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부엌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2:04
조회
237

  세상에서 가장 큰 부엌


여행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먹고 마시는 즐거움에 있지 않을까. 해외여행 중에 음식에 관해 세계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중국한테 할 말이 없는 게 우리 처지다. 지구촌 어느 구석을 가더라도 중국 식당 없는 곳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을 세상에서 가장 큰 부엌을 가진 나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인들은 먹는 것을 중시하는 민족이다. 오죽하면 중국인을 일러 비행기와 식탁 빼고는 다 먹는 민족이라고 빗대어 말할까. 예나 지금이나 중국인들은 생활수준에 관계없이 손님을 불러 놓고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음식을 준비해서 실컷 먹고 남겨야 직성이 풀리는 음식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중국에서 이렇듯 풍요로운 음식문화를 두고도 우리 음식이나 중국의 언저리 음식만을 맛보고 그냥 돌아오는 여정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패키지투어가 대부분인 우리 여행 문화에서는 중국 여행에서조차 현지 음식을 먹고 현지에서 담근 술을 마시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여행사 패키지의 대부분은 고객의 오랜 입맛, 비용, 커미션 등을 이유로 아직까지도 한식당을 주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여행 중 하루 한 끼만이라도 신경만 잘 쓰면 풍요로운 중국음식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각 지역의 특산 음식으로 상해의 털게와 동파육 서안의 양 꼬치구이와 만두코스, 북경의 카오야, 중경의 샤부샤부, 성도의 후오꾸오, 낙양의 양곰탕, 장사의 민물매운탕과 강남 도시들의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쌀국수와 꼬치 등 우리 입맛에 잘 맞고 또 그다지 비싸지 않은 음식들이 즐비하니 가는 곳마다 구석구석을 잘 챙겨볼 일이다.

중국 여행 중에 놓쳐서는 안 되는 또 다른 묘미는 다양한 중국술이다. 그러나 중국술은 그 종류가 워낙 다양해 어떤 술을 선택해야 할지 헛갈릴 때가 많다.

중국의 전통술은 크게 황주와 백주로 구분된다. 황주는 알코올 함량 14%에서 20% 정도의 양조주인데 주로 옥수수와 쌀로 빚어진다. 유명한 황주로는 강서성의 구강봉항주, 광동성의 진주홍주, 산동성의 즉묵노주 등이 있다. 하지만 가장 중국적인 황주는 역시 절강성의 소흥주로서 그 맛은 다른 황주의 추종을 불허한다.

백주는 중국의 전통과 고유 방식으로 빚은 증류주다. 백주는 예전엔 제조법과 재료에 따라 소주 또는 고량주라고 불렸지만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백주 또는 바이깐주(白干酒)로 불리고 있다. 백주는 색깔이 없다는 의미이고 바이깐주는 물을 첨가하지 않은 순수 증류주라는 뜻이다.

중국의 백주는 국주, 4대 명주, 10대 명주 등으로 불리는 술들이 유명한데 대부분 산서성과 사천성에서 빚어진다. 모태주, 분주, 오량액, 노주노교, 국교1573, 서봉주, 검남춘, 쌍구대곡, 양구대곡, 고정공주, 동주 등과 최근 제조와 판매에서 서양식 마케팅 도입으로 유명해진 수정방이 그것들이다. 이런 술들은 명성만큼이나 가격도 엄청나게 비싸서 한 병에 우리 돈 20만원을 훌쩍 넘기는 술도 많아 손쉽게 마실 수 없다는 게 흠이다.

여행자들이 손쉽게 중국 백주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은 대략 가격, 알코올 함량, 향 등이다. 가격대는 어떤 종류의 백주든 대략 150위안에서 250위안 즉 3만원에서 5만원 사이의 술을 선택하면 탁월한 맛일 가능성이 크다. 알코올 함량은 70도에서 22도까지의 주정이 만들어 지고 있는데 마실 때는 53도 전후의 술을 선택해야 백주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백주의 향은 농향, 장향, 청향, 미향 등이 있는데 농향을 선택하면 대략 우리 입맛에 맞아 떨어질 것이다.

아뿔싸! 이러다가 내말만 믿은 우리 여행자들이 중국 음식과 술독에 빠져 세상에서 제일 큰 부엌에서 허우적거릴까 저어된다고 하면 지나친 허풍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