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만남은 마음에 있습니다

Author
박 의서
Date
2023-02-18 20:45
Views
169
살다보면 어느날 문득 앞에 서있는 사람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그래서 감사하게 됩니다.
그 옛날 내 앞에 서있던 사람은 미움일 수 도 있었습니다.


작은 인연과 깊어가는 가울에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우리 마누라는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휴게소에서 사먹는 2천원짜리 호두과자에 흡족해하고
동네 가게에서 사먹는 동지팥죽에 너무 행복해 합니다. 이만한 일에  행복해하는 마누라를 지켜보는 나도 너무나 흐믓합니다. 이런게 사는 재미입니다.


오늘은 다음 주에 맞는 귀빠진 날 선물을 산다고 마누라와 처형과 함께 동네 백화점에 들렀습니다. 처형은 따뜻한 골덴바지를 사주었고 우리 마누라는 거금을 들여 캐시미어 스웨터를 샀습니다. 금년 겨울은 이래저래 따뜻할 것 같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두 마나님들에게 냉면과 만두와 갈비탕으로 점심을 냈습니다. 등산가셨던 동서 형님도 술이 이미 만취하였지만 뒤늦게 합석하였습니다. 그 양반은 술만 취하면 이쁜 우리 마누라, 사랑한다 우리 마누라를 연신 외쳐댑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 수육 한 접시를 추가하였습니다.


오후 네 시였지만 올림픽공원 주변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지요. 20년 전 맨하탄의 늦가을이 생각났습니다. 창도 없는 사무실에서 밀린 업무와 씨름을 하고 낯선 파크애비뉴로 나섰을 때 초저녁이었지만 이미 칠흑같은 어두움이 깔려 있었지요. 그 이국적인 풍경이 오늘 오후 새삼스레 머리를 스칩니다. 즐거운 토요일 오후였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형님 네 일이 우리를 무겁게 하였습니다. 작년에 회사를 은퇴한 형님의 딸인 제 조카가 식당을 열어 가계에 보탬이 되어보겠다고 약간의 돈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답을 못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달여 전에 동생네도 사업이 힘들다고 해서 마누라가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해서 돈을 융통해주고 여유가 없는 탓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현금이 없지 직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가 없는 것도 아니니 돈을 융통해서라도 형님네의 어려운 형편을 모른척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이 유별스럽게 아름다운 토요일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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