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도바Cordoba의 카우보이 페스티벌Cowboy Festival

작성자
박 의서
작성일
2023-02-18 19:36
조회
142
카파야테 와이너리Cafayate Winery

26일차 : 1월 11일

저녁에 버스로 밤새워 코르도바Cordoba로 가야하기 때문에 여섯시에 일어나 가방 챙기고 샤워 얼른 하고 아침 대충 먹고 버스에 오른다. 와이너리 투어winery tour 라고 하지만 카파야테Cafayate까지 가는 길의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이번 일정은 와이너리 투어 겸 포도농장을 왕복하며 빼어난 경관을 같이 감상하는 투어였던 것이다.

와이너리 가는 길에 좋은 경관이 나오는 곳마다 머문 우리는 오후 한 시나 되어 카파야테 와이너리Cafayate Winery에 도착했다. 간단한 와인 시음wine taste 후 와인 두 병을 샀다. 와이너리 투어를 끝낸 일행은 시내 투어를 한 후 세시나 되어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와인을 사겠다고 단단히 벼르던 바네샤는 와인을 사지 않는다. 왜 안 사느냐고 물었더니 시음taste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와인을 사느냐고 오히려 내게 반문해 온다. 어제 저녁 밤을 설친 바네샤는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와인 시음을 하지 않았었다. 반면에 나는 와이너리에서 가장 비싼 와인 두 병을 와인 테이스트 없이 그냥 샀었다. 이게 서양 사람들과 우리의 차이다. 와이너리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라고 해봤자 두 병 모두 합쳐 40불, 그러니까 우리 돈 4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니 콜렉션collection 용으로 그냥 산 것이다. 바네샤는 오히려 내게 묻는다. 이 와인을 언제 먹으면 가장 좋을지 물어보았느냐고. 와인은 먹기에 가장 좋은 피크 타임peak time 이 있단다. 이런! 우린 그냥 이런 거 콜렉션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특별한 손님이나 행사가 있을 때 그냥 마신다구!

살타에 다시 돌아온 시간은 오후 일곱 시. 호텔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하고 바네샤를 따라나서 스파게티spaghetti로 저녁을 때우고 나니 호텔 미팅시간이 다 되었다. 급하게 호텔로 돌아와 스토리지storage에 보관되어 있던 짐을 챙기고 양치를 하고 나니 일행 모두가 버스를 타기 위해 호텔을 빠져 나가고 없다. 나도 황급히 따라 나섰는데 호텔 앞길 건너에 주차되어 있던 버스가 이미 움직인다. 하마터면 버스를 놓칠 뻔 했다. 사람이 버스를 못 타려면 가이드가 탑승 인원수를 헤아리지 않고 출발하거나 잘 못 카운트한 채 출발하게 된다. 이전에 그룹여행을 하면서 가끔 이런 일을 겪어 버스를 못 탄 채 남겨진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매리앤이랑 필립이 괘씸하다. 매리앤은 좀 전 까지 내 노트북을 빌려 인터넷을 하고 있었고 필립은 내가 양치하러 화장실 갈 때 화장실을 먼저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뒤에서 버스를 안탄 줄 알았을 텐데도 버스가 그냥 출발하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우리 일행은 버스터미널 까지 이동하여 코르도바Cordoba행 8시 반 버스로 옮겨 탔다. 같은 대중 버스라도 볼리비아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호화롭다. 2층 버스인데 비행기의 비즈니스business 석 같이 의자가 눕혀지는 버스다. 버스 안에 냉난방은 물론 화장실까지 갖추어져 있다. 샌드위치로 간단한 저녁까지 주고.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저녁을 먹었구나. 운전사 두 명이 교대로 운전하는 이 버스는 12시간을 달려 내일 아침 9시경에 코르도바에 도착할 예정이란다.

코르도바Cordoba의 카우보이 페스티벌Cowboy Festival

27일차 : 1월 12일

버스에서 새벽잠을 깼다. 해가 뜨진 않았으나 밖이 훤하다. 살타에서 코르도바까지 1,000km나 된다고 했으니 아직 코르도바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을 듯하다. 쉽게 다시 잠을 청할 수 없을 것 같아 노트북을 꺼내든다. 한 시간여 쯤 작업을 끝내고 다시 잠이 든다.

곤하게 잠에 떨어져 있는데 누군가가 흔들어 깨워 일어나 보니 간단한 아침 스낵snack을 배달한다. 오버나이트 버스overnight bus를 유럽과 볼리비아에서도 몇 번 타 보았지만 이렇게 아침과 저녁을 챙겨주는 경험은 처음이다. 버스는 아침 9시 반쯤 되어 코르도바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에는 현지 가이드와 미니버스가 나와서 우릴 픽업pick up한다. 호텔은 버스 터미널에서 미니버스로 1-2분 거리의 가까운 곳이었지만 일행의 짐이 워낙 많아 미니버스를 대절한 것 같다. 호텔은 체크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일행은 짐을 리셉션 에리어reception area 의자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아침식사를 위해 인근의 카페로 향한다. 분위기가 영락없는 라틴 유럽의 한 도시다. 지난여름 남부 스페인 여행 때 코르도바라는 도시를 그냥 지나쳤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들러볼걸 그랬다.

