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는 습지도 있다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20:16
조회
205
http://www.tbj.co.kr/TBJ/sub07/sub04_view.ASP?seq=18

오전 10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에 서울의 집을 떠난 아내와 나는 같은 날 오후 일찍 홍콩의 첵랍콕공항에 내렸다. 홍콩여행을 위해 아내는 브로슈어들을 열심히 뒤져보고 왔지만 그런 마누라만 믿은 나는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황이다. 공항에서 짐을 찾고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시내로 진입하는 교통편에 관한 의사결정이다. 우리는 홍콩달러 600불을 주고 홍콩 도심 공항 터미널까지 고속으로 연결하는 메트로 2일 권 패스를 구입했다. 이 패스는 홍콩시내의 모든 메트로를 무한으로 갈아 탈수 있는 서비스다. 홍콩은 출장으로 여러 번 갔었지만 순수 관광을 위한 여행은 처음이고 아내에게는 이번의 홍콩여행이 이래저래 처음이다.

평소 가까이 지내오던 홍콩관광청의 권지사장이 우리의 이 같은 처지를 헤아리고 홍콩 도심 란콰이퐁호텔Lan Kwai Fong Hotel(T852-3650/0299)에 방을 얻어 주었다. 여행전문지 트래블 위클리Travel Weekly가 ‘아시아 최고의 부티크 호텔’로 선정한 이 호텔은 중국풍으로 디자인된 162개의 객실이 있는 현대식 호텔이다. 홍콩 도시 란콰이퐁Lan Kwai Fong과 소호soho 사이에 위치해 있는 이곳에서 웬만한 홍콩도심은 걸어 다닐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하루를 홍콩 도심에 할애한 우리 부부는 평소의 관심 사항인 홍콩 습지공원을 가보기로 했다. 그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려 어찌 보면 습지탐방을 위해서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중국 본토와 연결되어 있는 홍콩의 다른 영토인 신계지에 위치한 습지공원은 지하철과 경전철을 이용하여 거의 한 시간 거리에 있었다. 내가 홍콩의 습지공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강화도 때문이다. 강화에는 매화꽃 습지가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또 저어새 번식지가 보존 대상인데 매년 봄에 강화도 일원에서 번식을 한 저어새는 대만, 홍콩 등지에서 월동을 한 후 다시 강화도 일원으로 번식을 위해 돌아오기 때문이다.

홍콩습지공원은 쾌적하게 보존되어 있어 먼 길을 온 보람이 있었다. 공원이라고는 하지만 규모가 엄청나다. 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방문자 센터. 보기에도 깔끔한 공원 내 방문자 센터 전시관에 들어서면 자연과 환경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첨단 전시시설을 갖추고 있다. 60ha에 달하는 광활한 습지공원에는 탐조시설, 워킹어라운드walking around와 인터렉티브월드interactive world, 저어새 등의 철새도래지를 위한 보호시스템이 탁월하다. 습지공원 당국이 주관하는 투어에는 새, 잠자리, 나비, 양서류, 포유류, 파충류, 어류 등의 서식동물을 아주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다. 우리는 언제 이런 습지공원을 한번 가질 수 있을 것인지. 요원해 보이기만 한다.

홍콩에 습지공원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홍콩 관광당국이 그동안 도심 이외의 관광상품에 대한 마케팅과 인지도 제고에 그만큼 신경을 덜 쓴 탓이다. 그러나 첵랍콕공항에 내리면 홍콩습지공원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시내관광과 습지공원을 묶은 패키지 프로그램이 판매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도시 관광지, 홍콩의 관광상품을 다양화하여 체류기간을 연장하려는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홍콩에는 습지공원 외에도 홍콩의 자연과 생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꽤 있다. 특히 홍콩의 신계지 지역은 대중교통이 발달되지 않아 급격히 진행되었던 도시화 물결을 피해 자연자원이 비교적 잘 보존된 지역이다. 신계지 지역의 잘 보존된 관광자원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홍콩 관광당국은  매년 가을과 겨울에만 진행하는 생태관광상품을 마련하고 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홍콩의 신계지 관광은 톨로해협Tolo Channel,  얀챠우통 해양공원Yan Chau Tong, Double Haven,  라이치우 하카성벽마을Lai Chi Wo Hakka , 크루키드섬Crooked Island, Kato,  그래스섬Grass Island, Tap Mun의 해안선 수로를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섬 풍광과 섬마을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편성되어 있다. 금년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진행되는 홍콩하이킹페스티벌을 포함한 자연과 생태관광은 70%가 자연으로 이루어진 홍콩의 새로운 면목을 만나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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