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廻轉
Author
박 의서
Date
2025-10-12 09:54
Views
44
회전廻轉
늙은이가 춘천으로 은퇴해와 소일 삼아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곳의 하나인 청평사에는 국내 어느 불교사찰에도 없는 회전문이라는 곳이 있다. 사찰 방문자들은 청평사 정문 격인 이 회전문 앞에 서면 모두 뜨악해지기 마련이다. 회전문이라고 해서 돌아가는 문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저 텅빈 공간만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이 텅빈 공간의 회전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청평사의 대표 전설인 당나라 평양공주와 상사뱀 전설을 설명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전설의 내용은 이렇다.
당 태종에게는 평양공주라는 절세미인의 딸이 있었고 이 공주의 미모가 얼마나 탁월했는지 보는 사람마다 이 공주에게 반할 수 밖에 없었단다. 그런데 공주에게 반한 남자 중에 소위 깜도 안되는 평민 청년이 있었는데 이 청년은 공주를 너무 짝사랑한 나머지 상사병에 걸려 그만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억울하기 짝이 없었던 젊은 청년은 뱀으로 다시 태어나 이후 공주를 칭칭 감은 후 십 년이 넘도록 풀어주지 않았다. 뱀을 풀어내기 위해 당나라 전역을 돌아다녀도 소원을 이룰 수 없었던 공주는 어느 날 당나라로 유학 온 신라 승려를 만나게 된다. 신라 승려는 공주에게 뱀을 풀기 위해서는 일단 신라로 가 사찰을 방문해 가사불사를 하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궁여지책으로 평양공주는 신라로 와 여러 사찰을 배회하다가 마침내 청평사에 와 구송폭포 아래의 공주굴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청평사에 들어가기 위해 정문과 마주섰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뱀이 꿈틀거리면서 청평사 정문에 들어서기를 꺼려했다. 이를 눈치 챈 공주는 뱀에게 제안했다.
“나와 함께 절 안에 들어가든지 아니면 절에 들어갔다 올 동안만 잠시 나를 풀어다오.”
청평사 정문을 들어서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본능적으로 직감한 상사뱀은 드디어 공주를 잠시 풀어주게 되었다.
그러나 잠시면 돌아온다는 공주가 돌아오지 않자 상사뱀은 정문을 통과하기로 작정하고 이를 통과하자마자 천둥번개에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한편 정문을 통과한 공주는 마침 절 안에서 가사불사가 진행되어 이를 도와주느라고 시간를 지체하게 되었다. 가사불사를 마친 공주가 정문으로 돌아와 보니 상사뱀이 보이질 않았다. 천둥번개와 함께 내린 홍수에 상사뱀이 휩쓸려 내려간 탓이다.
하룻밤을 묵었던 공주굴 옆의 구송폭포 아래에 둥둥 떠 있는 상사뱀의 주검을 수습한 공주는 이를 인근 언덕 환희령에 묻어주고 탑을 세웠는데 바로 공주탑이라는 별명의 삼층석탑의 유래이기도 하다. 청평사 정문은 상사뱀이 이곳에서 다시 윤회한 문이라고 하여 이후 회전문廻轉門이라 불리게 되었다.
청평사 대웅전 왼쪽을 끼고 돌아 올라가면 아름다운 모습의 극락보전이 나타난다.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국보였던 이 전각은 방화로 소실된 후 70년대에 중창되면서 편액도 다시 해 달았는데 ‘인하대학교 총장 이 재철’이라는 낙관이 눈을 끈다. 이 이 재철 총장은 다름 아닌 조중훈 대한항공 창설자와 사돈지간인데 혼인 당시 우리나라 교통정책을 이끌던 교통부 차관이었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정략 결혼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재철 차관의 딸이자 조중훈 회장의 며느리가 바로 그 유명한 이 명희이고 이 명희의 두 딸은 땅콩회항으로 악명을 날린 조 현아와 그 여동생 조 현민이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편액만 불사한 것이 아니고 극락보전의 중창까지 불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중훈 회장이 생전에 월정사 대웅전을 불사할 정도로 불심이 매우 깊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러한 시주와 선업의 대가가 며느리와 손녀들의 악명으로 나타난 것은 사후 다른 존재로 윤회한다는 불가의 연기설로만 설명될 수 있다는 게 늙은이의 해석이다.
