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 몽유기

Author
박 의서
Date
2023-02-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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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무릉도원 몽유기 중국 호남성 장가계 일원

중국 남방미인의 화려한 영접

장가계가 국내에 처음 소개될 무렵 중국호남여유제(中國湖南旅遊際/HUNAN CHINA TOURISM FESTIVAL) 참관을 위해 여행기자단 그리고 중국 전문 판매 여행사 간부진들과 함께 여행칼럼니스트 자격으로 호남성 여유국의 초청을 받아 호남성 일원을 답사할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서울 주재 중국 여유국의 설아평 지국장은 우리의 초청을 안내하는 자리에서 이번 여행의 주 목적지가 될 장가계(張家界)는 북경과의 거리 때문에 자신도 아직 가보지 못한 절경인데 우리보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이 엄청난 행운이란다장가계에 대해 전혀 사전 지식이 없던 나는 그저 무덤덤한 기분이었다기왕 초청받는 김에 소주항주나 돈황 같은 중국 역사의 향기가 묻어나는 곳이면 더 좋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다음 날 저녁 해가 떨어진 직후 우리는 장사(長沙)공항에 도착하였다장사에 오기 전 잠시 비행기를 바꾸어 탄 상해의 푸동공항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장사 공항은 국제선 공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시설은 물론 공항 공간이 넓고 쾌적하여 나를 놀라게 하였다중국은 인프라가 형편없다던데이런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호남성 여유국에서 우리 일행을 영접하러 온 여직원의 모습이었다비행기가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공항에 늦게 나온 게 되어 '쏘리 쏘리'를 연발하던 이 아가씨의 모습이나 옷차림은 그 동안 내가 보아왔던 젊은 중국여인들과는 천지차이가 있는 것이었다훤칠한 키도 그렇거니와 웬 세련된 옷차림설지국장이 북경에서 너무 멀어 장가계 구경 한번 못했다고 해서 순 벽촌인 줄만 알았더니 우리가 자랑하는 인천공항 못지않은 장사공항은 무엇이고 밀라노나 파리 패션의 옷차림이 분명한 저 중국 미인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이후 여행 일정 내내 우리를 동반한 이 장사 미인 황크(黃可)는 예의 그 세련된 패션과 매너 그리고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들을수록 정감이 가는 달콤한 중국어 악센트로 우리 일행을 사로잡았다.

악록서원과 마왕퇴의 장사(長沙)

'인물은 상강 변 초나라에서 나고 산수는 동정호 이남이다.'(人文湘楚 山水湖南)

우리 속담에 사람은 낳아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말과 같은 중국 속담이다.

장사시를 관통하는 상강(湘江)을 경계로 하여 오나라와 촉나라를 품어 삼국지의 무대이기도 하였던 호남지역은 예로부터 황흥채악 등 걸출한 문인정치인군인 등의 인물을 많이 배출하였는데 모택동유소기호요방화국봉주룽지 그리고 절세미인 송경령송미령 자매 등이 호남성 사람이다.

장사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여를 달리면 상담시가 나오고 이 상담시에는 소산이라는 조그만 촌락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60년대 10억 중국인들의 성지였던 모택동의 고향이다이곳에서 불과 40km 떨어진 영향에 문화혁명 당시 모택동과 권력을 다투었던 유소기의 생가가 이웃해 있는 것도 이채롭다하늘이 인물을 낼 때는 반드시 라이벌과 함께 내려 자웅을 겨루게 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중국 호남성과 호북성을 가르는 것은 동정호를 기준으로 삼는데 동정호는 중국 대륙의 배꼽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동정호는 중국의 신화나 전설과 관계가 많은 곳으로 이 호수로 흘러드는 상강은 바로 호남성의 수도인 장사를 관통하고 있다일제 강점 시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중경까지 피해가기 바로 전일 년여 동안 임시 정부 거처로 삼기도 했던 장사는 하늘의 별자리를 따서 지은 이름이란다하늘에는 장사 좌(땅에는 장사하지만 이 도시가 장사라는 이름을 갖게 된 다른 연유는 상강에서 발달된 모래톱에 지어진 도시라는 의미도 있다.

