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3박4일 그리고 150만원의 가치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0:17
조회
197
3박4일 일정으로 평양을 다녀왔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대한항공기가 541킬로미터의 항로를 따라 불과 55분 만에 닿은 평양 땅을 전 세계 대륙을 다 돌아본 후 55년 만에 겨우 밟은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남북관광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주관한 평양 방문길에는 정부와 공사의 관계자는 물론 관광업계, 관광학계, 언론계, 법조계 그리고 이번 사업을 후원한 금융계 등 사회 각계각층 인사 130여 명이 동참하여 매우 귀한 경험을 공유하고 돌아왔다.

참가자들은 방북 기간 중이나 방문 후에 나름대로의 평양 방문에 관한 정치적, 문화적 소회들을 밝히고 있지만 필자는 순수하게 관광상품 측면에서만 평양 3박4일을 평가해 보고 싶다.

이번 평양 방문 일정에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보통문, 을밀대, 부벽루 등의 역사 · 문화 유적 탐방이 제외된 대신 김일성의 만경대고향집, 인민대학습당,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주체사상탑, 개선문, 조선중앙역사박물관, 동명왕릉 등 북측의 체제 선전이 주목적인 시설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그리고 묘향산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값진 소장품 관리에 최적지로 보이는 국제친선전람관에도 안내되었는데 유럽풍의 초호화판 대리석으로 지어진 이 건물 안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평양 방문 국빈들로부터 평생 동안 받아 모은 진귀한 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밖에 평양이 자랑하는 세계적 수준의 평양교예단과 학생소년궁전의 특별 공연이 정식 일정에 포함되었고 옵션으로는 논란이 많았던 아리랑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숙소와 식사는 특급 수준인 평양의 양각도호텔과 묘향산의 향산호텔에서 제공되었고 평양의 단고기집과 윤이상기념관 지하의 민족식당 불고기 등이 추가되었다.

야간 여흥으로는 평양의 양각도호텔과 묘향산의 향산호텔 호텔 꼭대기 층에 각각 바가 운영되어 약간의 주흥을 즐길 수가 있었으며 특히 향산호텔에서는 북한 판 노래방인 화면반주음악실에서 호텔 소속 의례원(儀禮員)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노래도 즐길 수가 있었다. 여기서 의례원은 식당 식음료 봉사이외에 손님들의 말동무도 해주고 술도 한잔쯤은 같이 마셔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우리로 치면 웨이트리스와 호스티스의 중간쯤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북한의 봉사원, 수위원 등 관광종사원들은 매우 친절하고 단정하였으며 묘향산 보현사, 박물관, 인민학습당의 가이드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우수 인력들이었다.

이외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 일행을 위해 경찰의 캄보이서비스가 벤츠승용차로 일정 내내 제공된 것이었다.

많은 참가자들은 이번 일정에서 평양의 모란봉, 을밀대, 보통문, 부벽루에 안내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토로하였으나 필자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을밀대 등은 앞으로 훨씬 더 싼값으로 평양을 방문하게 될 때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을 것이지만 북측이 우리에게 선전용으로 보여주는 것들은 지금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진귀한 체험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평양 방문은 이미 남북관광 교류의 물꼬가 터진 것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하였다.

뷔페 또는 정식으로 제공된 북한 식사는 중국식이나 양식처럼 코스로 제공되고 있었는데 담백하고 정갈하여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웰빙 음식이 따로 필요 없을 만큼 훌륭한 것이었다. 다섯 코스로 제공된 평양의 단고기는 옵션으로 먹는다면 최소한 50불의 가치가 넘을 것이며, 150불의 입장료를 내고 관람한 아리랑축전 공연 역시 비슷한 수준의 입장료를 부담해야 하는 파리의 리도쇼나 크레이지호스와는 공연 내용이나 규모에 있어서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이번 여행의 참가비가 150만원이나 되어 적어도 비용 면에서는 불만의 대상이었던 평양 3박4일을 결산해 본다면, 결코 본전 생각이 들지 않는 귀한 경험이었다. 평양관광의 가격과 교류조건이 하루 빨리 현실화되어 한번 트인 남북교류의 물꼬가 큰 물줄기로 넘쳐나길 간절히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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