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재발견
놀이의 재발견- 박의서 안양대 교수
사람들은 왜 놀이를 할까? 사람들은 왜 여행을 다니며 게임과 내기에 몰두하는 것일까. 놀이는 먹고 일하는 것만큼이나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놀이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행복한 인생의 첩경이자 놀이와 여행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겐 필수적인 요소다.
사람들은 무엇인가 결핍을 느끼면 일을 하지만 결핍상태가 해소되거나 풍족해지면 이내 놀이를 즐긴다.
이런 현상은 동물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놀이 전문가 호이징하는 인류의 모든 문화는 놀이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놀이가 문화에서 파생되거나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문화가 놀이에서 파생되었다는 주장이다. 모든 문화는 그 기원에서 놀이 요소가 발견되며, 인간의 공동생활 자체가 놀이의 형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인간은 놀이를 통하여 인생관을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세계의 모든 문명은 놀이를 떠나 존재하는 법이 없다.
놀이는 오랫동안 시간의 낭비이자 비교육적인 활동으로 치부되어 왔지만 어린이나 동물에게는 놀이가 오히려 교육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플라톤은 놀이가 성인 활동의 모방이기 때문에 아이들한테 놀이를 시켜야 한다고 했다. 지당한 지적이다. 어린이의 놀이는 어린이의 삶을 해방시켜주고, 다스리고, 스스로를 재발견하게 하는 세계를 만들어 주는 교육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놀이와 동물의 놀이는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다. 아이들이나 동물에게 놀이는 힘의 과잉과 관계가 있으며 성인이 되어 행할 행동에 대한 연습의 역할이기도 하다. 동물의 놀이는 생존과 직결된 사냥의 연습이며 아이들의 놀이는 성장과 발육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놀이는 본질적으로 실제적인 목적을 추구하지 않으며 움직임의 유일한 동기가 놀이 자체의 기쁨인 정신적 또는 육체적 활동이다. 놀이는 또한 모든 참여자에 의해 인정된 일정한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활동이며 성취와 실패, 이기는 것과 지는 것이 있다.
놀이는 창작적인 면에서 예술과도 상통한다. 예술도 놀이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목적 없이 이루어지며 모든 예술은 모방 현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놀이와 유사하다.
놀이는 일정한 규칙 속에서 행해진다는 점에 있어서 종교와 일맥상통하는 측면도 있다.
놀이는 종교와 마찬가지로 공간과 시간의 동질성을 파괴시키며, 놀이 참여자들을 일상생활과 단절시켜 자기만의 폐쇄적인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축제, 투기, 경기는 경연, 공연, 전시, 겨룸, 우쭐거림, 뽐냄, 치장, 겉치레, 규칙 등 놀이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놀이의 다른 모습들이다.
놀이는 경기의 형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경기의 형식을 갖는다는 의미는 대립과 승부가 동반되며 승리를 전제로 놀이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심지어는 전쟁도 놀이의 일부라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도 있다.
상(prize), 가격(price), 칭찬(praise)의 영어 단어가 닮은꼴이라는 것은 놀이의 경기적 성격에 관해서 매우 시사적이다. 상이나 칭찬은 감행, 모험, 불확실성 그리고 긴장에 대한 감수의 대가로 주어지게 된다.
여행과 관광은 놀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대부분의 여행과 관광은 이미 놀이 동기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지만 여행상품을 기획할 때 놀이 욕구를 어떻게 반영하느냐는 상품 판매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무료한 나날인 요즈음 여행을 떠나 신나는 놀이에 몰입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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