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 '백제본기'의 낙랑 위치와 소양강 동쪽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4-12-06 10:03
조회
96
삼국시대의 춘천은 어느 나라에 속했을까. 삼국사기의 '백제본기'에 따르면 온조가 한강 변 위례에 도읍을 처음 정했을 때 백제의 동쪽 경계는 주양 즉 지금의 춘천까지였다. 이후 춘천은 신라에 복속되어 우수주로 불리었다. 그런데 춘천 서면 방동리에는 고구려 고분군으로 불리는 유적이 있으니 춘천은 일부 또는 전부가 한때 고구려 영토이기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7백여 년 백제 역사 중 위례에 도읍했던 5백여 년의 도읍지에 관해서는 설왕설래 말이 많다. 경기도 하남의 이성산성과 춘궁동 도읍설이 한때 유력했던가 하면 근래 와서는 몽촌토성이나 풍납토성 도읍설이 훨씬 더 유력해졌다. 나는 서울살이 때 몽촌토성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백제사에 관해 관심이 많았다. 흔히 백제의 도읍으로는 웅진 즉 공주와 사비성 즉 부여만을 알고 있는 이들이 많고 나 또한 고향이 공주 인근인 조치원 부근였으니 그렇게만 알고 지내왔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삼국사기 '백제 본기'에 따르면 백제의 영역을 표기하면서 동쪽 경계는 주양이라고 한 것이다. 다만 봉의산에 있는 산성 이름이 주양성이라고도 불리었다 하니 백제의 동쪽 경계는 소양강을 넘지 않은 춘천까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같은 '백제 본기'에 의하면 백제의 동쪽에 낙랑이 있었고 이 낙랑은 끊임없이 이웃 나라 백제를 침공하여 괴롭힌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낙랑은 고구려 이북에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백제 국경 근처에 이웃해 있던 나라가 된다. 하긴 백제의 위치를 평양 이북까지로 보는 설도 있으니 이 경우라면 백제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낙랑의 위치가 고구려 이북일 수도 있긴 하겠다.

어쨌거나 낙랑의 신북 도읍설에 꽂히다 보니 관련된 기록들만 자꾸 보인다. 삼국사기 등의 기록을 살펴보아도 그렇고 방송의 다큐멘터리나 유튜브를 보아도 그렇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우두산과 신북 일원에 맥국의 존재 여부에 관계 없이 낙랑이 존재했을 개연성이 충분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춘천 고대사에 전혀 문외한일지라도 필자의 이런 개연성 주장이 서당 개 풍월쯤으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박 의서 전 안양대 교수/신북 사랑말 거주>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