아침을 마친 일행은 다시 호텔로 돌아와 체크인 한다. 이번에도 칭용이 자기와 방을 같이 쓰자며 내 소매를 잡아끈다. 그런데 방에 들어와 보니 더블베드double bed만 하나가 달랑 놓여있다. 프런트에 연락하니 저녁때까지 침대를 두 개로 분리해 준다고 해서 나는 샤워를 하고 칭용은 호텔 바로 옆에 있는 런드로매트laundromat 세탁소로 간다.

우리 일행은 시내 관광을 위해 15분 후 로비에서 만났다. 에일린Eileen을 뺀 8명이 다 모였다. 칠레Chile로 여정을 잡아 우리 일행과 잠시 헤어졌던 클레어Clare와 안드레아Andrea 쌍둥이 자매가 살타에서 다시 합류해와 우리 일행은 아홉 명으로 늘어나 있다. 남미 도시의 시내는 모두 똑 같은 디자인design이다. 플라자Plaza나 스퀘어Square가 있고 그 가운데 동상이 있다. 주변에는 성당과 시청이 있는 식이다. 도시마다 규모와 아름다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남미의 성당들은 라틴 유럽Latin Europe의 그것과 같이 아름답고 큰 규모이다. 다만 라틴 유럽의 그것보다 다소 건립 연도가 떨어지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도시마다 안내되는 성당은 라틴 유럽의 그것과 같이 아름다움과 호화로움의 극치이다. 서양의 예술과 건축에는 가톨릭교회의 영향이 막대하다. 이런 점에서는 동양의 건축과 중동지역의 건축에 불교와 이슬람의 영향이 막대하였던 것과 다를 바 없다.

두 시간 여의 시내 관광을 가이드와 함께 끝낸 우리는 쇼핑몰shopping mall에서 흩어졌다. 나도 운동구점에 들러 배낭여행용의 큰 가방에 욕심을 내다가 비싼 가격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컬럼비아 아웃도어 숍Columbia Outdoor Shop에서 우의와 등산 내의를 하나씩 산다. 남미와 같이 밤낮의 기온차가 크고 우기에 비가 자주 오는 곳에서는 꼭 필요한 물건들이라 좀 비싼 값을 치루고 샀다. 경험 상, 여행 중에 이것저것 싸구려 물건들을 사보았자 결국 몇 번 못쓰고 버리게 되니 차라리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세시가 되어 호텔로 돌아와 짐을 챙긴다. 룸메이트room mate 칭용은 시내관광만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었는데 샤워도 하고 짐도 이미 챙겨 놓은 모습이다. 짐을 챙기다 보니 카우보이 페스티발Cowboy Festival을 가기 위해 예수마리아Jesus Mary마을을 가기고 한 다섯 시가 다 되었다. 일행은 걸어서 버스 터미널로 가 축제장 행 버스에 올라 한 시간 반가량 이동했다. 터미널에서 만석이 된 버스는 중간 중간 사람들을 태워 입석으로 가득 찬다. 카우보이 페스티벌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더니 사람들이 많이 가긴 가는구나. 현지에 도착해보니 입장권을 사려는 관람객의 줄이 끝이 보이질 않는다. 한 시간여를 줄에 합류해 기다린 끝에 입장권을 겨우 구입한 우리 일행은 행사장 주변의 상점들을 돌아본다. 이후 나만 칭용에 이끌리어 소고기 바비큐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이 집의 고기와 와인은 기대와 달리 형편없다. 나중에 계산서를 받아보니 값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래. 여행 중에 늘 좋은 선택만 할 수는 없는 법이지. 자신 있게 나를 이 식당으로 이끌었던 칭용이 무안해 하는 모습이다.

우리 일행은 약속장소에서 아홉 시에 다시 모여 행사장으로 입장을 했다. 원형경기장 스타일의 행사장은 입추의 여지없이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어! 이거 장난이 아닌 행사이네. 입장 후 자리도 잡기 전에 앰뷸런스ambulance의 파열음으로 장내가 시끄럽다. 무슨 일이 있나? 행사장에서 웬 앰뷸런스? 우린 카우보이 경기 관람을 위해 11시까지 기다렸는데 이 때 겨우 장내 아나운스announce가 시작되고도 한 참을 끌더니 사람들이 좌석에서 일어나기 시작한다. 일행들은 가이드와 같이 앉아 있었고 나는 좀 더 좋은 자리를 확보해 혼자 앉아 있다가 분위기가 이상해 일행과 합류하여 가이드에게 상황을 물어보니 우리가 입장할 때 낙마해서 앰뷸런스에 실려 갔던 기수가 죽었단다. 그래서 행사가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참 허무했다. 입장료는 내일 다시 오면 환급해준다고 했다나. 그러나 우리 같은 여행자가 어찌 입장료를 되돌려 받기 위해 이곳에 다시 올 수 있단 말인가. 피곤에 찌든 우리 일행이 버스를 기다려 타고 호텔로 돌아오니 새벽 1시 반이다.
전체 0