늙은이가 춘천으로 은퇴해와 소일 삼아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곳의 하나인 청평사에는 국내 어느 불교사찰에도 없는 회전문이라는 곳이 있다. 사찰 방문자들은 청평사 정문 격인 이 회전문 앞에 서면 모두 뜨악해지기 마련이다. 회전문이라고 해서 돌아가는 문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저 텅빈 공간만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이 텅빈 공간의 회전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청평사의 대표 전설인 당나라 평양공주와 상사뱀 전설을 설명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전설의 내용은 이렇다.
당 태종에게는 평양공주라는 절세미인의 딸이 있었고 이 공주의 미모가 얼마나 탁월했는지 보는 사람마다 이 공주에게 반할 수 밖에 없었단다. 그런데 공주에게 반한 남자 중에 소위 깜도 안되는 평민 청년이 있었는데 이 청년은 공주를 너무 짝사랑한 나머지 상사병에 걸려 그만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억울하기 짝이 없었던 젊은 청년은 뱀으로 다시 태어나 이후 공주를 칭칭 감은 후 십 년이 넘도록 풀어주지 않았다. 뱀을 풀어내기 위해 당나라 전역을 돌아다녀도 소원을 이룰 수 없었던 공주는 어느 날 당나라로 유학 온 신라 승려를 만나게 된다. 신라 승려는 공주에게 뱀을 풀기 위해서는 일단 신라로 가 사찰을 방문해 가사불사를 하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궁여지책으로 평양공주는 신라로 와 여러 사찰을 배회하다가 마침내 청평사에 와 구송폭포 아래의 공주굴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청평사에 들어가기 위해 정문과 마주섰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뱀이 꿈틀거리면서 청평사 정문에 들어서기를 꺼려했다. 이를 눈치 챈 공주는 뱀에게 제안했다.
“나와 함께 절 안에 들어가든지 아니면 절에 들어갔다 올 동안만 잠시 나를 풀어다오.”
청평사 정문을 들어서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본능적으로 직감한 상사뱀은 드디어 공주를 잠시 풀어주게 되었다.
그러나 잠시면 돌아온다는 공주가 돌아오지 않자 상사뱀은 정문을 통과하기로 작정하고 이를 통과하자마자 천둥번개에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한편 정문을 통과한 공주는 마침 절 안에서 가사불사가 진행되어 이를 도와주느라고 시간를 지체하게 되었다. 가사불사를 마친 공주가 정문으로 돌아와 보니 상사뱀이 보이질 않았다. 천둥번개와 함께 내린 홍수에 상사뱀이 휩쓸려 내려간 탓이다.
하룻밤을 묵었던 공주굴 옆의 구송폭포 아래에 둥둥 떠 있는 상사뱀의 주검을 수습한 공주는 이를 인근 언덕 환희령에 묻어주고 탑을 세웠는데 바로 공주탑이라는 별명의 삼층석탑의 유래이기도 하다. 청평사 정문은 상사뱀이 이곳에서 다시 윤회한 문이라고 하여 이후 회전문廻轉門이라 불리게 되었다.
청평사 대웅전 왼쪽을 끼고 돌아 올라가면 아름다운 모습의 극락보전이 나타난다.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국보였던 이 전각은 방화로 소실된 후 70년대에 중창되면서 편액도 다시 해 달았는데 ‘인하대학교 총장 이 재철’이라는 낙관이 눈을 끈다. 이 이 재철 총장은 다름 아닌 조중훈 대한항공 창설자와 사돈지간인데 혼인 당시 우리나라 교통정책을 이끌던 교통부 차관이었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정략 결혼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재철 차관의 딸이자 조중훈 회장의 며느리가 바로 그 유명한 이 명희이고 이 명희의 두 딸은 땅콩회항으로 악명을 날린 조 현아와 그 여동생 조 현민이라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편액만 불사한 것이 아니고 극락보전의 중창까지 불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중훈 회장이 생전에 월정사 대웅전을 불사할 정도로 불심이 매우 깊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러한 시주와 선업의 대가가 며느리와 손녀들의 악명으로 나타난 것은 사후 다른 존재로 윤회한다는 불가의 연기설로만 설명될 수 있다는 게 늙은이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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