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팔아먹은 30년

Author
박 의서
Date
2023-02-1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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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9월, 당시 국제관광공사에 입사한 이래 현재까지 관광지 마케팅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으니 꼭 삼십년 동안 나라 팔아먹고 살아온 셈이다. 이천년 초까지 재직한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순수하게 관광 목적지로서의 한국을 마케팅 하는 업무에만 종사했으니 나라 팔아먹고 살았다는 게 과장이나 거짓이 될 수 없다. 이후 대학으로 직장을 옮긴 후에도 주로 관광지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어 관광공사 재직 22년과 대학 강의 8년을 합치면 꼭 30년을 나라 파는 일에 종사해온 셈이다.

관광공사 재직 시는 두 차례의 뉴욕 근무를 통해 미국과 캐나다의 동부시장을 대상으로 우리나라를 마케팅 했다. 지사를 개설하면서 부임한 밀라노지사장 시절엔 이탈리아는 물론 스위스, 슬로베니아와 헝가리 등의 동유럽, 그리스 등의 발칸반도 그리고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까지의 관할지역을 누비면서 대한민국을 팔러 다녀 로마황제를 자임했었다. 세 차례에 걸친 십여 년 간의 해외주재 근무는 내 인생의 황금기로서 글로벌 환경에 대한 견문과 충만한 보람을 안겨준 시기이기도 하였다. 특히 뉴욕 근무 시는 야간으로 석사과정 공부까지 병행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져 오늘날 대학 강단에 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다양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에 부임하던 해부터 쓰기 시작한 관광칼럼은 금년까지 만 8년 동안 관광의 여러 이슈들에 관한 담론을 나름대로 개진해왔다. 세계여행신문의 창간과 동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천년 5월부터 쓰기 시작한 글로벌논단은 신문사 사정으로 논단 자체를 편집에서 제외한 기간을 빼놓고는 단 한 달도 거르지 않은 대장정이었다. 돌이켜보면 논단을 시작하면서 주창하였던 한국관광의 심벌과 슬로건 창출, 광화문광장 조성,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의 대표적인 이슈들이 실현되었거나 실현되고 있는 과정인 것을 지켜보면서 필자의 감회 역시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8년이란 적지 않은 세월 동안의 칼럼 집필로 재충전의 시간을 절감하던 차에 마침 한국학술정보사에서 그간의 칼럼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해 주겠다고 하니 지난 삼십년을 매듭지으면서 새로운 세계를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맞이한 셈이다. 다행스럽게도 때 마침 주어진 내년의 안식년을 계기로 앞으로 남은 대학 강단생활은 관광지를 파는 대신 카메라를 둘러메고 관광지를 즐기며 이를 학생들과 공유하고 또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순수 관광의 매력에 푹 빠져볼 요량이다. 이제 서야 비로소 직업으로서의 관광 종사자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순수 여행자가 되어보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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