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a Bella

Author
박 의서
Date
2025-08-03 15:01
Views
152
이틀 전, 당신과 내가 방해받거나 방해하기도 싫어하는 시간인 밤 10시에 전화 한 통을 받았지요. 꾸르실료 간사라는 분이었지요. 교육 들어간 당신에게 편지해 달라는 부탁 때문이었소.

“무슨 편지를 쓰라는 건가요?”

내 물음에 간사라는 분은

“사랑의 편지지요.”

저녁 여섯 시에 잠들어 비몽사몽간이었던 나는 잠결이라 알았노라고 대답하고 이내 다시 잠이 들었지요.

아침에 깨어나 어떤 내용의 편지를 써야 하나 고민하던 끝에 그동안 내가 고민해왔던 “마누님 사용법”을 주제로 글을 써볼까 했지만 이번 주제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았소. 그래서 차라리 글을 쓰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간사라는 분께 미안하지만 편지를 쓸 수 없겠노라고 통보하고 없던 일로 하려했지요. 그러나 왠지 꺼림직 해 여기저기 상의해 보았더니 무슨 내용이던 써보는 게 좋다고들 하였소. 그리고 오늘(토요일)은 마침내 민경이가 전화해와 자기도 쓴다면서 아빠도 글을 꼭 써달라는 부탁을 해왔소.

그래서 마침내 컴퓨터 앞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소.

자타가 인정하는 글쟁이인 내가 최근 들어 당신이 아는 사정으로 글을 쓸 엄두가 나지도 않았지만 당신에게 딱히 글로 써야 할 내용도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글을 포기하고자 한 것이었지요. 하지만, 우리 사이에 어찌 할 얘기가 없겠소.

평안한 은퇴생활을 꿈꾸며 전원주택을 마련하여 귀촌을 감행했건만 그야말로 뜻하지 않은 일들로 우린 맘고생을 많이 했고 또 그 맘고생은 아직도 진행형이지요.

당신이 잘 알다시피 내 경우 수직 위계 위주의 직장생활은 큰 갈등 없이 잘 지내왔지만, 수평 조직인 대학생활 그리고 은퇴 후 사회생활은 갈등의 연속이었지요. 특히 사소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시작된 갈등들이 날로 증폭되면서 결국 이웃 간의 관계마저 단절된 게 우리의 현실이지요.

소일과 보람으로 시작한 청평사 해설을 통해 ‘탐진치(貪瞋痴)’를 배웠고 우리 이웃들과의 관계는 바로 ‘탐욕·성냄·어리석음’의 종합세트라는 게 내 결론이었소. 그러나 최근에 이웃으로부터 쌍말과 언어폭력까지 겪으면서 이웃이 ‘탐진치’의 종합 세트가 아니라 나 자신이 ‘탐진치’로 똘똘 뭉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특히 평생 컨트롤하지 못했던 ‘화’는 이웃에게는 물론 당신에게도 가차 없이 가해져 ‘감정의 쓰레기통’ 취급을 말아달라는 당신의 애원까지 들어야했지요. 되돌아보면 이웃에게는 물론 당신에게 퍼부은 ‘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아왔던 것 같소. 이 ‘화’ 때문에 결국 100만원의 벌금까지 물었으니 큰 대가를 치룬 셈이지요.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얘기의 결론은 이 모든 것을 감내해준 당신에게 ‘고맙다’는 것이지요. 감정의 쓰레기통을 자임했던 당신이지만 평생 남의 편이 아닌 ‘내 편’이 되어준데 대한 고마움이기도 하지요.

꾸르실료 교육 내용은 절대 비밀이라면서도 교육을 받고 나면 ‘탐진치’ 대신 ‘하느님의 사업’만이 있을 뿐이라면서 4대째 모태신앙인 친구, 창배가 내게도 꼭 꾸르실료 교육에 참가할 것을 강권해왔어요. 이런저런 핑계로 교육 참가를 피했지만, 담 기회에는 당신의 후배 꾸르실료가 되어 하느님 사업이 우리를 지배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 같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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