으로 이동하여 대만과 베트남 등지에서 월동한 후 번식을 위해 다시 귀소 하는 철새이다. 저어새의 세계적인 월동지인 대만은 저어새를 국조로 삼고 있다. 대만은 또한 저어새를 패스포트의 심벌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저어새 보호와 관광상품화에 관한 관심이 높다. 강화 인근도 번식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음으로 저어새를 강화군조로 채택한다면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 캠퍼스가 소재하고 있는 강화는 보전과 개발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지역이다. 저어새 보전에 관한 문제도 강화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강화의 미래는 어떻게 주어진 환경을 보전하고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환경보전에 관한 문제는 늘 지역주민의 이해관계와 직결되고 또 지역주민의 표로 지역사회를 이끌어 가야하는 군수와 군의회 의원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강화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부의 원천은 환경보전을 통한 차별화에 있다는 것이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강화를 인근의 서울 강서나 인천 검단, 김포한강신도시와 같이 개발한다면 강화의 차별화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고, 강화의 미래와 강화주민의 부 역시 결코 보장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강화의 환경보전과 관광을 공존시키는 길은 어떻게 하면 환경보전을 유지하여 강화의 경쟁력과 차별화를 확보하면서 이것을 주민의 혜택으로 직결시키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탐조관광은 1983년 이후 332%가 증가했고, 1990년의 8,200만에서 2002년에는 1억 100만 명으로 증가해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관광활동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새와 관련된 여가활동이 낚시나 등산보다 많은 숫자임을 보여주고 있어 매우 시사적인 통계이다. 실제로 ‘bird watching’이나 ‘birding’의 키워드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관광선진국인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해서 수백 개의 탐조관광 전문 관광회사 사이트들이 등록되어 있음을 볼 수가 있다. 이것은 탐조관광을 통해 지역주민의 편익 제공과 환경보전의 두 마리 토끼잡기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환경보전도 결국은 우리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또 궁극적으로는 지역 주민에게 혜택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특히 관광 측면에서는 지역주민의 혜택이 매우 중요하다. 저어새 번식지와 서식지 보전과 관련하여 이를 관광상품화하는 문제는 결국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희귀조인 저어새를 보전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관광상품화하여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필자는 보전만을 위한 생태관광은 그 의미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를테면 극히 일부의 환경보호운동가들에게만 저어새 서식지 탐방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관광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한 환경보호운동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저어새가 사람보다 높이 평가되거나 대접을 받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달 강화에서는 저어새 번식지 보전과 관광상품화의 문제에 관한 심포지엄이 개최된 바 있는 데 이런 심포지엄은 저어새탐조 관광상품 개발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런 심포지엄이나 세미나를 축제로 기획하여 저어새에 관한 관심을 증대시킨다면 저어새가 간접적으로 강화관광을 촉진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탐조 관련 축제가 1993년 12개에서 1998년 120개로 증가했고 미국 텍사스주의 Hummer Bird축제의 경우 관람객 직접 지출이 250만 달러에 달하며 73개의 고용기회를 창출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탐조축제 중 유명한 사례로는 미국의 Yucatan Bird Festival과 Yuma Birding & Nature Festival 그리고 국내의 경우 천수만 철새축제와 금강하구 철새축제를 들 수 있다. 이들 축제의 공통점은 강연과 심포지엄이 축제의 주를 이루고 버드마라톤, 새 조각 만들기, 새 관련 사진 전시회 등의 이벤트를 동시에 개최하여 주민들의 관심과 소득을 연계하고 있는 것이다.

탐조관광으로 저어새의 생태나 보존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할 수 있겠으나 실제 탐조관광의 내용은 새 관찰, 새 모이주기, 원거리 새사진찍기 등 저어새의 보존과 번식에 방해가 되는 활동은 거의 없는 것들이다. 특히 강화를 찾고 있는 관광객의 대부분은 당일 관광자들로서 주민소득과의 연계가 매우 빈약한데 미국의 경우 탐조관광자들은 1년에 50일 이상 새를 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매우 양질의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