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민경/민희 엄마께 May 18 '93 공항으로 나오면서 어쩐지 심기가 불편하여 커피 카페인이 떨어진 탓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사실인 즉 집과 당신을 떠나기 싫었던 때문이었던 것 같소. 그 전엔 이런 기분이 든 적이 없었는데 한편으론 세월 탓인가 싶기도 하오. 사실인 즉은 지난번에 어처구니없는 전쟁(?)을 벌이고 난 후 이틀 동안 배회하면서 가정의 고마움을 뼈저리게 느꼈던 탓이 클 것이오. 평소에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지내왔었지만 우리에게 가정이란 이렇게 소중하게 존재해온 것이지요. 그리고 가정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소. 당신과 아이들 그리고 할머니가 아니겠소. 그리고 이렇듯 소중한 인연을 지켜주고 있는 것은 하느님의 은혜와 그 품안 덕분이겠지요. 경유지, 방콕에서의 하루 밤은 불편했던 심기의 연장으로 몹시 피곤했었지만 이곳 후아 힌에 와서는 억지로라도 당신과 동반해 오지 못한 것이 몹시 아쉽기만 하오. 이곳은 마치 미국의 마이애미나 포트 마이어와 같이 깨끗하거니와 해변 역시 끝없이 뻗어있는 풍경이오. 이곳 사람들 말로는 이 아름다운 해변은 태국 Royal Family의 휴양지라고 하더군요. 더군다나 주최 측인 UNESCO가 많은 신경을 써주어 참가자 모두는 해변이 끝없이 펼쳐진 좋은 호텔에 묵고 있지요. 호텔도 새 건물인데다가 객실이 어찌나 큰지 우리 식구가 다 왔어도 충분한 정도지요. Tourism과 Education을 주제로 한 워크숍도 매우 유익한데 오늘은 각 국 대표들 앞에서 내가 제일 먼저 프레젠테이션을 끝냈지요. 하지만 아직도 다른 나라 사람들을 따라잡으려면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함을 절감하고 있소. 아무튼 이번 기회는 나에게 여러 가지로...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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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손주의 쓰임새가 늘어난 거 같아 용돈을 더 챙겨주려 했더니 동생과의 형평성이 문제가 됐다. 아직 초등학교 6학년이니 형아에게 더 챙겨주겠다고 설득하면 납득할 일이건만 막내 이 녀석이 입양된 경우라서 차별하기가 싫다는 게 내 딸이자 제 엄마의 생각이다. 할아버지/할머니로서는 차별할 마음이 1도 없건만 받아들이는 쪽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입양이 어렵다는... 어쨌거나 용돈주면서 마음 상하게 할 일은 없을 것이므로 할아버지/할머니가 양보하기로 한다.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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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 보다 한 살 위이고 학년도 한 해 위인 성희는 그보다 한 살 위인 동네 골목대장에게 절대로 굴하지 않고 대들며 싸웠다. 그러나 골목대장과 동갑부터 그 이하는 성희를 빼놓고는 그 어느 누구도 감히 대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다만 대장보다 두 살 아래인 늙은이 동갑네기가 열 한 명이나 있었는데 그 중에는 늙은이가 대장이었고 그 들 중 아무도 늙은이에게 감히 도전하는 친구들 역시 아무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배급되던 미국 원조의 옥수수 가루 등을 늙은이가 갈취해도 아무도 반항하지 못했다. 지금으로 보면 늙은이는 학폭이었던 것이다. To be continued...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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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한 칸도 없이 서울 생활하던 직장 초년 시절. 이문동 외국어대학 동쪽 작은 구릉으로 연결되는 언덕에는 우체부 부부가 운영하는 세탁소가 있었고 청년은 이집의 작은 방에 전세로 입주하여 광화문 근처 사무실까지 출근하고 있었다.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연탄아궁이가 유일한 난방 수단이어서 연탄불을 꺼트리지 않고 온기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지난하고 번거로운 일과였다. 그런데 집주인 아주머니는 오밤중에도 일어나 아궁이의 연탄불을 갈아주는 번거로움을 전세살이 내내 감당해 주었었다. 이 좁은 방에 청년의 동생까지 합류해 살다가 결혼하게 되면서 이 고마운 아주머니는 동생의 결혼식까지도 와주었었다. 이런 고마운 아주머니와는 어찌어찌하다가 연락이 끊겨 세월이 지난 후 청년이 다시 찾은 이문동 고갯길은 아파트촌으로 변해 버려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던 시절이었지만, 부부 모두 전라도 출신인 우체부와 세탁소 아주머니는 그야말로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선한 분들이었다. 이 시절 고단하게 지내던 먼 친척 아저씨인 청년을 뒷바라지 하겠다며 상경해 있던 고향의 외 조카뻘 아가씨와도 한 동안 취식을 같이 했었는데 그 아가씨와도 연락이 끊긴 것은 물론 생존 여부조차 알고 있지 못한 채 무상한 세월 탓만 하고 있는 늙은이 신세다.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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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힘껏 내질러도 축구공은 헛발질이거나 앞으로 뻗어가질 않는다. 그린을 향해 죽을 힘을 다해 샷을 날려도 골프공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기만 할 뿐이다. 이 세월에 왜 이리 좌절스러운 꿈만 꾸고 있단 말인가. 