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의 교훈 2006 09 04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2:12
조회
238
https://www.gtn.co.kr/home/news/news_view.asp?news_seq=24553&s_key=%C1%F6%B8%AE%BB%EA%20%C1%BE%C1%D6%C0%C7%20%B1%B3%C8%C6

몇 년째 매년 여름이면 지리산 종주를 한다. 지리산 종주의 매력을 전해 듣기만 하고 나홀로 종주의 엄두를 낼 수 없어 지리산 종주 동호인 사이트에 동반 종주를 희망하는 글을 올려 놓고 아무런 반응이 없어 실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그렇지만 이제는 동반자가 없어도 형편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여 고즈넉이 종주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다니면 다닐 수록 매력적인 산행이 지리산 종주다. 지리산 종주는 일반적으로 화엄사를 출발하여 노고단, 노루목, 반야봉, 화계재를 거쳐 뱀사골산장에서 1박을 하고 다시 화계재를 거쳐 연하천을 지나 벽소령 산장에서 2박, 선비샘, 세석을 거쳐 장터목에서 3박을 한 후 천왕봉 일출을 보고 중산리, 백무동, 칠선계곡, 대원사 코스 중에서 형편에 맞게 선택해서 내려오는 3박 4일의 백두대간 코스를 말한다.

형편에 따라서 이 중의 일부 코스를 생략하고 종주할 수 있지만 가장 선호되는 코스는 성삼재까지 차로 이동하여 천왕봉까지 종주 후 중산리나 백무동으로 내려오는 2박3일 코스다. 체력 안배만 잘한다면 누구나 지리산 종주에 도전해 볼 수 있다. 2박3일의 지리산 종주를 계획한다면 배낭은 50∼60리터의 용량은 돼야 하는데 배낭 자체의 무게가 가벼운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특히 비박을 하는 경우는 비상 식량과 여벌의 옷 그리고 침구 등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등짐을 얼마나 체력에 맞추어 꾸리느냐가 중요하다.

배낭을 꾸릴때 배낭 무게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데 작은 것들이라도 모아지면 중량이 늘어나 감당하기가 어렵게 된다. 배낭의 무게는 산행을 시작하면서 배낭을 맸을 때 가벼운 느낌이 들 정도가 좋다. 지리산 종주시 식수는 필수 사항이지만 물을 많이 휴대하면 배낭 무게가 그만큼 늘어나 힘들어 진다. 계속적인 산행을 위해선 체력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사탕, 초콜렛, 영양갱 등을 충분히 준비해야 하나 이 역시 지나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상의는 방한과 방수가 가능한 옷이면 좋고, 바지는 쿨맥스 기능을 갖춘 스판 소재 바지가 가장 좋다. 청바지는 산행시 분비되는 땀으로 인해 피부를 압박하여 근육 경련을 일으킬 우려가 있음으로 절대 입지 않아야 한다. 또한 산행을 할 때에는 반드시 등산화를 신어야 하는데 일반 운동화는 바위나 빙판에 약해서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산행 도중 예기치 못한 눈과 비를 만나는 경우에 대비해 우의를 반드시 준비해야 하며 휴대폰도 반드시 챙기고 배터리 또한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휴대폰은 산행 시 꺼두었다가 필요한 때만 전원을 켜서 통화하는 것이 좋다. 길을 잃어버리거나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하여 해가 저문 후에도 산행을 해야할 경우를 대비하여 반드시 랜턴을 챙겨야 한다. 두통약, 설사약, 소화제, 압박붕대, 연고 등의 필수 구급약품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한다.

고산지는 수시로 기상이 변하므로 기상 상태를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휴대용 라디오도 필수품이다. 지리산 등산지도도 필수품인데 등산로가 아닌 우회길을 산행하는 것은 조난 위험이 크므로 피해야한다. 주5일 근무가 일반화된 요즈음은 주말과 여름 성수기에는 종주 코스에 있는 산장 숙박 예약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박을 위한 완벽한 준비도 필수이다.

노고단의 운해와 반야봉 낙조, 연하천을 지나면서 펼쳐지는 지리산의 연봉들, 제석봉의 고사목지대, 통천문, 천왕봉 일출 등 지리산 종주길에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지리산 종주를 멈출 수 없게 하는 마력이다. 그러나 지리산 종주의 진짜 매력은 산행 중 지친 동료의 짐을 대신 들어주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따뜻한 인사를 나누며 부족한 물과 음식이지만 서로 나눌 수 있는 너그러움이다. 지리산 종주의 진정한 가르침은 완주와 정상 정복만이 최종 목표가 아니며 어려울 때는 우회하거나 중도에 포기하고 하산할 줄도 아는 것이다. 지리산은 최소한의 무장으로 자신을 비울 때 종주를 허락한다.< 박의서·안양대 교수 2006 09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