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MICE업계가 돌려 줄 차례다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2:05
조회
235
이제는 MICE업계가 돌려 줄 차례다

 

 

 달포 전, 학자로서 업계에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써달라는 원고 청탁을 망설임 끝에 거절했었다. 거절 이유는 두 가지다. 이제 충분히 전문화된 업계를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실무적인 지식을 나는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그 첫 번째 사유다. 두 번째는 다른 전문지에 써오던 칼럼을 더 이상 못쓰겠다고 한 게 엊그제 일인데 다른 신문에 글을 쓴다는 건 도리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관광업계가 되었든 MICE업계가 되었든 업계의 현실과 괴리된 상태로 글을 계속 쓴다는 건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필자는 MICE를 주제로 한 책 두 권을 일찌감치 출간했는데 고맙게도 대학교재로서는 꽤 잘 나가고 있다. 이 책들은 원론 수준이라서 업계에 도움이 될 만한 전문 서적은 아니지만 대학생들의 학습용으로는 부족함이 없도록 정성들여 편찬했다는 자부심을 나는 가지고 있다.

 실용성이 강한 MICE 학과목 강의를 하다 보니 대학 수강생들의 실무 능력 배양이 이론보다 중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그래서 몇 년 전에 현재는 MICE협회 회장으로 봉직 중인 이오컨벡스의 오성환 사장과 공동으로 ‘사례 중심의 MICE 기획과 운영’ 이라는 사례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나는 회사와 개인의 지적재산권을 후학과 동업을 위해 흔쾌히 공개해준 오 성환 사장의 결단을 지금도 높이 평가한다.

 내가 원고 청탁을 정중히 뿌리쳤다가 다시 쓰기로 마음을 돌린 이유도 업계에 어설피 기여하고자 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업계가 실무적으로 학계를 위해 기여해 줄 것을 당부하기 위해서다. 필자가 관광공사에 재직하던 8-90년대만 해도 컨벤션, 전시산업은 우리나라에서 그 태동기였다. 그래서 당시는 관광공사 직원들이 선도적인 입장에서 컨벤션업계를 리드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필자 역시 주 전공이 관광지 마케팅임에도 불구하고 부전공으로 MICE 관련 과목도 가르치고 강의 자료를 정리해 책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적으로 47개사의 PCO와 75개사의 PEO가 해당 협회에 등록(비 등록 업체를 포함하면 200 여개 회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되어 있는 것은 물론 ASAE, MPI, MCI, Messe Berlin 등의 MICE 관련  국제기구와 단체들이 국내에 진출할 만큼 업계가 성장하고 전문화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 쪽에서는 MICE 전공 졸업생들의 실무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현장에서 실무를 따로 가르쳐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그동안 관광공사와 MICE 관련 단체들이 관련 강좌 개설을 통해서 실무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오긴 했다. 그러나 업계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시스템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MICE협회 오 성환 회장의 경우와 같이 업계의 노하우를 과감하게 후학과 동업을 위해 공개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현업의 임직원들이 대학에서 강의도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관련 기금 확보도 꼭 필요한 시점이다.

 MICE산업에 관한 정부와 전공 학생들의 지대한 관심과는 달리 MICE 전공 교수들의 걱정은 갈수록 태산이다. MICE산업 규모 자체가 상대적으로 작아 학생들의 진로 역시 매우 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적지 않은 대학이 MICE 전공 커리큘럼을 관광경영학 등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는 산학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MICE산업의 파이를 키워나가야 할 절박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