현실도 꿈도 모두 평안해야 할 세월이건만....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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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올라가는 손주는 목욕탕과 찜질방 가기를 무척 좋아한다. 자주 동반해서 등도 밀어주고 식혜도 사 주면 좋으련만 수영장을 즐겨찿는 할아버지와는 취향이 달라 일년이면 한 두번만 같이 움직이게 되어 많이 아쉽다. 손주들 머리가 커지고 또 두 손주 모두 대안학교의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면서 대화할 기회도 딱히 없으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지난 주말 모처럼 손주와 약속이 잡혀 목욕탕과 찜질방에 동행했다. 시간과 날자를 잡는 전권은 당연히 손주에게 주어졌고 찜질방에서의 음식 메뉴 선택권 역시 손주에게 우선권이 주어진 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찜질방에 누워 손주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담임 선생님, 여자 친구 그리고 기숙사 룸메이트 등에 관해 질문을 했더니 아주 독자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신경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 답변이었다. 이 손주는 백일 때 공개 입양되었는데도 아빠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 아무런 구김살 없이 잘 성장하고 있다. to be continued...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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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들이 살기 좋은 곳은 어딜까. 늘 가지고 있는 화두다. 그래서 전원생활도 해보고, 따뜻한 나라로 피한도 해 보았지만 뾰쪽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나이들면서 즐겨 찾게 되는 곳이 온천이다. 특히 요즘 같은 한 겨울에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몇 해 전엔 온천 근처에 집을 지어볼까 했었는데 이웃이 내 나일 물어보더니 얼마나 더 즐길 수 있겠냐고 반문해서 포기한 적이 있었다. 나이 들면서 거주지를 자주 옮기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온천 휴양을 위해 동해안을 자주 찾다보니 바닷가 매력에 자꾸 빠져든다. 대관령을 사이에 두고 같은 강원도라도 영서와 영동의 온기 차이가 확연한데다가 확트인 바다가 안겨주는 풍광은 더 할 나위없이 쾌적하다. 이런 환경을 이용해 바닷가에 단기 주거가 가능한 실버타운이 있고 온천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이런 시설을 활용해 주거를 정하지 않고 여기저기 옮겨보는 것도 좋은 대안일 듯 하다. 다만 건강이 담보되는 날까지겠지....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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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초, 취직으로 서울 동숭동의 구옥 단칸방에 우리 3형제가 함께 세들어 살면서 서울에 방 한칸이라도 소유했으면 좋겠다고 염원하던 생각이 난다. 이후 나라 경제 규모가 급격히 커가면서 서울에 아파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우리 형제들도 제 각각 아파트 한 채씩 마련하여 서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평생 국내외를 드나들며 크고 작은 규모의 주거에서 살아오다가 최근 어찌어찌하여 방 한칸과 거실 하나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온 후 아무 불편없이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다. 뜻밖의 일이다! 늘 느끼지만 행복은 집 크기나 운행하는 자동차 브랜드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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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춘천에 처음 정착했을 때 국제규격 수영장을 아무 때나 마음껏 이용하면서 1000미터를 쉽사리 수영했었다. 이후 해가 몇 차례 바뀌면서 700미터와 500미터로 줄어들었다가 지금은 그 거리가 300미터로 줄었다. 무리하면 그 이상 거리의 수영도 가능하겠지만 운동은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습관이 더 중요한 것이라며 자신을 위로한다. 아무쪼록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지속해나갈 일이다!!!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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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어머니 묘소 파묘 후 제삿날 만큼은 매년 기억하고 지내왔건만, 지난 주에 있었던 아버지 기일(음력 9월 23일)을 처음으로 깜빡하고 지나쳤다. 이번 기회에 아버지 기일을 돌아가신 날인 양력 10월 25일로, 어머니 기일도 양력 12월 30일로 모두 바꾸어 추모하기로 한다. 그나저나 부모님 기일을 얼마나 더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을런지....
박 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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