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여행 ‧ 책임여행 ‧ 공정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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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지대에는 해발 3,800여 미터, 면적 8,300여 평방킬로미터, 평균 수심 280여미터에 달하는 바다처럼 보이는 광대한 규모의 티티카카 호수가 있다. 하늘과 가장 가깝다는 이 호수 안에는 40 여개의 섬도 있는데 이 중 우로스 섬과 아만타니 섬은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로스 섬은 또르또라라는 일종의 왕골을 겹겹이 쌓아 인공으로 조성한 섬이다. 350여명의 이 섬 주민 중 여인네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념품 등을 팔아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 섬의 남정네들은 주로 티티카카 호수의 트라우트와 킹피쉬를 잡아 육지에 팔아 살림에 보탬을 주고 있다.
우로스 섬은 페루의 도시, 푸노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어 당일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전형적인 연출 관광지인 반면 페리로 네 시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아만타니 섬은 민박 여행자들이 주로 찾고 있는 보존 관광지이다. 아만타니 섬을 방문하면 5~60년대의 우리나라 시골 분위기와 매우 흡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흙벽돌 집, 밖에 내다 지은 화장실. 텃밭, 아궁이가 있는 부엌. 맑은 하늘. 흡사 타임머신을 돌려 50여 년 전의 고향으로 돌아간 느낌을 주는 곳이다.
아만타니 섬에서 민박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를 미리 알려 주는데 첫째는 원주민들에게 절대 사탕 종류를 주지 말라는 것. 둘째는 현지 주민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대화를 쓴 종이 한 장을 나누어 주는 것이고 셋째는 민박집 주인에게 팁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섬에 치과의사가 없어 충치를 치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아만타니 주민은 토속어만을 구사할 줄 아는데 반해 민박에 통역이 따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팁으로 인해 현지인들의 순수함이 흐려질 것을 염려한 때문이다. 현지인들에게 팁을 주는 대신 민박주인들이 만들어 파는 털모자를 사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아만타니 여행을 위한 이런 행위들은 요즈음 여행업계 일각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유행되고 있는 공정여행의 한 사례이다. 최근 기존 패키지여행의 폐해에 따른 반작용으로 국내외 여행업계에 잔잔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공정여행은 책임여행 또는 착한여행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지하다시피 관광산업이 외형상 성장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키지 투어 비용 중 지역과 공동체에게 돌아가는 비중은 극히 미약한 수준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공정여행은 여행의 경제적 혜택을 여행자, 여행 산업, 정부, 주민들 간에 공평하게 공유하자는 취지로 1980년대 후반부터 구미에서 시작된 일종의 건전 여행 캠페인이다.
책임여행닷컴(responsibletravel.com), 슬로트래블, 글로벌익스체인지 등이 구미의 대표적인 공정여행 전문 여행사이고 우리나라에서는 국제민주연대, 아시안브릿지, 이매진피스 등 주로 비정부기구(NGO)에 의해 공정여행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매진피스는 공정여행에 관한 책을 출간해 공정여행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데 다음은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공정여행을 위한 지침들이다.
⦁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여행 : 비행기 이용 줄이기, 일회용품 쓰지 않기, 물 낭비 줄이기
⦁ 동식물을 돌보는 여행 :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생명 존중하기
⦁ 성매매하지 않기 : 아동매춘, 섹스여행, 비즈니스 매춘여행 거부하기
⦁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 현지인 운영 숙소, 음식점, 교통 이용하기
⦁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여행 : 과도한 쇼핑 않기, 지나친 할인요구 하지 않기
⦁ 관계 맺는 여행 : 현지의 인사말 ∙ 노래 ∙ 춤 배우기, 작은 선물 준비하기
⦁ 사람과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 생활양식, 타 종교 존중, 예의 갖추기
⦁ 고마움을 표현하는 여행 :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라고 말할 줄 아는 마음 갖기
⦁ 기부하는 여행 : 적선보다는 기부. 여행경비 1% 현지 단체 기부하기
⦁ 행동하는 여행 : 현지에서 일어나는 비윤리적인 일에 항의하고 거부하기
지구촌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지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여행을 하자는 이런 공정여행의 취지와
지침은 공정여행 전문 업체뿐만 아니라 모든 여행업체와 여행자가 지켜나가야 할 덕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