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ester at Sea 2008. 02. 18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2:06
조회
277
https://www.gtn.co.kr/home/news/news_view.asp?news_seq=31977&s_key=%EC%9B%94%EB%93%9C%ED%81%AC%EB%A3%A8%EC%A6%88%20%EB%8C%80%ED%95%99
존재와 상상의 모든 것은 관광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 관광상품도 거기서 거기인 평범한 것들보다는 이제는 명품을 추구해야 할 때다. 같은 자원을 이용하는 상품이라도 상상력과 연출에 따라서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중산간 마을에는 하루 저녁에 백만 원을 받아도 날개 돋친 듯이 팔리는 펜션이 성황 중이다. 이 펜션은 단순히 숙박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과 웰빙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 입장으로도 싸구려 상품을 많이 파는 수고를 하는 것보다 명품 몇 개를 팔아 높은 커미션을 챙기는 것이 훨씬 수지맞는 장사다.


ISE(Institute for Shipboard Education)라는 교육기관은 미국 동부의 명문, 버지니아대학과 공동으로 `세계가 곧 캠퍼스` 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1962년부터 크루즈를 이용한 선상 학기제를 운영해오고 있다. 2만4천 톤급의 크루즈를 이용해 썸머스쿨을 포함해 매 학기 70여 과목을 개설하여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700여 명의 학생을 유치하고 있으며 그동안 4만5000여 명이 참가했다. 학과목 개설도 매우 다양한데 인문학, 경영학, 생물학, 화학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강좌가 개설되고 있으며 전공에 관련 없이 참가할 수 있다. 교수진도 한 학기 동안 무료 크루즈와 강의를 겸할 수 있어 전 세계 최고 권위의 교수들 중에서 엄선되니 우수한 강사진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크루즈 일정은 미국 대학의 학기에 맞추어져 있으며 봄 학기의 경우 1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이다. 학비 역시 미국 대학 한 학기 등록금 수준인 만3000달러 부터 2만 6000달러 까지로 선실 등급에 따라 다르며 등록금, 숙식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한 학기 12학점까지 취득할 수 있으며 원적대학과 학점이 공유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완벽한 강의시설, 도서관, 헬스클럽과 교수진을 갖춘 이 크루즈는 한 학기동안 지구촌 열세 개 도시를 순방한다. 현재 예약을 받고 있는 내년 봄 학기의 경우 바하마의 나쏘를 출항하여 스페인의 카디즈, 터키 이스탄불, 이탈리아 나폴리,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수에즈운하, 인도의 첸나이, 방콕, 호치민, 상하이, 홍콩, 고베, 요코하마, 호눌를루, 코스타리카 그리고 파나마운하를 차례로 거쳐 플로리다의 마이애미로 귀환하게 된다. 학생들은 기항지마다 대략 5일 정도를 체류하면서 학과목과 관련되는 대학, 고대 유적 등을 방문하면서 현장교육을 받게 된다.


이 크루즈는 대학의 학부생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성인을 위한 평생교육 과정, 고등학교 졸업예정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동시에 진행된다. 인간 최초로 달 여행을 한 미국 우주인 보먼의 일성은 `지구는 아름답다`라는 탄성이었다. 멀리서 본 지구에는 국익, 기아, 문명의 충돌, 증오, 전쟁, 인종갈등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아름다운 색상의 하모니만 보였기 때문이다. 이 크루즈를 이용해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난 후 학생들도 보먼과 똑같은 얘기를 한다고 한다. 세계는 같은 사람들이 사는 한 세상이고 지구상의 모든 문제들은 공유되고, 이해되고, 해결되기 위해 존재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대학의 공부가 강의실과 교과서만으로는 결코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을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는 대목이다. 교육은 현장 경험과 여행에 의해서 완성된다.


당연히 이 프로그램의 인기와 경쟁은 대단해서 미국 학생들만으로도 일찌감치 마감되지만 국내의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교수들의 안식년 상품으로 안성맞춤이다. 필자의 경우도 안식년을 맞는 내년 봄 학기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견문도 넓히고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부족한 공부도 하면서 세계일주 여행기도 써볼 요량이다. 이 프로그램의 국내 소개는 대학생은 물론 안식년 대상 교수 그리고 여유가 있는 실버 세대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소개도 하고 세계여행기도 쓰게 될 이 환상적인 여정을 위해 항공, 언론, 출판업계의 스폰서를 기대하는 것은 낫살이나 먹은 사람의 과욕으로 비춰질까나?<2008. 0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