장사 중심에서 서쪽으로 상강을 넘으면 악록산이 상강 서부의 장사를 감싸고 있는데 이 악록산 동편 산기슭은 모택동이 청년 시절을 보낸 악록서원을 품고 있다악록서원은 중국 송나라 시대 중국 강남 4대 서원의 하나로 남송 시절 주희와 장식이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한다그렇지만 악록서원은 모택동이 공부한 곳으로 더 유명한데 지금도 모택동의 침대와 기숙사가 이곳에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다악록서원에는 모택동이 공부하다 힘이 들면 쉬었다던 애만정(愛晩亭)이라는 정자와 함께 오늘날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사시 동쪽 교외에는 중국 서한(西漢초기(BC 206장사국 승상 대후의 가족 묘지가 있다. 70년대에 토목공사를 하다 발굴된 이 묘지에서 살아있는 듯한 모습의 여성 유해가 나와 당시의 중국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죽으면 가장 먼저 상한다는 장기가 승상 부인 미이라의 경우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이곳에는 승상 대후 묘지를 포함해 모두 세 기의 고분에서 출토된 한나라 시대의 유물인 토우와 도기는 물론 비단면사 등의 진귀한 방직물도 같이 전시되고 있다이외에 현대에 제작된 지도와 유사한 당시의 지도도 발굴되어 관련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고 약 10만자에 달하는 사료가 출토되어 역사철학과학기술 등에 관한 귀중한 역사적 문헌자료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무릉도원의 실제 장소인 도화원

장사 시에서 고속도로로 두 시간 여 그리고 비포장도로를 한 시간 남짓 달리니 상덕이라는 작은 도시와 마주한다이른 아침 장사 시를 출발한 버스가 비포장 길을 경찰의 캄보이를 받으면서까지 기를 쓰고 달려온 이유를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도연명의 고향 도화원이 상덕시 바로 이웃에 있었는데 오전 열 한 시가 도화원 축제의 개막식이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주최 측의 정성어린 축제 준비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그 굵기를 더해 축제를 망치고 있었다개막식에서는 축제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벌건 대낮임임에도 불구하고 폭죽을 하늘 높이 쏘아대고 있었다흐린 날씨였으니 망정이지 맑은 하늘로 쏘아댔을 불꽃을 상상하니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그렇지만 중국 사람들은 모든 행사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폭죽 쏘기를 좋아한단다심지어는 장례식에서조차도.

도화원은 동진 시대 도연명이 이곳을 백성들이 편안히 쉬면서 즐겁게 살 수 있는 이상향으로 묘사하여 우리들에게는 상상의 도시인 무릉도원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이곳은 또한 진나라 시절 이웃 도시인 무릉 사람들이 전란을 피해 은거한 곳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16세기 전 도연명은 도화원을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선경으로 묘사했는데실제로 이곳은 아름다운 산 속에 열매가 달리지 않는 복숭아 꽃밭과 계곡도교 사원과 정자들이 그림처럼 안겨 있는 곳이다진나라 시대에 처음 조성되어 당과 송나라 시대를 걸쳐 번창하다가 원나라 시대에 완전히 파괴된 적이 있고 이후 명과 청나라를 거치면서 흥망성쇠를 거듭한 곳이다도화원은 또한 아직까지도 중국 문화를 지배하고 있는 도교 사상의 중심인 고대 중국 4대 도교 사원 중의 하나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한데 이곳에는 크고 작은 동굴 서른다섯 개와 마흔 여섯 곳의 기복을 비는 장소가 있다.

도화원은 도연명뿐만 아니라 맹호연왕창령왕유이백 등의 중국 문호들이 다녀가면서 시를 남긴 곳으로도 유명하다약 8평방킬로미터의 산으로 둘러싸인 이 전설과 신화의 땅에서는 복숭아꽃이 만발하는 매년 3월 28일이면 축제가 열리는데 전 세계 사람들을 이 곳으로 끌어들여 복숭아꽃 향기에 취하게 하고 있다.

장가계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떤 일행은 덜컹거리는 버스와 피곤이 겹쳐 계절도 아닌 도화원의 복숭아 향기에 취한 탓인지 모두 깊은 잠에 떨어진다.도화원에서 버스로 산골길을 두어 시간쯤 달렸을까눈을 떠보니 수 백 개의 석순들이 갑자기 우리를 가로막았다서유기 영화를 촬영하였다는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변덕스럽게도 계림보다도 더 좋아한다는 3,000개 석순의 숲 장가계삼국지의 장량이 숨어살아서 장가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단다. 1992년 UNESCO는 이 장가계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고 이보다 10년 전인 1982중국 정부가 공식 지정한 국립공원 1호의 명승지이다.

