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로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0:18
조회
206
수확을 앞둔 누런 들판엔 농부들의 손발이 동력이 되어 움직이는 탈곡기를 이용해 나락을 훑어내고 있다. 한가로운 농부들은 누런 들판을 꾸불꾸불 가로지르는 작은 도랑을 헤집으며 망태기를 이용해 고기잡이를 하고 있고 그 옆 소택지에는 오리 떼들이 한가로이 물살을 가르며 노닐고 있다. 코뚜레를 길게 늘려 잡은 촌로들은 아직 포장이 되지 않은 도로 위를 털털거리며 지나가는 마이크로버스를 피해 신작로 한켠으로 소를 몬다. 지난 여름 장마에 도로가 파손되었는지 여기 저기 마을 사람들이 무더기로 몰려나와 삽이나 곡괭이를 들고 나와 부역하듯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 자갈길을 출렁이며 움직이는 버스 창가로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시골 아낙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장터에는 시골 사람들이 텃밭에서 거둔 채소를 길거리 좌판에 앉아 팔고 있고 그 아낙들의 등 뒤로는 국밥집, 자전거포, 중고 타이어 가게, 만두집 등이 정겨운 모습으로 줄지어 이웃하고 있다. 장에 나온 시골 사람들이 하릴없이 그 가게들을 기웃거리고 있는 소도읍을 뒤로하고 버스는 계속 질주한다. 장이 열리는 읍내를 벗어나 비포장 신작로를 더 달리다 보면 흙더미 제방으로 둘러싸인 푸른 들판에서 소를 뜯기고 있는 시골 풍경이 여유로와 보인다. 제방 뒤편으로는 토담집들과 새로 지어진 콘크리트 골조의 집들이 뒤섞여 어색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도로를 가로지르거나 신작로 갓길을 따라 걷는 시골 사람들의 옷차림은 남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아 촌스럽다 못해 순박하기조차 한 모습이다. 버스가 먼지를 펄펄 날리며 신작로를 질주하고 있지만 그들은 차를 피해갈 생각이 없다. 차가 당연히 사람을 피해갈 터이니까. 그래서인지 버스 운전기사 역시 아무런 불평 없이 그들을 피해갈 뿐이다.
필자는 지금 소년시절을 보냈던 60년대의 고향풍경을 더듬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타임머신을 돌려 그 시절로 돌아간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지금까지의 풍경은 중국 대륙 남중부에 위치한 동정호(洞庭湖) 남쪽 호남성(湖南省)을 돌아보면서 스케치한 시골의 진짜 모습이다. 필자가 경험한 호남성의 시골은 중국을 대표할 수 없는 매우 단편적인 것이겠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고 우리 형편과 비교한다면 적어도 3, 40년쯤 뒤진 모습이다. 그러나 중국을 시골만 보고 평가할 수는 없다. 호남성의 수도이자 일제 강점의 한 때 우리 임시 정부가 잠시 둥지를 틀기도 했던 장사(長沙)를 포함해 길수(吉首)등의 대도시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현대적인 모습이다. 장사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잠시 머물렀던 상해는 서울은 물론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능가하는 모습이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는데, 오죽하면 상해를 잠시 조망한 김정일이 천지개벽이라며 기절초풍한 나머지 신의주 특구의 홍콩식 개발 추진에 앞뒤를 못 가리고 있을까.
이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관광수입에 착안한 중국의 한 지방정부가 대대적인 관광축제(군사적 열병식에 가까운 것이었지만)를 기획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아시아와 유럽의 기자단과 기획여행업자들을 100여명이나 초청한 일이다. 같은 자리에 초청된 세계관광기구(WTO)의 아시아 담당 과장 바르마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중국이 2020년이면 프랑스나 미국, 독일과 같은 관광대국들을 따돌리고 세계 최대의 관광국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중국은 다양한 관광자원, 유구한 역사·문화, 세계적인 음식 그리고 탁월한 인적 자원 측면에서 그렇게 될 저력이 충분한 나라다. 다만 중국 대륙 곳곳에 산재한 관광지를 연결하여 관광객들을 수용할 인프라가 아직은 신작로 수준인데 지금 깔아가고 있는 신작로가 포장되고 고속화되는 날 중국은 WTO의 예상대로 세계 최대의 관광국을 향해 무한 스피드로 질주하게 될 것이다.
관광의 이동은 그 속성상 지역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유럽은 유럽 내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주는 북미주 내에서 이동의 대부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 최대의 관광시장이 일본과 함께 우리의 이웃에 형성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날 신작로가 고속도로가 되어 탄력을 받게 될 관광대국, 중국의 부상에 우리도 함께 편승할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금 소년시절을 보냈던 60년대의 고향풍경을 더듬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타임머신을 돌려 그 시절로 돌아간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지금까지의 풍경은 중국 대륙 남중부에 위치한 동정호(洞庭湖) 남쪽 호남성(湖南省)을 돌아보면서 스케치한 시골의 진짜 모습이다. 필자가 경험한 호남성의 시골은 중국을 대표할 수 없는 매우 단편적인 것이겠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고 우리 형편과 비교한다면 적어도 3, 40년쯤 뒤진 모습이다. 그러나 중국을 시골만 보고 평가할 수는 없다. 호남성의 수도이자 일제 강점의 한 때 우리 임시 정부가 잠시 둥지를 틀기도 했던 장사(長沙)를 포함해 길수(吉首)등의 대도시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현대적인 모습이다. 장사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잠시 머물렀던 상해는 서울은 물론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능가하는 모습이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는데, 오죽하면 상해를 잠시 조망한 김정일이 천지개벽이라며 기절초풍한 나머지 신의주 특구의 홍콩식 개발 추진에 앞뒤를 못 가리고 있을까.
이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관광수입에 착안한 중국의 한 지방정부가 대대적인 관광축제(군사적 열병식에 가까운 것이었지만)를 기획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아시아와 유럽의 기자단과 기획여행업자들을 100여명이나 초청한 일이다. 같은 자리에 초청된 세계관광기구(WTO)의 아시아 담당 과장 바르마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중국이 2020년이면 프랑스나 미국, 독일과 같은 관광대국들을 따돌리고 세계 최대의 관광국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중국은 다양한 관광자원, 유구한 역사·문화, 세계적인 음식 그리고 탁월한 인적 자원 측면에서 그렇게 될 저력이 충분한 나라다. 다만 중국 대륙 곳곳에 산재한 관광지를 연결하여 관광객들을 수용할 인프라가 아직은 신작로 수준인데 지금 깔아가고 있는 신작로가 포장되고 고속화되는 날 중국은 WTO의 예상대로 세계 최대의 관광국을 향해 무한 스피드로 질주하게 될 것이다.
관광의 이동은 그 속성상 지역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유럽은 유럽 내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주는 북미주 내에서 이동의 대부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 최대의 관광시장이 일본과 함께 우리의 이웃에 형성된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날 신작로가 고속도로가 되어 탄력을 받게 될 관광대국, 중국의 부상에 우리도 함께 편승할 수 있도록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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