眞面目 廬山紀行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0:20
조회
207
http://www.gtn.co.kr/readNews.asp?Num=46583

여행을 전문가나 시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건 행운이다. 그것도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국 문화와 문명을 중국문화 전공 학자들로부터 현지에서 바로 전해 듣는 것은 흔치 않은 즐거움이다. 게다가 한시로 여행기를 쓰는 사람까지 동행이라면 금상첨화의 중국여행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모든 행운은 중국 여산기행(廬山紀行)에 동행한 중국문화 전공의 한학자이자 건국대 교수인 출포(茁浦)선생이 여행 중에 시달린 복통을 한시로 달래면서 찾아왔다. 여산은 긴 세월 숨겨온 은밀함을 당대의 거장 백거이에게나 살짝 보여준 후 쉽사리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이러한 절개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혜안은 여산의 속내를 샅샅이 파헤쳐 노래한다.

<旅中苦>                   「여행 중의 고통」

昨夜胃痙不成眠         어젯밤 위통으로 잠 한숨 이루지 못 하였네

匡廬暴雨谷聲喧         광려산 폭우에 골짜기 물소리 시끄럽다

洞賓窟裏香煙濕         여동빈(呂洞賓)이 수도한 동굴에 분향 연기 젖었는데

猶試明日九江船         그래도 내일이면 구강에 뱃놀이 해보리라

<廬山雨>                   「여산의 폭우」

僊佛奇蹤皆在此         도인 스님 기이한 종적 이곳에 다 있구나

今日騷客亦尋步         오늘 자칭 시인도 이곳을 찾아 왔네

果不讓識眞面目         과연 여산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않겠다고

打雷麻雨擋前路         우뢰에 삼대 같은 빗줄기 앞길을 가로 막네

<廬山仙人洞>                「여산 선인동」

仙人洞裏女道士,         선인동에 여도사

游客擠肩細雨中.         유람객 어깨는 가는 비에 부딪치네

霧濛洞賓何處尋?         안개 자욱한 이 산 어디에서 여동빈을 찾을꼬

一匝出處半破鐘.         한 바퀴 돌아 나온 곳에 반쯤 깨어져 매달린 종

<登廬山贈宗林和尙>         「여산에 올라 종림스님에게 드림」

霧中山石似巖佛         안개 속 돌 들은 바위부처 같구나

幾步休間輒抽煙         몇 발짝 걷고 나면 담배부터 물고 앉아

無言只望遠雲海         말없이 멀리 운해 바라 본다

回顧半生覓此間         반평생 돌아보며 구해온 답 이곳에서 찾으려나

曾嘗慧遠尋此山         일찍이 혜원도 이 산을 찾았다니

西方淨土非多緣         서방 정토 두 분 만나심은 많은 인연 있어서가 아닐세

出家衲衣雲水人         출가하여 승복으로 운수행운 떠도는 분

隨從俗客遺棄犬         그래도 따르는 속객들 유기견(遺棄犬) 보살피듯

<去廬山>                   「여산을 떠나며」

宗林無言山猶在         종림 스님 말 없어도 산은 그대로 있고

古人已云僊佛成         옛사람 일렀거니 이곳은 이미 선불을 이룬 곳

壇徒昨日唱喧歌    운수단(雲水壇) 일행들 어제 신나게 노래도 불렀었지
留聲且上萬里程         그 소리 남겨둔 채 오늘 다시 만리 먼 길 오르도다

10여 년 전부터 중국여행에 나름대로 몰입하면서 회를 거듭할수록 태산이 앞을 가로막는 느낌이다. 대륙은 넓고 공부할 것과 볼 곳은 많기 때문이다. 벌써 열한차례, 140여일에 걸쳐 중국만 집중적으로 여행하고 있다는 출포선생 그룹과 처음부터 어울릴 수 있었다면 그 태산의 절반은 넘지 않았을까?


여행문화가 선진화 되면서 전문가가 기획하거나 전문가와 동행하는 여행 시장 역시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여산 여행도 항공과 호텔만을 여행사에 외뢰하고 나머지는 완전한 자유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약간의 추가 경비로 중국 강남지방의 좋은 음식과 백주 향을 실컷 즐기면서 동행과 나눈 허심탄회한 교류는 이번 여행의 또 다른 행운이다. 그러나 쇼핑과 옵션투어에 길들여진 현지 가이드가 손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일정 내내 버거워하던 모습은 아직도 씁쓸한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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