이튿날 아침에 케이블카를 타고 황석채에 오르니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물안개에 둘러싸인 석봉들이 한 폭의 동양화다그래서 이곳은 화가사진작가들이 일 년 내내 몰려들고 등산가들의 로망이기도 하단다장가계의 명물 석봉과 석순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고도 1,300미터를 오르면 황석채라는 곳에서 사방으로 모두 눈 아래로 펼쳐진다이 봉우리들은 금편계곡을 따라 20여 리를 걸으면서 또 다른 장관으로 다가선다사람들이 이곳에 와 아래를 보아도 와와위를 보아도 와와 라는 탄성을 지르기 때문에 일명 와와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도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얼마나 절경이면 금편계곡에는 나이 많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가마가 줄을 지어 서있을까장가계시에서 버스로 한 시간를 이동하면 천자산이 케이블카로 연결된다. 100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천자산 역시 2,000여 개의 석봉과 석순들이 눈 아래로 펼쳐지는 장관이다장가계시 외곽에는 최근에 발견된 황룡동굴이 있는데 동굴을 다 돌아보려면 처음에는 보우트를 이용해야 하고 나중에는 도보로 4층이나 올라가면서 볼거리가 펼쳐지는 대형 동굴이다전체 면적이 20헥타르나 되며 수직 높이로 100미터가 넘는 규모다. 이 동굴 안에는 네 개의 호수세 개의 폭포열세 개의 대형 광장이 있으며 그 안에 헤아릴 수 없는 석순석주석화 등이 화려한 조명으로 환타지아를 연출하고 있다장가계 서북쪽에 위치해 있는 원가계는 최근 개발된 관광지다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천자산 또는 금편계곡을 통해 오를 수 있는 원가계는 천하제일교미혼대후화원천현백련공중정원 등의 절경으로 유명하다.

우리 일행의 답사여행에 동반한 중국 전문 여행사의 정사장은 호남성 여행 일정 내내 유머와 재치 있는 말재간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는데 정사장은 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중국 대륙의 웬만한 관광지 대부분을 섭렵했다고 했다그런데 우리 여행 일정의 주 목적지인 장가계 만큼은 초행길로서 한국 관광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관련 상품 개발을 위해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다고 했다정사장 같은 여행전문가들의 마케팅 노력으로 이후 장가계는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중국 관광지의 하나로 발돋움하였다.

봉황고성과 남방장성

호남성 여유국은 우리 일행을 위해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았는데 장가계에서 길수(吉水)까지의 기차여행 기회가 그 중의 하나다처음 타보는 중국 기차의 침대칸은 침대 시설과 시트 등의 위생 상태가 유럽의 침대 열차에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우리나라는 땅덩어리가 작아 침대 열차가 없으니 비교의 대상이 못되고.

호남성내 토가족과 묘족 등 소수민족 자치구인 상서자치구의 수도 길수(吉水)시에서 남쪽으로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우리나라의 60년대 모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시골 모습이 연결되고 이 비포장 길 중간에 남방장성이 나타난다이곳은 최근에 발견되어 복원된 성인데 북경의 만리장성과 대비하여 남방장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길수에서 남방장성에 이르기 전 탁강()변을 둘러싸고 고풍스런 건물들이 독특한 모습으로 다가서는데 바로 봉황고성이라는 곳이다마치 중국의 축소판 베네치아로 보이기도 하는 이곳은 납이산을 끼고 190km나 되는 명과 청나라 시대에 축조된 중국 남방지역의 최대 장성이다성문 내 시내 쪽으로는 천왕묘회룡각고성루 등이 보존되어 있고 중국 근대의 문호 심종문의 생가와 묘소가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려 세운다.  때 마침 심종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가 강변에서 열리고 있었는데 이 축제에 몰려든 중국인들을 보니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심종문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중국 명사들은 봉황고성의 빼어난 경관에 빠져 아직도 이곳에 별장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봉황고성은 특히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유럽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인데 여강고성안휘성 그리고 절강성과 함께 중국 4대 고성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리 입맛에 맞는 호남성 중국 음식

중국을 얘기하면서 음식을 빼놓을 수가 없다특히 호남 지역은 마늘과 고추를 양념으로 많이 써서 맵고 짠 음식이 감칠 맛이 나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중국 요리는 아직까지 값이 싸 큰 부담이 되지 않고 특히 길수에서 나는 주귀주는 중국 최고 명주의 하나로서 술의 향기가 독특하고 술 마신 뒤끝이 말끔해서 좋다이외에 중국은 지방별로 술을 닮고 있어 술 종류가 많기로 유명한데 호남성에도 무릉주상서왕 등의 좋은 술을 큰 부담 없는 가격으로 푸짐한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식도락가의 천국이라고 할만하다장가계 여행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정기편은 물론 전세 비행기들이 직항으로 많이 취항하고 있어 편리하지만 시간 여유가 있는 여행자라면 기차 여행을 권하고 싶다철도가 중국 각 도시를 잘 연결해 주고 있는 것은 물론 기차의 객실 역시 깨끗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버스나 자동차를 이용한 장거리 여행은 아직 비포장 구간이 많아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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